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의 묘미

▲ 적립식 펀드는 당장의 손해만 보고 해약하면 수익을 얻을 수 없다.[사진=뉴시스]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나라 경제가 폭삭 주저앉지 않는 이상 주가는 계속 내려갈 수도 없다. 내려갔던 주가도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는다는 얘기다. 적립식 펀드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가가 제자리를 찾으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거다. 필요한 건 기다림이다.

지난 칼럼에서 투자의 근본적인 위험과 그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을 얘기했다. ‘무엇을, 언제 사서 팔까’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적립식 펀드라는 것도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 방법을 신뢰하지 않는다. 아니 알고 있어도 거기에 맞게 행동하지 않는다. 아마도 믿지 못해서라기보다는 견디지 못해서일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매월 50만원씩 불입하는 적립식 펀드에 3년간 투자하기로 했다고 치자. 최초 코스피가 2000포인트일 때 일단 첫번째 투자금 50만원을 입금했다. 당연히 통장에는 평가금액에 50만원이 적혀 있다. 그런데 코스피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그러면 불입을 거듭할수록 통장에 찍히는 평가금액은 눈을 크게 뜨게 한다. 평가금액이 원금보다 적어서다. 예컨대 6회차일 때 원금은 300만원이 돼야 하지만, 주가 하락으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평가금액은 원금보다 적은 금액으로 찍힌다. 이자가 붙어도 시원찮을 마당에 손해를 본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참을 만하다 싶어 계속 불입을 했다. 그랬더니 1년이 지난 시점에는 정말 기절할 일이 벌어진다. 원금은 600만원인데 평가금액은 고작 500여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역시 주가하락으로 약 100만원을 손해 본 것이다. 두달치 불입금이 날아간 셈이다.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당연히 참고 투자를 계속할 사람보다는 속았다며 지금이라도 멈추고 펀드를 깨자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펀드를 깨면 절대 수익을 볼 수 없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변동성은 오름과 내림이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중요한 건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다는 거다. 뚝뚝 떨어지던 주가도 언젠가는 오른다. 그러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가가 제자리만 찾으면 원금에 이자가 붙은 걸 확인할 수 있어서다.

원리는 간단하다. 적립식 펀드는 주가가 떨어질 때 매입좌수를 늘리기 때문에 주가가 제자리를 찾으면 가격이 낮을 때 사놨던 주식들이 제 가격을 받는 것이다. 물론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 실망해서 펀드를 깬 사람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적립식 펀드 투자는 단순한 시간의 함수가 아닌 변동성의 함수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

손실이 클 때 많은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변한다. 계속 그렇게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해서다. 그래서 해약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서 펀드를 깨지 않고 납입을 멈춘 후 지켜본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1~2년 느긋하게 주가가 다시 회복될 때를 기다리라는 거다.

만약 당신이 평가금액에 나타난 손실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클 때, 이를 감내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성공적 투자의 문턱에 서 있는 사람이다. 적립식 펀드 투자에서 평가금액은 단순히 평가금액일 뿐이다. 눈에 보이는 손해에 연연하지 말고 기다린다면 그 열매는 상상 이상의 결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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