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사상 최대 매출액 기록한 배민
엔데믹 전환 후 배달 수요 감소
묶음 배달 서비스 ‘알뜰배달’ 론칭
배달기사 기본 배달료 사실상 하락
점주 부담 배달비도 큰 차이 없어
알뜰배달 도입하면 누가 좋을까

뜨겁게 달아올랐던 배달앱 시장이 차갑게 식었다. 배달 대신 외식 수요가 증가한 데다,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닫아버린 탓이다. 높아진 배달비 부담도 소비자가 배달앱에 등을 돌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배달의민족’이 알뜰배달을 론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뜰배달은 동선이 비슷한 배달을 묶어 배달하는 서비스다. 배달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알뜰배달이 소비자, 점주, 라이더에게도 좋을까란 의문도 따라붙는다. 

배달의민족이 4월 25일 묶음 배달 서비스 ‘알뜰배달’을 론칭했다.[사진=뉴시스]
배달의민족이 4월 25일 묶음 배달 서비스 ‘알뜰배달’을 론칭했다.[사진=뉴시스]

“비싼 배달비 부담을 덜어드리겠다.”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지난 4월 25일 ‘알뜰배달’을 선보였다. 알뜰배달은 동선이 비슷한 주문을 모아 한꺼번에 배달하는 방식이다.

최적의 노선을 설계해 빠른 배달이 가능하면서도, 기존 단건배달 ‘배민원(한건배달)’ 대비 배달비가 저렴하다는 게 배민 측의 설명이다. 서울 관악구를 시작으로 5월부터 대구광역시, 인천광역시 연수구, 경기도 군포시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알뜰배달 이용 시 배달비는 얼마나 저렴해지는 걸까. 기존 단건배달 배민원은 총 배달비 6000원을 점주와 소비자가 나눠 부담했다. 분담률은 점주가 직접 정하도록 했다. 반면 알뜰배달은 배달금액·거리·시간·지역 등을 고려해 배달비를 배민이 책정한다.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2500~3300원,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2000원대가 될 전망이다. 배민 측은 “소비자와 점주의 배달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알뜰배달을 론칭했다”면서 “라이더로서도 효율적인 동선으로 배달할 수 있어 수익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이 배달비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나선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무엇보다 엔데믹(풍토병·endemic) 전환 이후 배달앱 이용자가 큰폭으로 줄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배민을 포함한 배달앱 3사(배민·쿠팡이츠·요기요 합산 기준)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898만명으로 전년 동월(3532만명) 대비 17.9%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식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비싼 배달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배달앱 이용 관련 조사(2022년 12월) 결과, 전체의 50.1%가 “배달비가 비싸다”고 답했다. 이들 중 42.3%는 “(배달비 부담 때문에) 배달앱 이용 횟수를 줄였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의 배달비 부담을 낮춰주는 건 배민으로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배민의 주장처럼 알뜰배달이 소비자뿐만 아니라 점주와 라이더 모두에게 좋은 전략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 점주도 좋을까 = 알뜰배달 도입을 앞두고 점주들 사이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원과 비교해도 점주가 부담해야 할 배달비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참고: 배민은 알뜰배달을 도입하면서 단건배달 서비스 명칭을 기존 ‘배민원’에서 ‘한건배달’로 변경했다. 기사에선 편의상 배민원으로 표기했다.] 

배민에 입점해 있는 점주 A씨는 “배민원의 경우 배달비 6000원을 점주와 소비자가 나눠 내는데, 점주가 최소 2500~3000원을 부담한다”면서 “알뜰배달 역시 점주가 2500~3300원의 배달비를 부담하는 만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점주가 내는 배달비 차이는 크지 않은데 되레 배달 속도만 늦어져 소비자의 불만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씨는 “여러 주문을 한꺼번에 배달하면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점주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민이 정말 점주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면 ‘수수료’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배민은 점주로부터 음식값의 6.8%(기본 요금제 기준)의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이는 배민원이나 알뜰배달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다. 6.8%에 달하는 중개수수료에 부가세, 결제수수료, 배달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점주로선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다. 

배민 관계자는 “알뜰배달은 한집배달 등 배민의 다른 서비스와 앱 상 가게 노출, 주문 처리 과정은 동일한 만큼 모두 6.8% 중개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면서 “배달 방식을 다양화해 점주의 선택권을 넓혀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 라이더도 좋을까 = 그렇다면 라이더들의 반응은 어떨까. 역시 신통치 않다. 알뜰배달 도입 시 라이더들에게 지급되는 ‘기본 배달비’가 되레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알뜰배달은 한번에 여러 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만큼 라이더에게 ‘픽업요금’과 ‘전달요금’을 별도로 지급한다. 

한번 픽업할 때마다 1200원(이하 서울시 기준), 전달할 때마다 1000원이 책정된다. 여기에 거리 100m당 80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알뜰배달의 기본 배달비는 2200원(픽업요금+전달요금)인 셈이다. 배민원의 기본 배달비가 3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기본 배달비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배민 소속 라이더(우아한청년들)들은 기본 배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던 찰나였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 노조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배민은 지난 9년간 기본 배달비를 한번도 인상하지 않았다. 알뜰배달 기본 배달비를 3000원으로 책정해 달라는 중재안과 함께 배민원의 기본 배달비는 기존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료|더스쿠프] 
[사진|뉴시스, 자료|더스쿠프] 

라이더유니온 관계자 역시 “배달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알뜰배달이 도입되면 라이더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여러 건의 ‘콜’을 잡아야 하는 라이더로선 운행하면서도 계속 앱을 들여다봐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배민 소속 일부 라이더들은 이런 요구사항을 들어달라며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 소비자는 좋을까 = 알뜰배달로 소비자의 배달비 부담은 소폭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배민원 대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 있다. 배달을 빨리 받아보고 싶은 소비자는 결국 배민원을 쓸 수밖에 없으니, 사실 알뜰배달이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 

배민은 지난해 2조9472억원(이하 연결기준)에 달하는 역대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4240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배달공룡’으로 거듭난 배민은 새로운 배달전략을 통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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