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금융사건해결사
비상장주식 사기사건 7편
끊이지 않는 비상장주식 사기
피해자 많고 규모도 적지 않아
어떤 말로 피해자 유혹할까
조작한 자료로 투자자 속여
사기꾼이 사용하는 실제 대본

# 비상장주식 사기 사건 관련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피해 규모도 적지 않다. 한 사건당 수백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피해 금액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른다. 그럼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이 어떤 말로 투자자를 유혹하기에 이렇게 큰 피해가 발생하는 걸까.

#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더스쿠프가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스크립트(대본)’를 입수했다. 2022년 입수한 대본보다 더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자! 그럼 사기꾼이 사용하는 ‘대본’을 읽어보자.

기업공개(IPO)를 미끼로 한 비상장주식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기업공개(IPO)를 미끼로 한 비상장주식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동학개미운동부터 2021년 메타버스·블록체인, 2022년 인플레이션·리튬, 2023년 2차전지까지 주식시장엔 항상 증시를 쥐락펴락했던 주도주가 있었다. 시장의 돈은 주도주로 몰렸고, 관련 기업은 큰폭의 주가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래서인지 ‘주도주를 은밀하게 알려준다’는 취지로 등장한 ‘주식 리딩방’이 기승을 부렸다. 추천 종목을 알려주는 대가로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회원비를 뜯어낸 꾼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리딩방’이 도마에 올라서 그렇지, 사실 리딩방이 특별한 사기법은 아니다. 

가령, 리딩방 방장으로부터 하루에도 수통씩 상한가 달성 종목을 알려주겠다는 메시지를 받으니, 증거가 남을 수밖에 없다. 알려준 종목의 주가가 지지부진하거나 상한가를 약속한 종목이 하락세를 거듭해 리딩방 방주의 사기 행각이 들통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인지 주식 리딩방에서 파생된 사기 기법인 ‘비상장주식 사기’가 유행하고 있다. 실제로 비상장주식 사기범을 검거했다는 경찰의 발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엔 조직폭력배까지 가담한 비상장주식 사기 조직 51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웹툰 제작회사와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의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며 864명의 투자자를 모았고, 110억원을 가로챘다. 사기꾼들은 액면가가 100원에 불과한 비상장주식을 2만7000원에 파는 등 상장 가능성이 없는 기업의 주가를 최대 270배 부풀려 판매했다. 

최근에는 영화 ‘기생충’ 등에 투자한 유명 투자전문업체의 전 대표가 연루된 비상장주식 사기 사건이 터졌다. 이 회사 대표였던 A씨는 미등록 투자자문회사를 세운 후 비상장주식 투자로 월 수익률 5∼6%를 보장한다고 속여 1000억원가량의 투자금을 모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선 6월에도 700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비상장주식 사기 사건이 터졌다. 

영화 기생충 등에 투자한 투자전문업체의 전 대표가 비상장주식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사진은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사진=뉴시스] 
영화 기생충 등에 투자한 투자전문업체의 전 대표가 비상장주식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사진은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사진=뉴시스] 

사실 비상장주식 사기의 수법은 비슷비슷하다. 상장 가능성이 없는 기업을 곧 상장할 기업으로 포장한다. 그러면서 지금 투자하면 원금의 5~6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투자자를 속인다. 

그렇다면 사기꾼들이 어떤 말로 투자자를 유혹하기에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걸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이 투자자와의 전화 통화나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하는 스크립트(대본)를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사실 대부분의 비상장주식 사기는 전화로 이뤄진다. SNS나 메시지는 사기꾼들의 거짓말을 포장하는 자료를 보내거나, 사기꾼을 믿고 돈을 보낸 투자자를 관리할 때 많이 사용한다. 


우선 알아둬야 할 것은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투자자를 물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비상장주식 사기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고객 DB(데이터베이스)를 사들인다. 

여기엔 피해자 이름·전화번호를 비롯한 기본적인 신상정보는 물론 주식 투자 여부, 이용 증권사 등이 적시돼 있다. 사전 정보를 갖고 피해자에게 접근한다는 얘기다. 

자! 그럼 이제부터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이 어떤 말로 투자자를 속이는지 살펴보자.[※참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화 형식으로 풀어봤다. 실제 대화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웬만하면 원문을 수정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주석’처럼 설명이 달린 글은 당구장 표시를 통해 구분했다.]

■ 통화 끊지 않기 = 비상장주식 사기 대본의 시작은 이렇다. “전화를 끊지 않게 하기.” 이를 위해 사기꾼들은 다양한 멘트를 사용한다. 더스쿠프가 이번에 입수한 대본에서는 친근감을 미끼로 사용했다. 

상담원(부장 또는 팀장 직함 사용) : “안녕하세요. ○○ 회원님. 6개월 전에 상장예정 종목이었던 ‘△△’라는 기업을 안내해 드렸던 ○○○ 팀장입니다. 잘 지내셨죠? 그때 주식투자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요즘은 어떠신가요?”

투자자 : “네, 그냥 그렇죠.”

상담원 : “제가 6개월 전에 안내해 드릴 때 ‘△△’ 종목 주식을 1만원에 매수 가능하다고 말씀드렸었는데 5배 정도 수익이 났어요. 최근 상장해서 지금 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거든요. 알고 계시죠? 그때 설명 듣고 매수하셨던 분들은 평균적으로 4~5배 정도 수익 보셨어요.” 

