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풍 1년 後

 
‘비트코인’ 열풍이 불어닥친 지 벌써 1년. 그사이, 우리는 가상화폐에 열광한 만큼 그 문제점에 당황했다. 하지만 모바일을 활용한 결제시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가상화폐를 향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더스쿠프가 가상화폐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봤다. 이름하며 ‘비트코인 1년 후, 가상화폐 퍼즐 맞추기’다.

2024년. 결혼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준호(32)씨는 모든 대금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계획이다. 상대방 계좌번호를 번번이 확인해야 하는 데다 보안카드 번호입력 등 이체과정이 쉽지 않은 계좌이체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 신용카드는 편리하지만 결제한도가 정해져 있다. 가상화폐는 다르다. 결제과정이 간편하고 결제한도에도 제한이 없어 편리하다. 김 씨는 유럽으로 떠나는 신혼여행에서도 가상화폐를 이용할 예정이다. 경비를 환전할 필요도 없고, 환전 수수료도 아낄 수 있다.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기다. 마스터ㆍ비자카드처럼 해외에서 사용할 카드를 따로 챙길 필요도 없다.

축의금은 카카오톡의 소액결제ㆍ송금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를 이용해 받기로 했다.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받느라 결혼식 참석은커녕 식사도 제대로 못한 기억이 선해서다. 청첩장에도 ‘뱅크월렛카카오’를 통해 축의금을 낼 수 있게 안내했다. 결혼 사실을 아는 친구들 중에는 축의금 명목으로 미리 돈을 송금한 친구도 있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몇몇 친구는 ‘축의금을 보내기 위해 계좌번호를 물어봐야 하는 어색한 상황을 피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전해왔다. 김씨에게 가상화폐는 참 신통방통한 존재다. 김씨의 사례가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가. 그렇지 않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가상화폐는 융통된 지 오래고, 결제서비스인 ‘카카오페이’도 등장했다. 소액결제ㆍ송금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사실 요즘에도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니는 사람은 웬만해선 보기 힘들다. 1000원 안팎의 소액결제까지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이체가 이뤄져 은행을 직접 방문할 일도 줄었다. 이런 인터넷 모바일 사용의 증가와 함께 등장한 것이 가상화폐다. 사실 가상화폐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싸이월드’의 도토리, OK캐쉬백 등 전자화폐를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란 가상화폐가 워낙 신드롬을 일으켜 새롭게 부각됐을 뿐이다.

가상화폐와 전자화폐는 비슷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실체가 없고 온라인에서 많이 사용된다. 차이점도 분명하다. 전자화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 이상의 지역과 가맹점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는데 이용돼야 한다. 구매할 수 있는 품목ㆍ서비스의 범위와 업종수가 각각 5개 이상이어야 한다. 현금 또는 예금과 동일한 가치로 교환ㆍ발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금 또는 예금으로의 교환의 보장돼 있어야 한다.

이런 전자화폐로 널리 알려진 게 싸이월드 ‘도토리’다. 200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는 도토리라는 고유의 전자화폐를 이용해 웹에서 사용되는 각종 상품을 판매했다. 도토리는 사이버머니형 가상화폐라고 할 수 있다. 특정한 사이버 공간에서 아이템이나 콘텐트를 구입하는 데 사용되는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은 2009년 처음 등장했다. 비트코인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키프로스 재정위기 때다. 지난해 8월엔 미국 텍사스주州 연방법원이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비트코인이 각광을 받은 이유는 발행량이 한정돼 있어 금과 같은 희소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전자화폐와 달리 명확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다. 발행 근거도 없고 발행을 주관하는 기관도 없다. 특히 비트코인의 가격은 오직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하지만 이런 특성이 비트코인 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투기세력의 개입으로 가격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커서다. 통화량이 한정돼 있어 화폐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도 한계다.

