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 人災, 규제완화가 화근

▲ 무차별적인 규제완화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로 국민의 가슴에 눈물이 흘렀다. 피어보지도 못한 우리의 아들 딸들을 생각하면 막막하고 답답하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세월호. 선령이 무려 20년이다. 노후된 배다. 그런데 어떻게 운행이 가능했을까. 2009년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 배의 운항기한을 30년으로 늘렸다.

우리나라 해운법 시행규칙 제5조2항에 따르면 “해상여객운송사업의 여객선 선령船齡기준은 20년 이하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선령제한 20년은 노후선박으로 인한 해난사고 예방목적으로 1985년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노후선박 20년 제한은 너무 엄격하다는 해상운송사업 입김에 1991년 5년 범위 이내에 연장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권 때인 2009년 1월 30년까지 운항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배의 운항 햇수를 완화하면 기업비용이 연간 200억원 절감될 것이라는 기업 입장을 반영해서다. 규제완화가 되지 않았더라면 세월호의 선령船齡이 20년인 것을 감안하면 개정 전 법 기준으로 폐기처분됐어야 할 배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운행 중인 연안여객선은 모두 173척이다. 20년 이상 운항되는 노후 여객선은 세월호를 포함해 모두 42척이다. 전체 여객선의 24.3%에 달한다. 국내 운항 중인 여객선 4대 중 1대는 ‘늙은 배’라는 뜻이다.

이런 소식들이 알려지면서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생결단’의 의지를 내비치며 규제완화에 속도를 낸 반면 정치권 안팎에서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현실로 나타난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 3월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우리가 성장을 해야 되는데 규제라는 암癌을 같이 안고 사는 것은 나라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이라며 “(규제개혁을 위해) 사생결단하고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정부 부처는 규제개혁을 위한 속도를 높였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시각과 함께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당시 민주당 대표)는 “손톱 밑 가시는 뽑아야 하지만 교차로 신호등까지 없앤다면 그야말로 연일 대형 참사가 벌어질 것”이라며 “무차별적인 규제 없애기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고 이전에도 세월호의 기계결함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선박 노후가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확인될 경우 정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도 4월 16일 기자회견에서 “규제완화가 재벌ㆍ대기업의 오랜 민원을 해결해주고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고 선박 세월호는 1994년 6월 일본에서 건조됐다. 5997t으로 진수된 이후 일본에서 589t에 해당하는 시설물이 증설된 이후 2012년 한국으로 인도됐다. 청해진해운은 이듬해 3월까지 5층을 증축하면서 239t 분량의 객실을 증설해 최대 승선인원을 804명에서 921명으로 늘렸다. 총 톤수도 6835t급으로 개조했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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