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의 5가지 잘못

▲ 현정은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주주 권익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사진=뉴시스]
현대엘리베이터-쉰들러의 ‘10년 전쟁’에는 국내 재벌의 비뚤어진 자화상이 모두 들어 있다. 핵심 계열사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순환출자 구조, 파생상품의 악용, 보호받지 못하는 주주의 권익,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외이사, 그룹 오너의 독선적인 경영 등이다.

현대엘리베이터-쉰들러 사태를 보면 우리나라 ‘재벌 오너경영 체제’의 문제점과 독선적 시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첫째, 순환출자 구조의 문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그룹사를 지배하고 있다. 현대상선에 대한 지배는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로지스틱스를 통해 이뤄진다. 또한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현정은 회장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 위해선 현대상선의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정은 회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

둘째, 파생상품의 오용ㆍ악용 문제다. 현정은 회장은 케이프포춘ㆍ넥스젠캐피탈 ㆍNH농협증권 등과 다양한 형식의 파생상품계약을 맺어 현대상선 지분 13%를 확보하고 있다. 계약의 중요 내용은 계약 상대방들이 현대상선 주식을 매입해 보유하는 조건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들에게 높은 이자를 지불하며 현대상선 주가가 매입가격보다 하락시 손실을 보전한다는 것이다.

이런 계약이 현대엘리베이터에게 무슨 득을 주는 것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런 파생상품 계약으로 2013년 12월 13일 기준 572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룹 오너의 부족한 지분 확보를 위해 계열사의 희생이 강요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셋째, 주주들의 권익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개인의 그룹경영권 유지를 위해 다른 주주의 손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경영상의 문제도 아닌 오너 개인의 지분확보 문제로 회사에 대규모의 손실이 났는데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들의 권익은 전혀 보호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2대 주주인 쉰들러의 입장에서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 것임에도 과거 인수ㆍ합병(M&A)을 많이 한 외국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주주의 정당한 요구가 묵살당하는 분위기는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쉰들러와 같이 경영상의 목적을 이유로 참여한 주주를 마치 ‘적대적(hostile) M&A’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사냥꾼으로 몰고 가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오도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 [더스쿠프 그래픽]
넷째,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과 전혀 무관할 뿐만 아니라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는 파생상품계약에 대해 사외이사들은 과연 어떤 입장을 취했는가. 또한 1년에 세차례나 유상증자를 하는 회사의 의사결정에 사외이사들은 어떤 입장이었는가. 유상증자가 주가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유상증자를 세번씩이나 그것도 말도 안 되는 파생상품계약 손실을 메꾸기 위해 연이어 하는데 가만히 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를 위해 사외이사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섯째, 그룹 오너의 독선적 경영과 신뢰감 상실 문제다. 적어도 그룹 오너라면 경영윤리가 있어야 하고 주주들과 경영파트너들에게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한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오랜 파트너와의 관계도 헌신짝처럼 버리고 회사나 주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독선적 경영으로는 그룹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없다. 중국인들은 무엇보다도 관시關係, 다시 말해 인간관계를 제일 중요시한다고 하지 않던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오세경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koh@konkuk.ac.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