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4편
노후 대비하는 연금저축펀드
수익률 좋지만 엄연히 투자상품
자칫하면 원금 잃을 수 있어
상황에 맞는 재테크 선택해야

펀드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투자 전문가가 대신해서 자산을 운용해주니 안심이 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마음을 놓기 어렵다. 수익성 말고도 따져봐야 할 요소도 많다. 무엇보다 해당 펀드가 자신과 얼마나 맞느냐를 파악해야 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펀드 설계를 도왔다.

펀드에 가입할 땐 자신의 상황과 어울리는 상품인지 확인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펀드에 가입할 땐 자신의 상황과 어울리는 상품인지 확인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벌이 가장의 하루는 고단하다. 혼자서 집안의 살림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어깨를 짓누른다. 나이가 들고, 은퇴 시기가 다가올수록 그 무게는 점점 늘어난다. 노후 준비부터 자녀 결혼까지 돈을 내야 할 곳은 많은데 소득은 좀처럼 늘지 않아서다.

더구나 최근엔 맞벌이·외벌이 부부의 소득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벌이를 뜻하는 ‘비非맞벌이’ 가구의 소득 대비 맞벌이 가구 소득은 2003년 136.8%(이하 2분기 기준)에서 지난해 157.5%로 19년간 20.7%포인트 늘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줄면서 여성의 평균 임금상승률이 더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람직한 결과이지만, 외벌이 가장의 입장에서 보면 ‘우울한 통계’다. 벌어진 격차만큼 자신이 남들보다 경제적인 면에서 뒤처졌다는 생각을 뿌리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양성훈(가명·52)씨도 그랬다. 아내 이희나(가명·48)씨가 몸이 약해지면서 일을 그만둔 탓에 양씨는 수년째 혼자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두 자녀(23·20)의 대학교 학비를 대면서 동시에 은퇴가 머잖은 자신의 노후도 챙겨야 했기에 양씨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있었다. 혼자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양씨는 아내를 이끌고 필자의 상담실을 찾았다.

지난 상담에서 필자는 부부의 재정상태를 파악하고, 지출 줄이기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부부의 재정 상태와 진행 상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1차 상담에서 파악한 부부의 월 소득은 386만원으로,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292만원, 1년간 버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75만원, 금융성 상품 90만원 등 457만원이다. 부부는 월평균 71만원씩 적자를 봤다.

2차 상담에선 지출을 대폭 줄였다. 정기지출 77만원(292만→215만원), 비정기지출 67만원(75만→8만원) 등 144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71만원 적자였던 가계부도 73만원 흑자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이제 이 돈을 부부의 재무목표를 이루는 데 써보도록 하자. 부부가 지난 상담에서 세운 재무 목표는 ‘노후 준비’ ‘자녀 학자금 마련’ 등 2가지다. 상황은 크게 나쁘지 않다. 십수년 전에 부부가 이미 자가 아파트(시세 3억2000만원)를 마련했고, 자녀 학자금 대출(총 2000만원)을 제외하면 특별한 대출 내역이 없기 때문에 두가지 목표에만 집중하면 된다.

부부의 기존 저축액이 적지 않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부부는 현재 적금통장 2개에 각각 50만·20만원씩 총 70만원을 납입 중이다. 여기에 10만원짜리 연금저축펀드와 비상금 용도로 쓰는 예금통장(10만원)도 있다. 적금을 모두 자녀 대학 학비로 쓴다면, 부부가 확보한 여유자금 73만원으로도 문제없이 재무 솔루션을 짤 수 있을 듯하다.

연금저축펀드는 투자상품이다.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금저축펀드는 투자상품이다.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만 부부가 노후 대비용으로 가입해 둔 연금저축펀드는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상품의 특징은 납입금을 은퇴 후에 연금처럼 받아 쓸 수 있는 상품이다. 나름의 장점도 있다. 소득세법에 따라 가입기간에는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고, 연금 수령 시 ‘배당소득세’가 아닌 세율이 낮은 ‘연금소득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세제 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되는 점이 있다. 이 상품은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투자상품’이다. 수익률에 따라 납입금 대비 많은 연금 자원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원금을 손실할 위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려해야 할 점은 또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기본 유지 기간이 최소 5년 이상이다. 수익을 냈다고 해서 곧바로 원금을 인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재의 수익이 미래까지 이어질 거라 확신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오늘 수익을 냈다 하더라도, 해당 수익을 넘어서는 손해를 내일 볼 수도 있다. 이런 단점들을 생각해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할 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부부의 납입액(월 10만원)이 그리 많지 않고, 다행히도 아직까진 원금 손실을 보지 않았으므로 일단 그대로 두기로 했다.

물론 연금저축펀드만으론 노후 대비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몇가지 대비책을 추가했다. 첫째는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 ded Fund·ETF)다. ETF도 연금저축펀드와 마찬가지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이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중도 인출이 불가능한 연금저축펀드와 다르게 ETF는 주식처럼 언제든지 매매가 가능하다. 일종의 ‘상장된 펀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러면서도 주식 매매 같은 ‘직접투자’보다 리스크가 낮다.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닌 투자 전문가를 끼고 진행하는 ‘간접투자’ 방식이라서다. 그러므로 이 상품은 양씨 부부 같은 ‘재테크 초보’가 활용하기에 적격이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월 15만원씩 ETF 납입하기로 했다.

둘째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이다. 55세 이후 수령 가능한 이 연금은 ‘절세 계좌’라고 불릴 만큼 세제 효과가 탁월하다. 올해부턴 혜택도 커졌다. 종합소득 4500만원 이하인 가구 기준으로 최대 세금 공제액이 기존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200만원 늘었다. 이런 장점들을 활용하기 위해 부부는 월 15만원씩 IRP에 넣기로 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제 자녀의 대학 학자금 대출(총 2000만원)을 갚을 방법을 마련해 보자. 30~40대 부부의 경우, 자녀의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10년 이상 준비 기간을 잡는다.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다. 그래서 재무 솔루션을 짤 때도 수익률이 높은 투자상품에 장기투자해 원금을 최대한 불리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다르다. 자녀들이 이미 대학생이므로 ‘시간을 이용한 장기투자’가 불가능하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정공법’을 선택해야 한다. 부부는 새로운 적금 통장을 만들고, 노후 준비 후 남은 43만원을 모두 납입하기로 했다. 앞서 언급한 적금(총 70만원)까지 합하면 월 납입액은 총 113만원이다. 이 정도면 수월하게 자녀 학자금 대출을 갚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73만원은 부부의 노후 준비(ETF 15만원, IRP 15만원), 자녀 학자금 대출 상환(적금 43만원)에 고루 분배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이미 50대에 접어든 부부의 나이 등을 감안하면 노후를 준비하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이 때문에 적립식 펀드 같은 수익성이 괜찮은 투자상품을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시간은 부부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부디 솔루션대로 잘 진행해 부부가 안정된 노후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