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3] 벤치마킹할 만한 해외기업 조직문화

폭풍우가 불 때 풀이 나무보다 잘 버틸 수 있는 건 유연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내성耐性’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유연성이 떨어진다. 윗사람은 늘 큰소리를 내고, 아랫사람은 숨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워서다.

 

▲ 청년창업가들은 해외기업에서 배울 점으로 상명하복이 아닌 유연한 조직문화를 꼽았다.

올해 5월 종영한 드라마 ‘직장의 신’은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기업들에 만연한 기업문화 속에서 고충을 겪는 직장인의 모습을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기업 ‘와이장’은 군대조직처럼 상명하복에 의해 움직이고, 비정규직의 아이디어는 기업에 득이 되더라도 사장될 가능성이 크며, 능력보다는 ‘줄서기’에 의해 운명이 갈리는 곳이다. 부연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국내 대기업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기업 삼성에서도 상관이 지시하면 부하직원은 이의를 달지 않고 따르는 게 미덕이다. 일례로 2008년 삼성특검 당시 검찰은 공소장에 “회장은 각 계열사 소속 임직원을 파견 받아 비서실을 구성, 비서실장•차장•팀장•이사•부장•과장 등의 직제를 갖추고 ‘상명하복의 유기적 조직체’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도 공금횡령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승연 회장을 CM이라고 부르며 철저한 복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해외기업은 다르다. 창업자와 CEO는 언제 어디서든 직원들과 난상토론을 펼친다. ‘포스트 잡스’로 손꼽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주는 자신의 방이 없다. 비즈니스룸에서 업무를 본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직원과 수시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젠슨 황 CEO가 직원과 복도에서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고집불통으로 유명했던 스티브 잡스 역시 전문가의 말엔 귀를 기울였다. 그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를 설득하기 위해 ‘불철주야 토론’을 마다치 않았다. 이 때문에 해외엔 ‘창조형 기업’이 많다. 우리처럼 캐치업(catch-up•따라잡기)에 집착하는 기업은 드물다. 청년창업가들도 국내 대기업의 기업문화를 ‘배워야 할 게’ 아니라 ‘고쳐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 상명하복 문화 버려야
 

The Scoop의 설문조사 결과, 청년창업가들은 해외기업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경영방식과 기업문화로 ‘상하가 자유롭고 유연한 조직문화(63명)”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61명)’ ‘라인(Line)보다 스태프(Staff)를 존중하는 조직문화(45명)’를 선택했다. ‘오너보다는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을 배워야 한다는 응답(24명)도 많았다. 대부분의 국내기업이 부족하다고 비판받는 것들이다.

스티브 잡스가 이끌던 애플의 조직문화는 국내기업과 전혀 달랐다. 최근 팀 쿡 CEO를 대신해 애플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 디자인 부문 수석 부사장이 ‘천재 디자이너’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애플의 조직문화 덕분이다.

디자인을 중시했던 스티브 잡스는 최고디자인책임자에 조너선 아이브를 임명한 후 “모든 제품은 조너선이 결정한다”며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자신은 디자인팀의 팀원으로 활동했다. 이런 문화를 밑거름으로 탄생한 게 바로 세상을 바꿔놓은 아이폰이다. 잡스가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CEO였다면 아이폰은 탄생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국내 IT대기업이 아이폰만큼 세상을 뒤흔드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 @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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