전자화폐의 원조 ‘도토리’ 현주소

김태오 금융결제연구소 연구원은 “가상화폐는 전자화폐와 달리 발행ㆍ유통ㆍ가치보장 등에 관한 법적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가상화폐는 사전 허가 없이 등록만으로 발행할 수 있지만 전자화폐는 법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고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특성상 화폐를 대체하는 지위를 갖긴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보조 지급결제 수단으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의 활성화로 전자ㆍ가상화폐는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이용자와 글로벌 전자상거래의 증가로 그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만큼 문제도 많다.

가장 큰 문제점은 ‘보안’이다. 인터넷 상에서 유통되는 통화라는 점에서 해킹이나 시스템 장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비트코인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이를 노린 해킹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Mt.Gox)의 파산 이유도 해킹에 의한 비트코인 도난이었다. 가상화폐의 익명성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자금세탁이나 마약ㆍ불법 무기 거래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미국에서는 ‘리버티리저브’라는 가상화폐를 이용해 7년간 5500만건의 자금 거래를 통해 60억 달러에 달하는 불법 자금세탁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전자ㆍ가상화폐 생명력은 사용자의 관심과 수요에 달려 있다. 지난해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등한 것도 소비자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비트코인을 향한 관심과 수요가 커질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물론 투기수요에 따른 가격 상승효과도 있지만 이 역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전자화폐에서도 나타난다. 2002년 정부는 시중은행과 함께 ‘K-Cash’라는 한국형 전자화폐를 만들었다. 출시 당시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기대를 받았지만 사용실적은 저조했고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토리 역시 새로운 소셜 네트워킹(SNS)의 등장으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예전의 명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충렬 고려대(경제학) 교수는 “금과 달리 실질적인 가치가 없는 가상화폐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시장의 믿음이다”며 “국가가 부도를 맞을 위험성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각국의 통화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도 사용자에게 믿음을 얻어야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신뢰성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존속의 관건이다”고 말했다.

편리한 만큼 문제점도 많아

화폐의 신뢰성 면에서는 전자화폐보다 가상화폐가 더 취약하다. 전자화폐는 화폐의 가치를 법정화폐를 이용해 표시하기 때문에 가치를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요금을 내기 위해 이용하는 ‘티머니’의 가치를 충전된 금액과 동일시하는 것과 같다. 가상화폐는 사정이 다르다. 가상화폐는 그 가치를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화폐 단위로 표시한다. 비트코인의 단위를 BTC로 표기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돼 폭락과 폭등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11월 29일 비트코인의 가격은 1200달러를 넘어섰지만 지금은 4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의 발전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도 있다.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가 실질적인 화폐의 지위를 갖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제 통화로 화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실물화폐의 가치”라며 “가상통화가 유행하고 있지만 법정통화를 이기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의 발전과 안정적인 가치 유지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에 의한 감시와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국가간 공조를 통해 전세계적인 규제나 관리 기준을 수립해야 가상화폐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관리가 가능하다. 김태오 연구원은 “각국의 금융당국이 가치 안정성과 관련된 평가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일정기준을 달성한 화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은 거래소에서만 환전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도 가상화폐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비트코인 외에도 리버티리저브ㆍ이글케시ㆍ옥포토스 카드ㆍ엠파사ㆍ라이트 코인ㆍ리플 등 수십여종의 가상화폐가 유통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난해 폭등과 폭락을 겪은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1BTC 당 가격은 4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고 전세계 1400여개의 상점에서 비트코인을 이용한 결제가 가능하다.

금융산업 위협하는 가상화폐

‘엠페사’는 아프리카 통신사 ‘파리콤’이 만든 가상화폐로 유통규모는 50억 달러에 달해 비트코인과 비슷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빙증이다. 가상화폐의 확산은 은행업을 중심으로 한 금유업계의 사업과 수익구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영향력을 넓혀 갈 경우 수익성과 대면對面 거래 비중이 줄고 있는 금융업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발달로 수익원이었던 수수료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기존 거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의 장점을 이용하면 해외진출 부문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가상화폐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