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dition 파트2] 獨 분데스리가서 배워야 할 경영비법

1970~1980년대 세계 최고 축구리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였다. 하지만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비즈니스’에 밀려 분데스리가는 빅리그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분데스리가는 서두르지 않았다. 돈을 쏟아 부어 인기를 되살리는 방법 대신 ‘내실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투자를 늘려 축구 저변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폈다. 이런 노력이 알찬 열매로 이어지고 있다. 분데스리가의 부활이 시작된 거다.

▲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은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에서 탄생할 전망이다. 결승에 오른 두 팀이 모두 분데스리가 소속이다. 분데스리가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2012년 5월 19일. 전 세계 축구팬의 눈과 귀가 독일 뮌헨으로 쏠렸다. 바이에른 뮌헨(독일 분데스리가)과 첼시FC(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때문이었다. 6만5000여 관중이 꽉 들어찬 독일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장은 열기로 폭발할 듯했다. 이 경기를 TV로 지켜본 시청자는 1억6700만명으로 집계됐다.

기선은 뮌헨이 잡았다. 후반 38분 토마스 뮐러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5분 뒤인 후반 43분, 첼시의 디디에 드로그바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얻어맞으며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승부차기 끝에 첼시가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독일팬은 눈물을 삼켰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첼시가 거둬들인 수입은 입장료•광고비•TV중계권료 등 6000만 유로(약 854억원)에 달했다.

그런 독일팬이 올해는 활짝 웃고 있다. 2012/13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분데스리가 소속팀끼리 격돌하기 때문이다. FC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이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각각 격파한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이 5월 26일 영국 웸블리스타디움에서 결전을 치른다.

세계 3대 축구 리그는 프리미어리그•프리메라리가•세리에A다. 이들 세 빅리그는 천문학적인 자금력과 특급스타들을 앞세워 세계축구시장을 장악했다. 변방으로 내몰린 분데스리가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970~80년대 세계 최고 축구리그는 분데스리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에른 뮌헨이 1974년부터 1976년까지 3년 연속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1983년에는 함부르크SV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챔피언스리그에 버금가는 권위를 자랑하는 UEFA컵에서도 1975•1979 •1980•1982•1988년 분데스리가 소속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프란츠 베켄바워, 칼 하인츠 루메니게, 차범근, 게르트 뮐러 등이 분데스리가 전성기를 빛낸 선수들이다. 이랬던 분데스리가가 30년 만에 부활의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유럽리그 랭킹은 이미 바뀌었다. 분데스리가는 각종 대회 성적을 토대로 산정하는 2011/12시즌 유럽리그 순위에서 세리에A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여세를 몰아 현재 1•2위인 프리메리가와 프리미어리그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관중동원은 세계 최고다. UEFA에서 발표한 2011/12시즌 유럽 리그별 관중 동원 기록을 보면 분데스리가는 경기당 평균 4만4293명을 끌어 모으며 3만4602명에 그친 프리미어리그를 가볍게 따돌렸다. 경기당 평균 2만명대의 관중밖에 오지 않는 프리메라리가•세리에A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힘 잃은 분데스리가의 와신상담

분데스리가가 부활에 성공한 이유는 ‘내실’에 있다. 세계 3대 리그가 ‘비즈니스’에 치중할 때 분데스리가는 내실을 다지며 칼을 갈았다. 실제로 레알마드리드(프리메라리가)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데려오면서 8000만 파운드(약 1350억원)를 뿌렸다. 첼시(프리미어리그)가 페르난도 토레스를 영입하면서 쏟아 부은 자금은 5000만 파운드(약 850억원)에 달한다. 이런 블록버스터 계약은 이슈를 만들기엔 좋다. 하지만 비싼 돈을 들여 데려온 선수가 제 활약을 못하면 흥행에 악영향을 끼치고 이는 재정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분데스리가는 달랐다. 거품을 철저히 줄이며 체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분데스리가 사무국에서 발표한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분데스리가의 2011/12시즌 선수인건비 지출비율은 38.22%로 나타났다. 프리미어리그•프리메라리가의 선수인건비가 팀 재정의 60%를 훌쩍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몸값이 비싼 특급선수가 없다는 단점은 티켓구매율을 프리미어리그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보완했고, 이는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티켓이 싸니 구름관중이 몰려들었고, 덩달아 광고가 늘어났다. 독일축구연맹(DFL)에 따르면 2011/12시즌 분데스리가의 총수입은 20억8100만 유로(약 30조원)다. 이 중 광고수입은 전체의 25% 수준인 5억3000만 유로(약 7540억원)다.

수입이 크게 늘어났지만 DFL은 ‘자기 배’를 채우지 않았다. 올해 6억 유로(약 85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TV중계권료는 구단별로 공평하게 배분했다. 모든 구단이 강해져야 경기가 흥미진진해지고, 그래야 리그의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논리에서였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TV중계권 수익의 30%를 가져가는 프리메라리가, 한푼의 중계권료라도 더 챙기기 위해 리그일정 연기까지 고민하는 프리미어리그•세리에A와 다른 모습이다.

과감한 투자도 내실강화에 한몫했다. 1990년대 말 독일축구는 큰 위기에 내몰렸다.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노쇠한 전차군단’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독일 국가대표팀은 ‘유로 2000’에서 예선탈락하는 망신까지 당했다.

그때 분데스리가는 질책 대신 투자를 택했다. 리그 소속구단 전체에 “의무적으로 유소년 축구아카데미에 투자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분데스리가는 최근 5년간 1조여원을 유소년 시스템에 투자했다. 2008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독일로 건너간 손흥민은 이 시스템의 수혜자다.

 

퍼거슨이 견제하고 루니가 탐내

분데스리가의 내실이 탄탄해진 밑거름은 또 있다. 축구문화의 개방이다. 다른 유럽 리그와 달리 분데스리가는 외국인 선수비율을 융통성 있게 확대했다. 현재 분데스리가의 외국인선수 비율은 절반에 이른다. 체력 위주의 직선적 축구라는 혹평을 듣던 독일축구는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아기자기하게 변모했고, 이는 다시 구름관중을 부르는 원동력이 됐다.

얼마전 은퇴를 선언한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영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분데스리가의 흥행과 성장이 매섭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리그”라며 분데스리가를 은근히 견제했다. 그러나 그의 애제자 웨인 루니는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동료들에게 “내년 시즌은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분데스리가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분데스리가는 어려울 때 우회전략을 펴지 않았다. 내실강화라는 정공법으로 승부했고, 이게 부활의 씨앗이 됐다. 거품보다는 내실, 조급하게 이루기보다는 기초부터 다진 분데스리가의 뚝심. 국내 기업이 벤치마킹할 만한 경영기법이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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