투자자 : “네. ‘△△’ 종목이 상장한 건 알고 있어요.”

상담원 : “네. 그 종목 저희가 대주주한테 물량을 받아서 1만원에 매수할 수 있게 해드렸어요. 이번에는 상장 후 6~7배 수익이 예상되는 종목이 있어서 소개해 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투자자 : “어떤 종목인가요?”

※여기까지 기본멘트.

투자자가 전화를 끊지 않고 관심을 보이면 사기꾼은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 예전에는 상장 이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을 나열해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면 최근엔 테마주를 이용해 영업에 투자자를 유혹한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인 2차전지 관련주다. 

상담원 : “요즘 2차전지 관련주가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어요. 알고 계시죠. 저희가 지금 상장 준비 중인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포스코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는 EV라는 기업이에요. 2차전지 관련 기업이죠.”

투자자 : “EV요? 처음 들어보는데, 상장 준비 중인가요.”

상담원 : “네. 올해 하반기 코스닥 상장 예정 기업입니다. 이미 주관사 계약도 완료했어요. 잘 아시겠지만 주관사 선정 작업까지 갔다는 말은 상장 준비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죠.”

■ 신뢰 쌓기 = 투자자가 관심을 보이는 순간 꾼들은 ‘신뢰 쌓기’에 들어간다. 섣불리 투자를 권유하거나 비용을 요구하면 투자자가 사기라는 걸 눈치챌 수 있어서다. 그래서 요즘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투자자 : “주관사가 어디인가요?”

상담원 : “○○투자증권입니다.”

투자자 : “그런데 어디라고 하셨죠?”

상담원 : “네, 저희는 상장예정 기업만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인베스트먼트’입니다. EV의 상장 주관사로 선정된 ○○투자증권과 업무제휴를 맺고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 “혹시 비용이 드는 건가요?”

상담원 : “아닙니다. 저희는 ○○투자증권과 업무제휴를 맺고 상장 예정 기업을 소개하는 업체예요. 회원비나 정보 제공료는 받지 않아요. 대주주 지분의 일정 물량을 시장에 분배하는 역할만 하죠. 투자하시거나 상장 이후 매도해 수익을 보셔도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비용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투자자 : “EV가 그렇게 좋은 종목인가요?”

상담원 : “네. 포털사이트에 EV로 검색해 보시면 관련 기사를 확인하실 수 있어요.”

※투자자가 관심을 보이면 본격적인 인증 작업 진행.

투자자 : “네, 그런데 믿을 수 있는 기업인가요?”

상담원 : “그럼요. EV를 간단히 설명해 드릴게요. 지난해 공모금액이 1경원을 돌파했던 LG에너지솔루션 아시죠. 2차전지 대표기업인데, 이 기업과 올해 초 업무협약(MOU) 맺고, 배터리 부문 사업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MOU를 맺었다는 건 그만큼 기술력이 높다는 얘기죠. 이 때문인지 삼성SDI, 포스코 등 다른 대기업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어요.”  

투자자 : “하지만 말씀만 듣고 투자하는 건 좀 그렇습니다.”

상담원 : “물론이죠. 괜찮으시면 제가 회원님께 EV에 관해 알 수 있는 문서를 보내드릴 수 있어요.” 

투자자 : “네. 보내주세요.” 

상담원 : “네. 방금 EV 사업자 등록증, MOU 체결 문서,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 인증문서, EV가 보유한 특허 목록, 베트남 현지 업체와 맺은 전기차 관련 MOU 문서까지 보내드렸습니다. 혹시 필요하실 수 있으니 제 명함도 함께 보내드릴게요.” 

투자자 : “네 받았습니다.”

상담원 : “보내드린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회사는 이미 해외기업에도 배터리 제품을 납품하고 있어요. 보내드린 자료에 있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독일·스페인 등에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이라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도 물량 매집 중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보내드린 문건은 대외비입니다. 회원님만 보셔야 해요.”

투자자 : “네. 알겠습니다. 보내주신 자료만 보면 정말 좋은 기업이네요.” 

※인증 작업을 진행하면 반드시 대외비라는 것을 강조. 원칙적으로는 비상장주식을 매입한 주주에게만 보여주는 자료지만 특별히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함.

상담원 :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상장 필수 과정인 통일규격유가증권(통일주권)을 발행했다는 인증도 받았습니다.” 

투자자 : “가격이 얼마나 하나요?”  

통일주권은 자본금 10억원 이상, 설립한 지 1년이 지난 기업이 발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일주권 발행은 기업공개(IPO)를 위해 필요한 사전 절차로 여겨진다. 하지만 통일주권 발행이 IPO를 보증하는 건 아니다. 

IPO 계획이 없는 비상장 기업도 통일주권을 발행할 수 있다. 사실 통일주권 발행을 통해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이 노리는 건 따로 있다. 통일주권을 발행하면 비상장주식 주식 거래가 수월하고, 투자자의 의심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면, 이젠 본격적으로 비상장주식을 팔아치우는 과정이 남았다.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은 이 과정에서 어떤 말로 투자자를 유혹할까. 그 과정은 금융사건해결사 비상장주식 사기 여덟번째편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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