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고물가 13년의 기록➊
2010년 vs 2023년 물가
물가 28.7% 오르는 동안
50개 품목 46.2% 상승
그중 가공식품 61.7% 올라
전체 지표 웃도는 체감물가
물가 안정세 체감 힘든 이유

물가가 오르면 서민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든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물가가 오르면 서민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든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 물가는 늘 속절없이 치솟았고, 그때마다 민생은 괴로웠다. 가벼워진 지갑으로 할 수 있는 건 점점 줄어들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식료품ㆍ가공식품 가격을 비롯해 외식비ㆍ교통요금 등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50개 품목의 물가를 분석한 결과를 보자. 현재의 물가를 2010년과 비교해보니, 13년 새 50개 품목의 물가는 46.2% 상승했다. 체감물가와 밀접한 가공식품은 61.7%나 치솟았다. 물가지수 상승률 28.7%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 문제는 물가를 치솟게 만든 원인이 무엇이냐는 거다. 전통적 경제학을 그대로 따르면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넘치는 수요를 공급이 받쳐주지 못할 때 물가가 치솟는다. 코로나19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 상승세를 기록한 걸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비슷한 맥락에서 원자재 가격, 자산 관리 비용, 임금 등이 뛴 게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비용 인플레’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하지만 지금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는 전통적 경제학 원리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인플레는 꺾이지 않는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전통적 경제학 분석이 저항을 받는 이유다. 이 때문에 임금 등 비용이 아닌 인플레를 틈타 제품 가격을 올린 기업의 탐욕이 물가를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우리는 이 문제를 2주에 걸쳐서 분석해 보기로 했다. 553호에선 물가 추이를 들여다봤고, 554호에선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왜 올랐는지 분석해본다. 비용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탐욕이 문제였을까. 그 답은 554호 데스크와 현장의 칼럼에 싣는다.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지표상으론 그렇다. 하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업체들이 정부 입김에 백기를 들며 가격을 내렸지만, 그것만으론 체감물가를 끌어내리긴 어렵다. 그럼 소비자물가는 얼마나 올랐을까.

더스쿠프가 2010년과 2023년의 물가를 비교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가가 28.7% 오르는 동안 민생과 밀접한 50개 품목은 46.2% 상승했다. 라면ㆍ과자 등 가공식품 가격은 더 나아가 61.7%나 치솟았다.

“국제원자재 가격 및 농산물 가격 강세 영향으로 생산자물가 지수가 상승했고, 수입물가 역시 원자재를 중심으로 올랐다. 가계 구입 빈도가 높은 농산물 가격이 큰폭으로 상승하면서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 오름세가 확대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높아졌다.”

어떤가. 어느 때의 경제 상황 같은가. 국제원자재 가격 영향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생활물가지수 오름세가 확대되는 게 최근의 한국경제 상황 같지 않은가. 그런데 아니다. 이 내용은 2010년 물가 변동을 분석한 한국은행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당시 한국경제는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온전히 빠져나오진 못했지만 조금씩 회복하고 있었다. 2008년 4.7%까지 상승했던 소비자물가는 2009년 2.8%, 2010년 2.9%로 안정을 찾아갔다. 다만, 국제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수입물가가 5.3% 상승하고, 기상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13.5%나 오른 건 위험요소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럼 2023년 한국경제는 어떨까. 한국경제는 2020년 큰 위기에 빠졌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해 생산ㆍ물류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고,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발발한 전쟁은 국제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변수로 작용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6.3%(전년 동월 대비)까지 치솟았다. 다행히 올해 들어 4%대까지 내려왔고, 6월에는 2.7%까지 하락했다. 그런데도 높은 체감물가는 여전히 숙제다. 

닮은 듯 다른 2010년과 2023년, 13년 새 물가는 얼마나 올랐을까. 식료품ㆍ가공식품ㆍ외식ㆍ생활용품 등 50개 품목을 정해 2010년과 비교해봤다.[※참고: 조사 대상은 2010년과 2023년 통계가 모두 존재하는 품목으로 선정했다. 2010년은 연평균, 20 23년은 6월까지의 평균이다.]

조사 결과, 소비자물가가 28.7%(86.373→111.12) 상승하는 동안 50개 품목은 46.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은 그보다 높은 61.7%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품목➊ 식료품 = 일상에서 물가를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식료품(신선식품)부터 보자. 2010년엔 기상여건이 무척 좋지 않았다. 70년 만의 최대 폭설로 봄에는 이상저온이 나타났고, 여름엔 폭염으로 열대야가 평년보다 7일이나 많았다. 가을에는 태풍 곤파스가 덮친 데 이어 국지성 집중호우까지 발생했다. 

