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한국경제 하반기

상승세를 타던 국내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기부양책의 기대감이 떨어진데다 대외상황까지 좋지 않아서다. 문제는 상승세를 기대해도 괜찮느냐다. 아쉽게도 지금은 ‘보수적인 관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국내 기업의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 좋았던 건 7%에 불과하다. 한국경제가 어려운 싸움을 시작했다.

▲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사진=뉴시스]
국내 증시가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8월 첫째주 코스피는 주중 고점 대비 50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8월 8일의 낙폭이 컸다. 러시아와 범凡서방 국가 사이의 격화된 대립, 유럽중앙은행(ECB)은 미흡한 양적완화 시그널이 영향을 끼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공습 승인 소식은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알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국내 증시는 그동안 내수부양책과 중국의 경기 모멘텀 회복이라는 기대감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두 요소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대외 악재에 휘둘리기 시작했다. 리비아ㆍ우크라이나ㆍ이라크ㆍ이스라엘 등에서 동시다발적인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있고 미국 금리 조기 인상 논쟁은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부문제도 있다. 이익추정치의 하향세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를 넘어섰다. 배당 성향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할증의 영향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국내 증시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하락의 원인들이 사라져야 한다. 첫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돼야 한다. 둘째, ECB의 양적완화 정책 시행 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지연 의지가 확인돼야 한다. 셋째, 한국은행의 0.5% 이상의 금리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 이밖에 중국 경기와 국내 기업의 이익 추정치 반등이 필요하다.

하반기 증시 반등 가능성 있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ECBㆍFedㆍ한국은행 등은 정책 변수이므로 판단하기 힘들다. 현재로는 낙관도 비관도 섣부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잠잠해지고 있지만 언제 다시 부각될지 알 수 없어서다. ECB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의 실행여부는 일러도 9월께가 돼야 확인 가능하고 Fed의 금리 인상 논쟁은 이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얼마나 인하될지 역시 에측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책변수를 중립이라고 가정하고 나머지 변수의 영향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 경기 반등 지속 가능성이다. 이는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중국의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8월 말 31까지 상승했지만 최근 28로 하락했다. 2010년 이후 대체로 30~40% 부근에서 상승과 하락이 이뤄진 경우가 많아 추가 상승보다는 하락할 공산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중국 경기가 반등해도 우리나라 실물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어려울 거라는 점이다. 지난 8일 발표된 중국의 수출 데이터는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수출은 전년 대비 14.5% 증가했다. 하지만 수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한국제품을 얼마나 수입했는지다. 하지만 중국의 대對한국 수입증가율에서 중국 대외수출증가율을 제외한 수치는 마이너스 15%(7월)로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이 수출증가로 경기가 호전됐더라도 한국산 제품 수입은 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중국 수출개선에 따른 국내 수출개선 효과가 줄어든 것이다. 결국은 중국의 재고부담에 따른 밀어내기식 수출이 진정돼야 국내의 수출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상승 요인이 약하다면 내부에서 구원군을 찾아야 한다. 내부 구원군으로는 기업의 실적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 실적이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 수 있을까. 2012년 이후 분기별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162개 국내기업 가운데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86개다. 이 기업들은 2분기 18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시장의 예상치 19조4000억원보다 7% 밑돌았지만 2012년 3분기 이후 시장의 예측과 가장 비슷했다. 이익 추정치에 대한 신뢰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박스권 흐름에 대비한 전략 필요해 

그렇다면 이익 추정치 흐름을 짐작하기 위해 지난해 3분기 실적 시즌 당시의 흐름을 살펴보자. 지난해 3분기 주요기업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11월 이후 두달 동안 2013년 이익 추정치는 3%가량 하락했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두달 동안 이익추정치는 4%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두 분기가 남았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하향폭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하반기 이익이 상반기보다 부진했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코스피의 분기별 기업 실적을 살펴보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좋았던 경우는 14년 동안 3번에 불과했다. 그중 2003년과 2009년은 카드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 좋았던 경우는 2005년이 유일했다. 과거 통계만 놓고 볼 때 하반기 기업실적이 상반기보다 좋을 확률은 7%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현재 시장의 하반기 이익 추정치는 47조원 정도로 상반기 잠정 이익 41조원에 비해 16%가량 높은 상황이다. 바꿔 이야기하면 하반기 추정치가 최소 14% 하향돼야 한다는 의미다. 2000년 이후 하반기 순이익이 상반기의 70~80%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반기 추정치는 현재보다 30%가량 떨어져야 한다. 게다가 세법 개정으로 기업의 4분기 일회성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연간 이익 추정치가 10~20% 이상 추가 하향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향후 두달 동안 올해 이익 추정치가 4% 정도 하락하고 연말까지 10%가량 내려갈 공산이 크다. 이익 추정치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증시에 영향을 주는 여러가지 변수를 살펴봤을 때 박스권 상단 돌파를 당장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내수 부양정책으로 배당성향 상승, 내수 성장 등의 기대감이 반영됐지만 대외 악재가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였다. 기업실적의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박스권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박스권 상단은(12개월 선행 PER 11배 적용) 기업 실적 조정치를 반영한 2070~ 2090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 지수대는 당분간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 매입보다 적절한 차익실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스권 하단으로는 주가순자산비율(PRB) 1배를 제시한다. PBR에 사용되는 주당순자산(BPS)은 12개월 선행이다. 톰슨로이터에서 제공하는 올해말 BPS 1배는 현재 1900포인트다. 여기에 기업실적 추정 하향치를 반영하면 연말 BPS 1배는 대략 1850~1900포인트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코스피지수 1950~2000포인트를 저평가 영역으로 생각하고 지수가 이 영역에 진입할 때 주식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1950포인트를 밑돌 때는 적극적인 비중확대가 필요하다.
곽현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gwak81@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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