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16세기 영국 금융업자 토머스 그레셤의 이론이다. 일명 ‘그레셤의 법칙’으로 불리는 이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구축’이라는 표현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구축構築(기초를 닦아 세우거나 마련)이 아니라 구축驅逐(대상을 물리쳐 몰아냄)이다.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는 뜻이다. 액면가는 같지만 순도가 다른 두 개의 은화가 있다고 치자.

▲ 2주 안에 비너스 몸매를 만들 수 있다는 다이어트 업계의 주장을 믿으면 안된다.[사진=뉴시스]
사람들은 순도 높은 은화는 보관하고 함량이 낮은 은화만을 사용할 것이 뻔하므로 결국 시중에는 품질이 저급한 은화만 유통되게 될 것이다. 역사적 의미만 있을 뿐, 현재 이 말은 경제용어를 넘어 그 의미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양질의 살코기로 만든 소시지가 적합한 가격으로 시중에서 팔리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상하기 직전의 고기에 발색제나 방부제를 섞어 만든 유사 제품을 싸게 판다. 사람들이 이 제품을 선호하자 양질의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진다. 불량 제품이 우수한 제품을 구축한 것이다.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시즌이 되면 들불처럼 번지는 다이어트의 유행도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와 다르지 않다. 여름철 다이어트 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2주 안에 비너스 몸매를 만들어 주겠다며 비현실적 몸매의 여신을 광고 전면에 내세운다. 스틱형 제품 몇 포를 먹으면 8등신 미인이 되고, 양껏 먹어도 자사 제품을 복용하면 살찔 걱정은 제로라고 한다. 우리 몸의 복잡한 대사과정을 살펴본다면 실소조차 아까운 이론이다.

이런 과대홍보에 소비자는 빠져들 수밖에 없다. 손쉬운 해법을 정말 명쾌하게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 유혹도 만만치 않을 게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지구 인구 21억명이 비만, 또는 과체중이라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대표적 예가 다이어트 관련 시장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떤 다이어트 방법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내 몸을 망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습관은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필자가 여러 번에 걸쳐 바른 생활습관을 강조하는 이유는 늦으면 늦을수록 내 몸은 나빠지고 되돌릴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한번뿐인 인생을 마음껏 먹고 즐기며 살겠다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인간 생명이 기계처럼 단순하지 않아 쉽게 끊어지지 않으므로 오랜 고통을 경험한다는 게 문제다. 사람이 몸을 관리하지 않으면 그 몸은 스스로 보존ㆍ생존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은 각종 질병으로 나타난다. 역설적으로 보면 각종 질병은 몸이 살려고 내놓는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치유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병든 몸으로 남은 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100마디 말보다 한번의 행동이 더 설득력이 있다. 나와 내 주위의 모든 이들을 위해 당장 절주와 금연부터 실천해 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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