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나은 아우도 있다
형보다 나은 아우도 있다
  •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 호수 109
  • 승인 2014.09.26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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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다운사이징 시대

부동산 호황기엔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법이 유행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중대형 아파트를 매입해야 했고, 당연히 ‘업사이징(upsizing)’이 대세였다. 요즘은 다르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고, 인구구조가 변하면서 집 크기를 줄이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중소 수익형 부동산이 열풍을 일으키는 까닭이다.

▲ 중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부동산 장기침체의 영향이다.[사진=뉴시스]

#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전용 198㎡(약 60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이진희(62)씨는 100㎡(약 30평)대로 이사를 가려고 집을 내놨다. 자녀들이 출가해 굳이 넓은 집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관리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작은 주택으로 옮기면서 생기는 자금으로 월세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거주하는 박경한(61)씨는 평생 모은 돈을 몽땅 털어 지난해 서울 교대역 근처에 5층 건물을 100억원에 매입했다. 애초부터 시세차익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매달 임대료만 받아도 노후 생활은 걱정 없으려니 했다. 더구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강남 ‘건물 오너’로 신분이 격상됐다는 기분에 흡족했다. 하지만 이런 만족은 몇달 가지 못했다. 기대와 현실이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임차인들은 시시때때로 민원을 제기했고, 월세를 내지 않는 이들도 허다했다. 결국 박씨는 최근 건물을 팔기로 마음먹고 매물로 내놨다. 그는 “건물을 매입하기 전 의뢰가 들어왔던 선先임대 분양상가에 투자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다운사이징(down sizing)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평수가 많은 강남권 중개업소에 “집 크기를 줄이고 싶다”는 의뢰가 크게 늘어났을 정도다. 심지어 “전용 140㎡(약 50평)를 넘는 대형 아파트에 돈을 묻어두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는 얘기도 강남 부유층 사이에 퍼지고 있다. 부동산 다운사이징을 통해 발생하는 여유자금으로 자산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이 그렇다. 1주택자는 집 크기를 줄이고 다주택자는 보유주택을 처분하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무주택자들은 집을 사겠다는 생각보다는 전셋집에 눌러앉고 있다. 대신 투자자의 수요는 전용 85㎡(약 25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 30㎡(약 9평) 이하 원룸 오피스텔에 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다운사이징이 확산되는 원인은 뭘까. 무엇보다 고령사회 진입, 이혼ㆍ만혼의 증가 등으로 소형 주택 수요가 증가한 데다 집값 하락 우려로 다주택자가 보유주택을 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업체들이 시장 호황기에 경쟁적으로 쏟아냈던 고분양가 대형 아파트는 다운사이징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맞물려 가계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고비용 아파트를 외면하고 있어서다.

다주택자, 보유주택 처분 분위기

베이비붐 세대가 속속 은퇴 대열에 합류하는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인구의 15.2%인 714만명으로 추산되는 베이비붐 세대 중 300여만명은 9년간에 걸쳐 직장에서 은퇴할 것으로 추정된다. 1955~1963년 출생한 47~55세를 일컫는 베이비붐 세대는 지난 10여년간 부동산 시장을 이끌어왔다. 이들이 은퇴하면 수요감소에 따른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단카이 세대(1942~1949년 출생)’의 은퇴가 부동산 시장침체를 이끌었다.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 기반이 취약해져 부동산의 투자매력이 떨어진 것도 이유다. 국내 인구 구조는 인구 증가 둔화, 고령화 가속화, 베이비붐 세대 은퇴, 1~2인 세대 증가 등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통계청이 5년 단위로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인구센서스)를 보면 국내 인구구조의 변화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평균 세대원 수는 1985년 4.09명에서 2005년에는 2.88명으로 줄었다. 저출산 등 각종 여파가 반영된 결과다.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돼 2020년에는 세대당 2.48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처럼 다운사이징 열풍이 부동산 시장에 불고 있지만 장기적 흐름이 되진 않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주택시장이 투자시장으로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더라도 인구 등 몇가지 변수만으로 시장이 죽을 것으로 예단하는 건 성급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운사이징 열풍이 ‘중소형 주택’의 인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엔 이견이 거의 없다. 미래 투자자는 시세차익보단 현금흐름을 중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갈수록 유망해질 거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과거보다 투자규모를 줄여야 한다.
▲ 부동산 다운사이징의 원인으로‘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꼽힌다.[사진=뉴시스]
실제로 중소형 주택의 공급량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중소형 주택 인허가 비중은 2007년 63%에서 2010년 73%로 3년 새 10%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인허가된 전용면적 85㎡(약 25평) 이하 중소형 주택은 36만여 가구로 전체 44만 가구의 81%를 차지했다. 특히 60~85㎡(약 18~25평)의 비중은 42.4%나 됐다. 수요도 마찬가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가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거규모 축소 가능성 진단’ 보고서(2012)를 보면, 2017년 전체 가구의 61%(75만 가구)가 60㎡(약 18평) 이하 소형 주택에서 거주할 전망이다. 60~102㎡(약 18~30평) 중형 주택 거주자 비율은 31%(38만 가구)로 예상했다. 반면 대형 주택이 필요한 가구는 8%(10만 가구)에 그쳤다. 2007~2011년 분양된 대형 아파트가 25만 가구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5년간 대형 주택수요가 분양된 대형 주택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다운사이징 반짝 인기라는 반론 많아

이에 따라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오피스텔 같은 중소형 수익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가건물에도 중소형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거래된 상가건물 10건 중 8건이 중소형으로 나타났다. 중ㆍ소형 건물 거래가 많은 것은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공급 과잉으로 공실률 증가에 시달리는 대형 빌딩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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