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호의 유쾌한 콘텐트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 연기도 하고, 감독도 하고, 촬영에 편집까지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배급처 잡고, 광고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창의산업이 성장하려면 분야별 전문가의 존재를 이해하고, 이들을 융합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존재해야 한다.

▲ 콘텐트 산업은 전문성을 융합하는 게 특징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창조경제의 핵심요소는 창조성, 디지털 라이징, 생산기반 구조 등 세가지다. 이를 좀 더 압축한다면 창조성과 생산기반 구조가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경제의 시작은 개인이지만 그 성공은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를 통해 완성된다. 창의력이 풍부한 사람이 창조하는 건 창작품이며 예술품에 보다 가깝다. 그러나 산업과 경제에서 요구하는 것은 예술품이 아닌 상품이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품까지 만들어 내라고 하는 것, 나아가 판매까지 하라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다. 그래서 창조경제의 성장을 생각할 때 영국의 창의산업, 우리나라의 콘텐트 산업 등 모델이 필요한 거다. 이들 산업이 갖고 있는 전문성의 융합화 모델, 콘텐트 생태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콘텐트 산업의 특징은 ‘전문성의 융합’이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와 같이 스토리를 생산하는 1차 생산자, 1차 생산물을 바탕으로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 완성 콘텐트를 만드는 2차 생산자,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등을 통해 콘텐트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3차 생산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정된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서로 결합하며 융합해 하나의 생태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콘텐트 산업의 특징이다. 이는 곧 콘텐트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분야별 전문가를 육성·지원해야 함은 물론 이를 융합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어 내야 함을 의미한다.

▲ [더스쿠프 그래픽]
창조경제 또한 마찬가지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예술적 발상을 통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소비자 기호와 선호에 맞춰 상품화하는 건 쉽지 않다. 자금 유치, 대량생산 체제 및 유통망 확보, 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 역시 어렵긴 매한가지다. 이렇게 수많은 일은 창작자 1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는 시나리오 작가에게 연기도 하고, 감독도 하고, 촬영에 편집까지 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배급처 잡고, 광고도 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창의산업이 성장하려면 분야별 전문가의 존재를 이해하고, 이들을 융합하는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거듭 말하지만 창조경제는 ‘창의적 상품’ 중심 경제를 뜻한다. 이때 중요한 건 ‘창의’와 ‘상품’을 균등한 비중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창의력은 개인 비중이 높은 개념이고, 상품은 산업적 구조에 훨씬 높은 비중을 둔 개념이다. 창조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개인만큼이나 생산구조의 발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이런 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건 에너지고, 그 에너지는 생태계 외부에서 유입된다. 자연 생태계가 존재하는 이유는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태양에너지, 물, 공기가 존재해서다. 창조경제 생태계 또한 외부 에너지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의 양과 질이며 배분이다. 쉽게 말해서 1·2·3차 콘텐트 생산자들에게 유입되는 에너지의 양의 크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결론은 분명하다. 생물계에 태양에너지가 필요하듯 창조경제에도 다양한 외부 에너지가 투입돼야 한다.
류준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연구교수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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