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4편
돈 걱정 많은 신혼 초기
소득 절반 저축하는 습관 들여야
공격적인 투자도 좋지만
리스크 최소화하는 연습해야

신혼 때는 하고 싶은 게 많다. 잘 놀고, 잘 먹고, 언젠가는 좋은 집에서도 살고 싶다. 하지만 꿈을 이루려면 현실에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고고한 백조가 수면 아래에서 끊임없이 발놀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신혼부부도 목표를 위해 아끼고 아껴 78만원 여유자금을 어렵게 손에 넣었다. 부부는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들의 재무 설계를 도왔다.

신혼부부라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혼부부라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출산율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뜻하는 ‘합계 출산율’은 0.78명밖에 되지 않는다(통계청·2월 기준). 현 인구 수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 출산율이 2.1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청년들이 ‘또다른 돈이 필요한’ 결혼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점도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 한국 사회지표’에 따르면, 20~29세 성인남녀 중 35.1%만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실제로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온 신혼부부의 상당수가 ‘적자 가계부’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안상혁(가명·33)씨와 김은혜(가명·29)씨 부부가 그랬다. 다른 신혼부부들이 그렇듯 안씨 부부의 목표도 ‘내 집’을 갖는 것이지만, 그러기엔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 부부의 가계부마저 매월 적자가 나고 있다는 점이다. 다급해진 부부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뒤져가며 재테크를 하려고 애를 썼지만, 가계부는 좀처럼 ‘플러스’로 전환하지 않았다. 다급함을 느낀 부부는 재무 상담을 신청, 필자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보기로 결정했다.

지난 1·2차 상담의 결과를 간단하게 요약해보자. 먼저 부부의 재정 상태다. 1차 상담에서 살펴본 부부의 월 소득은 490만원으로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290만원, 중소기업을 다니는 아내가 20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331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75만원, 금융성 상품 120만원 등 526만원이다. 적자는 36만원이다.

2차 상담에선 지출을 줄였다. 정기지출 89만원, 비정기지출 25만원 등 114만원을 절감해 가계부를 36만원 적자에서 78만원 흑자로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부부의 재무 목표도 약간 수정했다. 부부는 ▲집 마련하기, ▲자동차 바꾸기, ▲1년 2번 해외여행 가기를 원했다. 3가지 목표를 전부 이루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자동차를 바꾸는 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사회 초년생의 경우,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는 걸 권장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 초년생의 경우,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는 걸 권장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제 이 목표들을 실현해줄 솔루션을 짜보도록 하자. 먼저 부부의 금융성 상품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현재 부부는 적금 100만원, 예금 총 20만원(10만원씩 2개) 등 120만원을 저축하고 있다. 적금은 부부가 집을 마련하기 위해 붓기 시작했고, 2개의 예금은 각각 비상금과 여행비 용도로 모으고 있었다. 120만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신혼부부는 월급의 50~60%를 저축해야 한다’는 재테크 업계의 룰을 따른다면 액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부부에게 “해외여행 비용을 마련하는 걸 다시 생각해보라”고 주문했다. 사실 1년에 2번 해외여행을 가는 건 부부의 소득 수준에서 무리가 있다. 안씨 부부도 필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여행비 마련 용도의 10만원짜리 예금을 더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필자는 부부에게 적금 통장을 하나 더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최근 연거푸 기준금리가 인상된 덕분에 4%대의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적금 상품이 제법 있다. 부부는 그중에서 부부에게 잘 맞는 상품으로 골라 월 38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이자율이 높은 상품일수록 재예치나 부분 인출이 불가능해지는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붙으니 상품 특징을 잘 살펴보고 가입해야 한다. 이 적금으로 모은 돈은 집을 마련하는 용도로 쓰기로 했다.

수익성을 더 높이기 위해 적립식펀드(월 20만원)도 가입했다. 적립식펀드의 장점은 일반 펀드와 다르게 소액으로 시작하는 게 가능하고, 언제든지 납입액을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기가 없어 원하는 시점까지 투자가 가능해 장기투자를 할 때 자주 쓰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투자상품’이므로 적금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

부부는 필자와 함께 주기적으로 수익률을 체크하고, 상황에 맞춰 투자 종목을 바꿔가며 수익률을 챙기기로 했다. 아직은 부부가 재테크 초보라는 점을 감안해 안정성이 높은 배당주 펀드의 비중을 높여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적립식 펀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수익률을 조금씩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해 나갈 생각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부부는 ‘노후 대비는 젊을 때 할수록 좋다’는 필자의 조언에 따라 개인형퇴직연금(IRP)도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55세가 지나서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 IRP는 ‘절세 계좌’로도 불린다. 세금 공제 혜택이 꽤 커서다.

올해엔 한도도 늘어났다. 종합소득 4500만원 이하인 가구 기준으로 세금 공제액이 기존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200만원 증가했다. 다만, 이 수준의 공제를 받으려면 한달에 75만원씩 납입해야 한다. 부부 수준에선 어려운 일이므로 20만원만 납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월 78만원으로 내 집 마련(적금 38만원·적립식 펀드 20만원), 노후 대비(IRP 20만원)에 알뜰하게 분배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배달음식을 끊고, 용돈을 줄이는 등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생활 패턴이 확 바뀐 만큼 곧바로 적응해 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천이야말로 재무설계의 ‘꽃’인 건 이런 이유에서다. 신혼인 만큼 부부가 마음을 잘 합쳐 어려운 순간들을 헤쳐나갈 수 있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