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추락 이유

▲ 싸이월드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트렌드를 읽는 데 실패해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2005년 싸이월드 일촌 파티.[사진=뉴시스]
도토리는 선불충전식 전자화폐다. 현금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국내 최초의 사이버 머니다. 그런데 지금은 몰락의 기로에 섰다. 도토리의 성장과 몰락을 짚어봤다.

국내에서 인터넷과 금융이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 창출 시도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인공은 사이버 결제 수단으로 인기를 얻었던 싸이월드의 사이버머니 ‘도토리’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비트코인’이 첫선을 보인 2009년보다 한참이나 앞선다. 도토리는 한개에 10원씩 판매되고 있다. 휴대전화의 레인보우 포인트 등을 사용해 구입할 수 있다. 도토리를 이용해 선물이나 음악, 배경 등을 구입해 일촌, 미니홈피 등에 제공할 수도 있다.

싸이월드는 1999년 첫 등장한 후 2001년부터 스킨, 미니룸 배경, 음악 등의 디지털아이템을 ‘도토리’라는 사이버 머니를 통해 판매하며 수익을 올렸다. 배너광고 중심의 인터넷 수익모델에서 탈피해 ‘디지털아이템 판매’라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한 셈이다. 배경에는 미니홈피가 있다. 2001년 9월 시작된 대표적인 서비스 미니홈피는 이용자가 텍스트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아이콘, 사진 등을 손쉽게 올릴 수 있다. 아울러 자신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미니룸, 스토리룸 등도 꾸밀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와는 다르게 자신의 미니홈피를 개성있게 꾸밀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다. 이를 위해 구매해야 하는 것이 도토리다.

싸이월드는 또 도토리를 구매할 때 결제방법에 휴대전화 결제를 도입했다. 이용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자화폐 방식으로 인해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실제 돈을 쓰면서도 돈을 쓴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신용카드 결제나 무통장 입금 방식에 비해 개인정보 누출 등의 저항력을 현저히 떨어트린 것이다.

 
2000년대 말까지 도토리는 선물로 주고받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2000년대 중반 도토리로 벌어들이는 하루 매출이 3억원이 넘기도 했다. 도토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카드사들이 회원들에게 적립금으로 도토리를 지급하기도 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서 상품을 사거나 음악사이트 멜론에서 음원을 구입할 때 결제수단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도토리도 2011년을 기점으로 매출이 급격히 하락했다. 이유는 개방형 플랫폼을 표방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모바일 SNS 등장이다. 이들은 돈을 쓸 필요가 없으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갖춰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반해 싸이월드는 PC플랫폼을 고집했다. 여기에 사용자를 위한 기능개선은 더디면서 도토리를 이용한 유료화와 스킨, 음악 등의 콘텐트만 보강됐다. 미국 등을 포함한 세계 진출도 좌절을 겪었다. 이미 세계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도토리와 연동되던 결제서비스도 제휴중단을 잇따라 선언했다. 멜론과 11번가도 이미 도토리를 결제수단에서 제외했다.

SK컴즈의 매출도 급격히 하락했다. 도토리를 포함한 콘텐트 외 기타 비용의 매출을 살펴보면 2010년 1000억원대에서 2012년 520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336억원에 불과했다. 도토리의 몰락에 대해 업계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경쟁 서비스 등장과 모바일 시대를 따라잡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통제와 규제도 거론된다. “도토리가 비트코인처럼 새로운 거래수단으로 발전하기에는 법규 등 여러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싸이월드 관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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