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탐구생활 행복한 복지➒
국민연금을 향한 질문 5편
적립금 없어지면 부과식 전환
정부의 빠른 전환 준비가 관건
급격한 보험료 인상 필요 없어
고령화 오해가 불신만 키워
기금 고갈과 보험료 인상 무관
부과식 분명히 밝히고 준비해야

“보험료를 내고도 훗날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차라리 국민연금제도를 없애자.” 이런 주장을 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그러자 “기금 적립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수령액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의 스탠스도 여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옳은 주장일까요?

국민연금을 둘러싼 불신은 ‘고령화’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사진=뉴시스]
국민연금을 둘러싼 불신은 ‘고령화’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사진=뉴시스]

“국민연금 가입자는 2250만명, 국민연금 수급자는 667만명. 부부 합산 연금수령액 최고치는 월 469만원.” 지난 7일 국민연금공단이 ‘2022년 국민연금 통계연보’를 공개하면서 내놓은 통계치입니다. 국민연금이 노후 보장에 도움을 준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국민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초기에 가입한 이들만 좋은 제도”라면서 “기금 적립금이 고갈되면 후대의 부담만 커지는 국민연금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스쿠프의 국민연금 기사들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더 내고 덜 받자’는 식의 연금개혁까지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선 몇몇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국민연금제도를 둘러싼 불신이 왜곡과 오해에서 기인한 결과라면 어떨까? 이런 왜곡과 오해 때문에 이득을 보는 이들은 또 누구일까?” 오늘은 이 질문을 풀어보려 합니다. 이정우 인제대(사회복지학) 교수와 함께하는 ‘같이탐구생활 행복한 복지-국민연금 질문’ 시리즈 마지막 편입니다. 

✚ 연금제도를 불신하는 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보험료는 올리고, 연금수령액은 줄인다는 말도 나오니 세대 간 갈등이 커지고 있고요. 제도의 발전적 방향을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공감합니다. 불신은 뭔가 투명하지 않을 때 나오는 건데, 연금제도가 그만큼 장막에 가려져 있다는 의미겠죠. 더구나 ‘더 내고 덜 받는다’는 게 1억원의 보험료를 내고 나중에 8000만원밖에 못 받는다는 의미라면 그런 연금제도는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보다도 못한 거니까요.”

국민연금제도의 재정운영방식은 크게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으로 나뉩니다. 간단히 말하면 적립방식은 지금처럼 대규모 기금 적립금의 운용수익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고, 부과방식은 기금 적립금 없이 그해 걷은 보험료를 연금수급자에게 바로 지급하는 겁니다. 

✚ 기금 적립금이 없어진다고 해도 별문제가 없을까요?
“기금 적립금이 완전히 사라지더라도 연금을 못 받거나 계산상 납부한 것보다 덜 받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적립금이 없어지면 보험료를 걷어서 연금으로 바로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바꾸면 그만이니까요.”

✚ 관건은 ‘우리가 재정운영방식을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바꿀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거군요. 
“맞습니다.” 

✚ 다만, 부과식으로 바꾸면 청년세대가 고령세대를 직접 부양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보험료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그럼 질문을 하나 해보죠. 연금 재정건전성 문제나 청년세대의 불신은 어디에서 싹튼 걸까요?”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사진=뉴시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사진=뉴시스]

✚ 인구 고령화죠. 연금 수급자는 많아지는데, 보험료를 납부하는 이들은 줄어드니까요.
“그렇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고령화입니다. 줄어드는 보험료 부담자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 이거죠. 현행법상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은 65세입니다. 그런데 요즘 65세가 육체적으로 경제활동을 못 하는 나이인가요?” 

✚ 그렇지는 않죠. 여전히 경제적인 이유로 일하는 고령층은 많습니다. 
“보험료 부담자가 감소해 연금 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란 가정은 모든 고령층의 생산성이 제로가 됐을 때나 가능한 얘깁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퇴직을 일찍 했을 뿐 경제활동 여력이 남아있으니까요. 고령화라는 단어 때문에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 고령층이 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부담할 수 있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보험료를 낼 사람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문제가 불거졌으니, 그에 걸맞은 아이디어를 찾으면 됩니다. 고령층이 보험료를 몇년간 더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연금제도를 실시한 유럽 국가들은 은퇴 시기를 늦추는 정책들을 많이 폅니다. 독일의 경우, 연금은 연금대로 받으면서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내는 고령층도 숱합니다. 정책적으로 일하는 게 일하지 않았을 때보다 이득이 되도록 만들어놨기 때문입니다.”

✚ 일을 해도 수입이 적다면 부족한 보험료를 충당하지 못할 수도 있지 않나요?
“무조건 고령층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생산활동이 가능한 인구를 늘리는 데 목적이 있는 거죠. 생산활동을 해서 수익이 생긴다는 건 세금을 낸다는 의미고, 정부는 그 세금을 걷어 보험료를 충당할 수 있으니까요. 유럽에선 ‘고령층이 5년 더 일하면 연금 재정 문제나 고령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 세금으로 왜 연금 재정을 지원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는데요. 
“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공단)은 기금으로 국채를 매입한다든지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정부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지금껏 공단이 매입한 국채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 130조원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언젠가 갚아야 할 이 빚을 무슨 돈으로 갚죠? 세금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세금을 연금 재정에 투입하면 안 된다는 건 난센스예요.”

✚ 그래도 기금 적립금이 없으면 일정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다만 그건 기금 적립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유동적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보험료율을 20% 이상 올려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 왜인가요?
“근거에 맞게 나온 수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령층이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다면 보험료를 부담할 인구수가 달라집니다. 경제상황이나 임금 수준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20% 이상 올려야 한다는 건 무책임한 공포 조장입니다.”

✚ 정부가 얼마나 준비를 하느냐에 달렸다는 건가요? 
“그렇죠.”

✚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우선 정부와 공단은 기금 적립금이 없어지면 ‘부과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할 게 아니라 솔직하게 ‘부과방식으로 간다’고 얘기를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우선 연금 통계들이 투명해야 그때의 적정 보험료율이 정확하게 산출되겠죠. 현재 부과방식인 독일이 연금 관련 통계를 다양하게 구분해서 매년 발표하는 건 그래서죠. 여기에 국민이 보험료를 낼 수 있게끔 해줄 일자리 정책과 임금 정책도 뒤따라야 합니다. 예컨대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으면 보험료 총액도 들쭉날쭉하겠죠. 그렇게 되지 않게 조치를 취해줘야죠.”

✚ 할 일이 많겠네요. 그 준비를 다 할 수 있을까요?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어찌 보면 연금제도와 무관한 게 없거든요.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이 현재의 적립방식에 더 목을 매는지 모릅니다. 적립방식이 관리하는 게 더 쉬우니까요. 얼핏 봐도 부과방식은 해야 할 일이 많잖아요. 하지만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은 이미 정해져 있는 길입니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의 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뿐이거든요.”

✚ 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금 청년세대가 우려하는 다양한 공포가 현실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그때의 책임은 역대 정부와 정치인들의 몫이 되겠죠.”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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