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래 어느날’ 영국은 극악한 ‘전체주의 국가’가 돼 있다고 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영화 속 영국 시민들의 일상은 일견 자유롭고 평화스러워 보인다. 시민들은 깨끗하고 질서 잡힌 런던 거리를 자유롭게 왕래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독재자 ‘슈틀러’가 장악한 영국은 평온하다. 노숙자는 없고 쓰레기도 없다. 너절한 광고 전단도 없다. 시민들을 감시하기 위한 무장경찰이나 계엄령 치하와 같은 탱크도 보이지 않지만 질서정연하다. 시민들은 카페와 식당에서 자유롭게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눈다. 또한 자유롭게 TV를 시청한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빚어낸 걸작 ‘바벨(2007년)’은 도무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모로코와 미국, 멕시코, 그리고 일본이라는 동떨어진 4개 나라에서 벌어지는 동떨어진 사건들을 보여준다.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 이 4개 나라의 동떨어진 인물들을 엮는 건 모로코 어린아이가 호기심에 쏴본 총알 한방이다.한 일본 사업가가 모로코로 사냥 여행을 간다. 이 젊은 일본 사업가는 모로코의 현지 가이드에게 사냥총을 팁으로 선물하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사냥총을 선물받은 모로코 가이드는 양들을 공격하는 자칼을 쫓아내기 위해 사냥총이 필요했
코비드19 시대의 삶에 대해 쓰려고 하니 우리가 겨우 몇 달 전까지도 정말 느긋하고 안이하게 살았다는 걸 깨닫는다. 2월 마지막 주에 난 뉴욕에서 내 절친한 친구인 님니의 집에 앉아 정치와 자식 양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님니에게 그녀의 나라 미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님니는 “트럼프는 그게 민주당의 사기라고 생각해”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기분을 좀 풀어 주려는 듯 내가 말했다, “우린 런던에 보리스 존슨이 있고 인도엔 모디가 있으니까 우리도
[뉴스페이퍼 = 정고요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문학들 시인선의 세 번째 시집, 『예수·폭력』이다. 시인은 자신의 다른 시집 『폭력과 광기의 나날』에서 채 끝맺지 못하였던 ‘예수에 관련된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예수·폭력』은 『폭력과 광기의 나날』(1993)로부터 시작해 『감시와 처벌의 나날』(2016)을 지나며 예수에게 행해진 집단의 폭력과 이 폭력을 사랑으로 갚은 예수 생애를 추적한 결과물인 셈이다.수록된 시들은 모두 60편이다. 제 1부의 시들을 읽으면 시인이 보는 예수가 독자에게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대작 ‘킹덤 오브 헤븐’은 거장의 명성이나 엄청나게 투입된 제작비에 비해 흥행 성적은 거의 ‘폭망’에 가까운 영화다. 감독이나 제작사가 흥행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왜 영화의 메시지를 고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듯도 하다.영화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 대전투를 따라간다. 세계 영화시장의 대부분이 기독교 국가라는 점과 9·11 테러 이후 기독교 세계가 이슬람교에 갖는 엄청난 적개심을 감안했다면, 당연히 기독교 세력을 ‘빛의 자식들(Son of Light
리들리 스콧 감독은 흔히 말하는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는’ 거장 중 한사람이다. 스콧 감독의 ‘킹덤 오브 헤븐(2005년)’은 어마어마한 인원과 물자를 마음껏 동원해 제작한 대서사 드라마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12세기 십자군과 이슬람군을 재현한 대규모 전투 장면은 가히 압도적이다. 장면 하나하나에 ‘돈 냄새’가 진동한다. 막대한 제작비가 든 작품이지만, 전쟁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보기에 불편하고 어이없는 감정은 어쩔 수가 없다. “왜 저렇게 죽고 죽여야 하나? 꼭 저래야만 하나?” 영화는 200년(1096~1290년) 가까이 7차례
한국문학번역원이 인도네시아 단편 소설집 “달과 빨간 저고리를 입은 마술사”를 출간한다. 이 책은 한국문학번역원의 출판 브랜드 ‘마음이음’에서 출간하는 ‘우리가 몰랐던 세계문학' 시리즈의 네 번째 단행본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인도네시아 바카(BACA) 출판사에서는 한국문학선집 “Potongan Tubuh(시체들)”을 출간한 바 있다.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2017년부터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언어권의 훌륭한 문학작품을 상호 번역해 소개하는 교차출간 사업으로 ‘우리가 몰랐던 세계문학' 시리즈를 출간하고
리안(李安) 감독에게 2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 ‘라이프 오브 파이(2012년)’는 스페인 태생 캐나다 작가인 얀 마르텔(Yaan Martel)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01년 출판돼 전세계 50여 개국에서 1200만부 이상 판매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대만의 거장 리안 감독이 유려한 솜씨로 스크린에 풀어냈다. ‘와호장룡’ ‘색ㆍ계’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리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2006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거장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 역시 관객과 평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호평을 받으며 201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이란의 정치체제는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신정과 삼권분립이 결합되어, 정권을 쥔 시아파 이슬람교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밑에 대통령 중심의 공화제가 형성되어 있다. 대통령보다는 최고 지도자에 의존하는 사실상의 신정독재체제이다. 그렇다 보니 이란에서는 이념과 종교가 강요되며, 이것이 생활을 제한하기도 한다. 김중식 시인은 지난 2012년 주이란 한국대사관에 3년 반 동안 근무하며, 당시에 느낀 답답함과 자유에 대한 생각을 시로 써냈다. 지난 7월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출간된 시집 “울지도 못했다”