이런 이상기후는 농산물 생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쌀 생산량은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시설작물도 큰 피해를 봤다. 농산물 가격이 전년 대비 13.5%나 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어떨까. 당시에 신선채소류 가격이 워낙에 치솟았던 탓에 대파(-4.7%), 배추(-16.0%), 무(-10.3%)는 13년이 흐른 현재 가격이 더 낮다. 하지만 총 16개 비교 품목 중 대파ㆍ배추ㆍ무를 제외하곤 물가가 모두 올랐다.

특히 물오징어(생선ㆍ1마리)는 2129원에서 6937원으로 무려 225.8% 올랐고, 오이(가시ㆍ10개)도 9068원에서 1만5368원으로 69.5% 비싸졌다. 고등어(생선ㆍ1마리)와 소고기(한우 등심ㆍ100g) 가격도 각각 54.5%, 51.0% 올랐다. 이를 종합해 보면, 식료품은 당시보다 37.4% 인상률을 보였다. 

■품목➋ 가공식품 = 이번엔 가공식품을 보자. 최근 식품업체들은 차례로 가격을 내리고 있다. 농심은 지난 1일 대표제품인 신라면 가격을 4.5% 인하했는데, 소매점 기준으로 보면 1000원이던 신라면 가격이 950원으로 50원 인하됐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ㆍ짜짜로니ㆍ맛있는라면 등 12개 가격을 평균 4.7%, 오뚜기는 스낵면ㆍ참깨라면ㆍ진짬뽕을 비롯한 15개 제품 가격을 5%가량 내렸다. 팔도는 왕뚜껑봉지면ㆍ남자라면 등 11개 제품을 평균 5.1% 인하했다.

농심을 비롯한 라면업체들이 13년 만에 가격을 내렸다.[사진=뉴시스]
농심을 비롯한 라면업체들이 13년 만에 가격을 내렸다.[사진=뉴시스]

그들이 가격 인하에 나선 건 정부의 입김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6월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식료품 업체들이) 지난해 9~10월에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그때보다 국제 밀 가격이 50% 안팎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는 말로 사실상 가격 인하론을 펼쳤다.

다음날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추 부총리의 말을 거들었다. “물가가 많이 떨어지는 국면에서 기업의 마진은 많이 올라갔다. (추 부총리의 발언은) 원자재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까 기업들도 고통을 분담해 달라는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며칠 후인 21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도 “원료는 많이 내렸는데 제품 가격이 높은 것은 공정위가 담합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유통 구조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말을 보태며 업체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봉쇄했다. 이런 정부의 입김에 라면업계가 백기를 들며 13년 만에 ‘가격 인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2010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국제 밀 가격이 30%까지 내렸음에도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하지 않자 정부가 나서서 “가공식품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 “가격을 내리지 않는 관련 업체들의 독점력 남용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는 말로 업체들을 압박했고, 그해 2월부터 업체들이 차례로 가격을 내렸다.

그럼 가공식품 가격은 13년 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010년 대비 가공식품 가격은 61.7%나 인상됐다. 조사 품목 17개 가공식품 중 가장 많이 오른 건 새우깡(농심ㆍ 90g)이다. 628원에서 1369원으로 118.0% 올랐다.

순창 오리지널 우리쌀 찰고추장(대상ㆍ1㎏)은 100.5%, 콜라(코카콜라ㆍ1.8L)는 87.8%로 뒤를 이었다. 옛날국수 소면(오뚜기ㆍ900g), 초코파이(오리온ㆍ18개)도 13년 새 각각 86.6%, 66.7% 오름세를 나타냈다.


■품목➌ 기타 부문 = 외식ㆍ여가생활에 들어가는 돈도 2010년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자장면 한그릇 평균 가격은 3905원에서 6784원으로 73.7% 올랐고, 영화관람료(CGVㆍ평일)는 8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75.0% 뛰었다. 공공요금, 생활요금도 죄다 올랐다. 그때와 비교해 오르지 않은 건 국제 유가 영향으로 당시 가격이 뛰었던 석유류뿐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2010년 50개 품목을 소비하는 덴 38만6005원이 필요했다. 13년간 물가가 자연스럽게 상승했을 테니, 현재 물가를 적용하면 49만6788원이다. 그런데도 2023년에 50개 품목을 사려면 51만643원이 필요하다. 언급했듯 물가상승률보다 50개 품목의 상승률이 훨씬 높았다는 얘기다.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온전히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2010년 당시엔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소비자물가가 올랐지만 이내 안정세를 찾았지만 지금은 또 그때와 다른 상황이다”면서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물가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서민들의 물가 체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들의 가계는 과연 언제쯤 괜찮아질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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