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는 진짜 안전한가

▲ 대형주의 주가 변동성이 적다고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건 아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대마불사大馬不死. 큰 말은 죽지 않는다는 바둑용어다. 바둑을 둘 때 여러 개의 바둑점이 이어져 있으면 살 길이 생겨 죽지 않는다는 의미다. 바둑용어지만 증권가에서는 ‘낙폭과대 대형주’를 대마에 비유해 종종 쓰인다. 과연 낙폭과대 대형주는 언제나 ‘불사’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 ‘대마大馬’가 ‘불사不死’인 건 맞다. 문제는 ‘낙폭과대 대형주’가 모두 ‘대마’는 아니라는 거다. ‘대형주’는 자본금 750억원 이상의 회사가 발행한 주식이다. 법적으로 명시된 기준은 아니다.

증권거래소에서 편의상 만든 종목 분류의 기준일 뿐이다. 물론 대형주는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에 거래량 대비 주가의 변동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주가가 하락할 확률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쉽게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만큼 쉽게 상승하지도 않는다’고 해석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대형주에는 자본금 외엔 회사 관련 조건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형주에 대해 맹목적인 ‘대마불사’의 믿음을 갖는 건 옳지 못하다.

진짜 대마는 실적으로 판단한다. 해당 기업들이 모두 영리법인 주식회사인 만큼 당연한 얘기다. 실적은 해당 기업의 과거에 불과해 경우에 따라 미래의 성장성이나 비전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이 성장성과 비전을 현실화하는 걸 투자자가 확인할 길은 실적뿐이다. 이를 통해 현재 주가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주당시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인 ‘주가수익비율(PER)’을 특정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삼는 건 이 때문이다. 실적은 주가로 이어진다. 4월 중순부터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졌다. 주요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말 예상치보다 20% 이상 하향 조정됐고, 실적이 긍정적으로 개선된 종목들의 주가는 상승했다.

 
따라서 낙폭과대 대형주가 진정한 대마인지 그저 떨어지는 칼날일 뿐인지를 구별해야 할 때는 해당 기업의 실적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좋은 실적을 거두고 꾸준히 실적이 증가하는 기업은 낙폭과대(주가 하락)의 원인이 소멸되면 주가가 다시 회복되게 마련이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하지만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기업은 아무리 현재 좋은 평가를 받는 업종이고, 뛰어난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고 있어도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이기 힘들다.

실적이 악화됐다면 일회성 비용지불로 인한 단기적 이슈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향후 실적 개선 여부는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당 기업의 주식 목표가격 혹은 적정가격을 산정할 때는 이익전망치(Forward PER)가 이용되기 때문이다. 이를 업종 평균 혹은 경쟁사들과 비교해 상대적 고ㆍ저평가 여부를 판단한다. 단순히 매출액과 영업이익만을 파악할 게 아니라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 부채비율을 통한 이자비용의 과다여부 등을 통해 해당 기업을 자세히 파악할 것을 권한다.

이런 것들은 기초적인 내용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명한 대형주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경우 ‘주가가 바닥이다’ ‘빠질 만큼 빠졌다’는 말에 휩쓸려 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먼저 해당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하락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이 해소된 이후에 관심을 갖고 매수를 해야 할 것이다.
이성환 한화투자증권 올림픽지점 PB sunghwan.lee@hanw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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