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동의 Inno-Process

대구의 17개의 중소기업들이 공동사업체를 만들었다. 이 사례가 주목을 받는 것은 대구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했기 때문이다. 경쟁시장에서 열위에 있는 지방 중소기업에 생존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 중소기업 간의 공동대응은 상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중소기업은 마케팅 전략으로 ‘4P’를 활용한다. 4P전략은 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Product(제품)ㆍPrice(가격)ㆍPromotion(촉진)ㆍPlace(유통)을 뜻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격전략이다. 중소기업은 수입제품과 가격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기업 사이에서 방안으로 떠오른 것은 원자재공동구매다. 동종업계의 업체들이 모여서 원자재를 공동으로 매입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원자재공동구매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간 공동대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쇼핑몰을 구축해 자체 유통망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협업과 상생 가능성 보여줘

공동대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3가지다. 공동물류기지와 협업단지를 조성하고, 우수인력의 이직을 방지하며 인력관리가 수월해진다. 나아가 공동브랜드 론칭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십시일반으로 연구개발(R&D) 비용을 부담해 신기술을 개발한다. 유통망 확보 역시 중소업체들이 모이면 가능하다. 그동안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자체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해 복잡한 유통망을 형성했다. 이 때문에 제품의 시장공급이 지연되거나 유통마진이 증가해 가격이 상승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중소기업 간의 공동대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홈쇼핑 등을 활용해 공동쇼핑몰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 간의 공동대응으로 제품 촉진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제품이 우수해도 판촉이 쉽지 않다. 하지만 공동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업을 모색하면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도 판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중소기업의 공동대응은 자금력ㆍ점유율ㆍ인지도가 열악한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공동대응을 통해 중소기업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를 살펴보자. 대구지역의 중소기업이 모여 만든 공동브랜드 L사업체는 스포츠의류ㆍ와이셔츠ㆍ넥타이ㆍ양말 등을 생산하는 17개 중소업체가 모였다. 눈에 띄는 것은 공동사업체들이 생산에만 전념한다는 거다. 대신 브랜드 육성과 홍보ㆍ마케팅은 대구시와 대구상공회의소가 맡는다. 중소기업과 민관이 협력해 공동대응하는 셈이다.

덕분에 L사업체는 국내백화점 10곳, 대형마트 57곳, 공동판매장 6곳 등 총 93개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었고, 미국ㆍ영국ㆍ독일ㆍ일본 등 11개국에서 상표를 출원하는 데 성공했다. L사업체의 사례가 의미있는 것은 대구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했기 때문이다. 경쟁시장에서 열위에 있는 지방 중소기업에 생존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공동대응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L사업체는 신사업 개발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부품소재산업에 진출해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의 기술차이를 좁혔을 뿐만 아니라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기술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기 생존전략 ‘공동대응’

그동안 부품소재산업에 뛰어들었던 중소기업이 인지도와 판촉에서 한계를 보이며 시장을 개척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L사업체의 공동브랜드 전략이 중소기업 간 공동대응과 상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경영상의 문제를 상호보완이라는 전략으로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L사업체는 약자들의 불확실한 미래의 대안이면서 상생과 협력이 중요함을 방증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공동사업체를 구성한 중소기업에게 꼭 들어맞는 격언이 아닐까 싶다.
최명동 메인비즈협회 원장 mdchoi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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