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 인 | 나이팅게일

중국에 ‘계림산수갑천하, 양삭산수갑계림(桂林山水甲天下ㆍ朔山水甲桂林)’이라는 말이 있다. 구이린의 산수는 천하제일이요. 양슈오의 산수는 구이린에서 제일이라는 말이다. ‘계수나무가 만발해 숲을 이루는 지역’이라는 의미의 구이린桂林시에 속한 양슈오陽朔는 ‘중국 최고의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양슈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나이팅게일’은 대자연의 품에서 깨달을 수 있는 인쟁의 지혜를 선사한다.

▲ 영화 '나이팅게일'의 한 장면.[사진=더스쿠프 포토]
주인공 쯔건은 아내를 고향에 두고 베이징北京으로 건너와 아들의 뒷바라지를 한다. 고향에 남아 있던 아내는 혼자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쯔건은 뒤 늦게 후회하지만 소용없다. 안타까움과 회환에 사무칠 뿐이다.  그런 그가 아내와 약속한 게 있다. 아내와 헤어질 때 받은 ‘꼬리치레 새’를 아내와 다시 만나는 날 ‘날려 보내겠다’는 약속이었다. 아내는 죽고 없었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향길에 오른다. 그런데 동행자가 있다. 오랜 세월 유일한 친구였던 새 한마리, 그리고 여름방학을 맞은 손녀 렌싱이다.

현대 첨단 문명에 길들여진 손녀딸 렌싱은 시골로 떠나는 여행이 달갑지만은 않다. 그의 가방엔 아이패드, 아이폰이 있다. 도시의 삶에 익숙한 레닝은 점점 자연의 매력에 빠진다. 또한 쯔건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깨닫는 과정을 거친다.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제멋대로인 고집불통 손녀딸이 좌충우돌하면서 차츰 가까워지는 과정은 이정향 감독, 유승호 주연으로 전 국민의 마음을 감동으로 물들였던 ‘집으로...’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 영화는 영화 ‘버터플라이’를 빼고 논하기 어렵다. ‘나이팅게일’의 감독인 프랑스 감독 필립 뮬이 만든 영화로, ‘나이팅게일’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다. ‘버터플라이’는 2002년 작품으로 프랑스에서만 150만 관객과 550만불의 입장 수익을 거뒀다. 미국ㆍ중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개봉되며 국제적인 히트를 거두는 가 하면 국내에선 전국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 개봉돼 ‘무공해 영화’ ‘행복 바이러스’라는 관객 반응을 이끌어 내며 큰 사랑을 받은 영화다.

‘버터플라이’와 ‘나이팅게일’은 묘하게 닮아 있다. 고집불통 나비수집가인 한 노인과 결손가정의 아픔을 겪는 이웃 꼬마소녀의 티격태격 여행담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버터플라이’는 특히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삽입된 음악이 대히트를 치기도 했다. 세계적인 스타 성룡이 이 영화의 제작진들 앞에서 이 노래를 흥얼거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무된 중국 측 프로덕션은 필립 뮬 감독에게 이 영화의 중국판 리메이크작을 만들 것을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나이팅게일’이 탄생했다.
 
파리에 기반을 둔 아라프로드와 베이징에 기반한 엔비전필름즈의 합작을 통해 탄생했다. 또 2010년 중국-프랑스 간 체결된 영화 공동제작 협정에 의해 제작된 작품으로 왕소수(Wang Xiaoshuai) 감독의 ‘열한송이 꽃’에 이은 두번째 프로젝트기도 하다. 프랑스인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로는 이 협정의 역사적인 첫 결실로 기록된다는 데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추억이 그리운 사람들이라면 볼 만한 영화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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