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수의 항공우주강국 만들기

우리 공군이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 사업)을 대비해 자체 시험비행 조종사 양성과정을 시작했다. ‘시험비행 조종사(Experimental Test Pilot)’는 신형 항공기 개발에 없어선 안 되는 이들이다.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조종 직종보다 보수도 높다. 모험심 많은 당신 한번 도전해 보겠는가!

1947년 10월 14일, 미국 모하비사막 활주로. 엔지니어들이 벨(Bell)사의 작은 로켓추진 실험비행체 XS-1을 폭격기 B-29의 폭탄 투하 베이 밑에 장착하고 있다. 2차 대전 에이스인 척 예거 대위가 부상의 아픔을 이겨내고 조종석에 앉았다. 오전 10시 26분. 마하 0.32의 속도로 B-29에서 떨어져 나온 XS-1은 수분 후 4만3000피트 상공에서 마하 1.06을 기록한 후 14분 만에 무사히 착륙했다. 인류최초로 초음속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음속 돌파 시 조종 불능 상태에 빠지거나 기체가 파괴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비행을 이끈 척 예거의 투혼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의 비행은 미국을 세계 최고의 항공우주기술국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2003년 2월 19일, 한국 공군 사천 기지. 한국항공우주산업(카이ㆍKAI)이 우리 공군과 손잡고 개발한 T-50 시험용 비행기에 이충환 당시 공군 소령이 탑승했다. 그의 임무는 T-50 최초 음속 돌파. 이 소령이 조종하는 T-50은 곧 이륙해서 1만2000m 상공까지 날아올랐다. 이 소령은 애프터버너를 맥스파워(Max Power)로 점화, 더욱 속도를 냈다. 마하 0.8, 0.9를 지나더니 어느새 마하 1.0을 돌파했다. “비행기가 마하 1을 돌파했습니다. 비행기는 안전하고 아무 이상 없습니다.” 조종간을 잡은 이충환 소령의 말도 떨렸다. T-50이 한국 최초로 음속 돌파 비행에 성공한 역사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국산 전투기의 초음속 시대가 열린 것이고, 한국이 세계 12번째 초음속 비행기 생산국 반열에 오른 것이다.

▲ 한국 공군은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사업)을 대비해 올 3월부터 자체 시험비행 조종사 양성과정을 시작했다. [사진=공군 제공]
위의 두 비행은 전혀 다른 시대에, 다른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음속 돌파를 했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척 예거 대위나 이충환 소령 모두 비행기에 목숨을 맡기고 조종한 ‘시험비행조종사(Experimental Test Pilot)’란 점이다. 어떤 의미에선 1903년 스스로 만든 비행기로 인류최초 동력 비행에 성공한 미국의 라이트 형제나 1946년 자신의 제트 비행기로 음속 돌파에 도전했다가 산화한 영국의 죠프리 디 하빌란드도 시험비행조종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테스트 파일럿’은 시험비행학교에서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고, 시험비행조종사 면허를 갖고 있는 이들을 말한다. 또한 그들은 최초로 제작된 연구개발 항공기, 성능개량 항공기, 인증되지 않은 항공무기와 장비 등을 장착한 항공기를 시험 비행해 발생 가능한 운용 조건에서 항공기의 요구 성능을 평가하고 결함을 발견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시험비행 조종사는 처음으로 비행하는 항공기의 불확실성과 위험성,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극한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항공기 전반에 관련된 비행역학, 통계학 등 일련의 전문 이론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또한 비행학교에서 1년간 20~30기종을 번갈아 가면서 비행교육을 받는다. 국제 시험비행 조종사회에 따르면, 2013년 현재 2400여명의 시험비행 조종사가 활동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험비행학교는 영국 공군의 엠파이어 테스트 파일럿 스쿨(Empire Test Pilot’s School)이고, 이후 미국 공군과 해군, 프랑스 공군 순으로 학교가 개설됐다. 민간 시험비행학교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있다. 위의 이충환 소령도 1996년 미국에서 시험비행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우리나라도 KT-1, T-50 개발을 위해 시험비행 조종사를 양성했고, 공군 제52시험평가전대의 281시험비행대대가 시험비행을 담당하고 있다. 국외의 시험비행학교를 통해 시험비행 조종사를 양성하고 있었으나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 사업)을 대비해 올 3월부터 자체 시험비행 조종사 양성과정을 시작했다. 테스트 파일럿은 신형 항공기 개발에 없어선 안 되는 이들이다.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조종 직종보다 보수도 높다. 모험심 많은 당신 한번 도전해 보겠는가!
조진수 한양대 교수 jsch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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