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터닝포인트 3분기

▲ 유로존 통화정책의 효과는 3분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돈을 푼다고 돈이 도는 건 아니다. 시장에 돈이 제대로 돌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완화정책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3분기 이후에나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경제를 흔드는 변수가 워낙 많아서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유로존도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 카드를 사용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 5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사용을 결정했다. 기준금리를 0.25%에서 0.15%로 낮추고 초단기 수신금리인 ECB의 예금금리를 0%에서 마이너스 0.1%로 인하했다. 불태화를 통한 유동성 흡수 조치를 중단했다. ECB의 목표는 대출확대를 통해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유로화 강세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ECB의 정책이 가져올 경기부양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예상했던 정책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로화 가치는 더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월 4일 유로당 1.3599달러를 기록했던 유로화는 정책이 발표된 5일 1.3660달러를 기록하며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다행히 약세가 돌아섰지만 12일 1.3554 달러를 기록, 하락폭은 크지 않다. 시장에 풀 돈이 많지 않은 것도 경기부양효과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2년간의 재정긴축 정책의 영향으로 유동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예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의 통화량 규모가 금융위기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공격적인 통화완화 조치가 없다면 시장의 디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CB 통화정책의 본격적인 효과는 3분기 이후 나타날 전망이다. 무엇보다 ECB의 추가조치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ECB가 비전통적 수단의 사용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며 “우리의 조치는 끝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경우 추가정책시행에 나설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실제로 ECB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을 준비하고 있다. 2013년 유로존의 ABS 발행금액은 1808억 유로로 2008년 7111억 유로보다 크게 줄었다. 하지만 ABS 발행규모가 확대되면 ECB의 매입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은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ABS를 발행하게 되면 은행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며 “시작 규모는 크지 않겠지만 ABS 매입정책이 낮은 금리로 조달한 자금이 민간 대출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은행권의 스트레스 테스트(자산건전성 평가)가 10월에 마무리될 거라는 점도 변수다. 이 테스트의 영향으로 은행권은 부채를 감축할 수밖에 없어 통화정책의 효과는 3분기 이후에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종료 시점도 ECB 통화정책과 연관성이 있다. 올 10~12월 미국이 테이퍼링을 종료하고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약세를 보이고 있던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유로화 약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예정된 일정을 생각할 때 유로화의 본격적인 약세는 3분기 중반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유로존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와 미국의 테이퍼링 등이 완료되고 ECB의 자산규모 증가가 예상되는 3분기 이후에 유로화의 약세와 수출 증가가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고 밝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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