이탈리아의 식민지 지배에 대항하는 리비아 민중항거가 20년 가까이 지속되자 로마제국의 부활을 꿈꾸던 무솔리니는 마침내 폭발한다. 무솔리니는 로돌포 그라치아니 장군을 리비아 총독으로 임명해 반군 섬멸의 특명을 내린다. 이탈리아 최정예 사단과 기갑부대가 리비아 사막으로 총집결해 무자비한 공세를 시작했다.그라치아니 장군이 이끄는 이탈리아군은 반군의 공급원이 되는 리비아의 모든 주거 지역에 들이닥친다. 반군과 양민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학살을 자행하고, 거주민들을 모두 끌어다 수용소에 가둔다. 양민들과 포로들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고문과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올해는 이스라엘의 독립이 선포되며, 팔레스타인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터전에서 쫓겨난 ‘나크바(대재앙)의 날’ 70주년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서 성지로 삼는 ‘예루살렘’을 둘러싼 크고 작은 분쟁 탓에 오히려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예루살렘은 국제법상으로 따지면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분쟁지이다. 하지만 작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인하고, 올해 5월에는 미국 대사관을 이전시키면서 논란은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아킬레스의 분노Achilles's Wrath제1장 1편 보기[뉴스페이퍼 = 김상천 문예비평가] 미국과 이란의 줄다리기는 그리스 이래 계속되어 온 역사의 끈질긴 악연 때문이라는 거, 즉 미국이 서구적 사유와 정신세계의 기원인 그리스를 대변하고, 이란이 동양적 사유와 정신세계를 대변하는 페르시아를 상징한다는 거-‘이란Iran’은 중앙아시아 스텝지역에 거주하던 아리안족의 일부가 남쪽으로 이동해 세운 국가입니다. 아리안은 ‘고귀하다’는 뜻으로 1935년 ‘아리안의 나라’라는 뜻에서 국호를 이란으로 정했다고
김은미(56) CEO스위트 대표는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공은 물론 행복조차도 자기계발서를 통해 학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행복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행복 찾기를 멈출 때 어쩌면 행복이 찾아올지도 몰라요. 자신의 존재 자체를 행복의 조건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행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우리의 말이나 행동이 아
오명(76) 전 부총리는 정부에서 일할 때 “직업이 장관”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두 대학의 총장으로 있었고 신문사 사장, 대기업 회장을 역임했다. 경기고ㆍ육사를 나와 대령으로 예편했는데 이례적으로 장성들이 수두룩한 육사총동창회 회장을 지냈다. 이 조직 운용의 달인은 청춘들에게 ‘똑똑하면서도 게으른 리더’가 되라고 권했다. Q 멘티가 멘토에게평생을 바칠 만큼
김윤석, 강동원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흥행배우를 동원, 지난해 11월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 관람객 수는 540만명이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1000만 관객’ 영화가 심심치 않은 형편에 비춰보면 다소 실망스럽다. 영화 비수기인 11월에 개봉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에게 생소한 가톨릭의 내밀한 종교의식을 다루고 있다는 것, 강동원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에 1월 7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괴한들이 침입, 총기를 난사해 편집장을 비롯한 1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듯한 만평을 실었다는 게 학살의 이유다. 프랑스 국민들은 ‘언론 탄압’이라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런데 일부에서 이상한 논리가 나온다. 언론 표현의 자유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군대를 배치하면서까지 소매점의 대폭적인 가격 할인을 강제한 11월 11일(현지시간) 각 가전제품 상점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섰다. 11월 첫째주 몇몇 가전제품 소매점을 장악한 마두로 대통령은 10일 밤부터 의류ㆍ신발ㆍ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할인해주고 있는지 감시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또한 54%
터키에서 사상 초유의 키스시위가 벌어졌다.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슬람주의의 반발에서 비롯됐다. 시위의 배경은 세속주의냐 이슬람주의냐를 둔 정치적 대립에 있었다. 시위는 몇분 만에 끝났지만 터키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키스는 상징에 불과했다.5월 25일 터키 수도 앙카라 도심에서 상상도 못할 ‘키스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200여명의 시민은 앙카라 쿠르툴
오만한 골프는 ‘생각하지 않는 골프’다. 이른바 ‘개념이 없는 골프’다. 언더파도 가능한 ‘주말골퍼 동급 최강’이라고 으스대며 감히 최상호 프로에게 도전장을 냈던 필자는 젖먹던 힘까지 쏟아 스윙을 했지만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지고 말았다.주말골퍼도 최경주가 치렀던 똑같은 코스에서 대등한 스코어를 낼 수있는 게 골프라고 언급한 바 있다
풍신수길豊臣秀吉 가문과 통일된 일본의 통치권을 놓고 대립한 덕천가강德川家康 가문은 보통 18명 이상 자녀를 두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축첩으로 몇 사람이나 두었을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프랑스가 자랑하는 문호들의 소설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간통을 사랑의 주제로 삼고 있다. 이것은 유럽 사회에 간통이 빈번하고, 그런 바람기 문화가 이미 오래 전부터 성립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