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사활 건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 올 1월 전경련 회장단회의에 참석한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사진=뉴시스]
90년 장수기업 삼양그룹이 변화와 혁신에 골몰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는 오너 3세 김윤(61) 삼양홀딩스(삼양그룹 지주사) 회장. 90년 장수기업도 젊고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듯 의욕이 대단하다. 지난 13개월간 임직원 백두대간 종주 프로젝트를 이끌며 ‘100년 삼양’을 향한 심기일전心機一轉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100년 장수기업 삼양’을 향한 변화 의지는 군데군데서 감지된다. 그런 모습을 두드러지게 보여준 게 ‘창립 90주년 백두대간 종주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9월 전북 고창 선운산에서 시작됐다. 13개월간 백두대간 주요 산인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 7개의 산을 90개 구간으로 나눠 릴레이 형식으로 산행했다. 그동안 임직원 1400여명이 등산한 거리는 무려 1365㎞. 지난 10월 2일 소백산 등정으로 이 행사는 마무리됐다. 이날 김 회장과 그룹 임원, 팀장 등 200여 명은 아침 6시 삼양그룹 본사를 출발해 소백산 12㎞를 등반했다. 천동매표소~비로봉~어의곡삼거리 구간을 7시간에 걸쳐 주파했다. 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종주는 임직원 간에 서로 잡아주고 끌어주면서 하나임을 깨닫는 기회였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오른 것처럼 삼양도 자신감을 갖고 90년을 넘어 ‘100년 기업’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10월 전면 실시된 복장자율화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물론 청바지와 운동화까지 모두 입을 수 있도록 한 것. 정장과 넥타이 차림의 좀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고수해온 보수 삼양으로선 실로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는 연초 15명으로 구성된 ‘C&C보드(사원이사회)’ 제안을 김 회장이 흔쾌히 받아들인 결과다. 그는 “이런 변화가 그룹의 역동적인 조직문화 구축에 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1996년 삼양사 사장에 취임한 후 지금까지 CEO만 18년째 맡으면서 ‘모든 답은 현장에서 나온다’는 걸 느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복장자율화는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경영에 반영해 이뤄진 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겨냥한 사업 재편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조직을 합치기도 하고 가능성 있는 사업엔 새로 투자하기도 한다. 오는 11월 삼양사는 관계사 삼양밀맥스를 합병한다. 알짜회사지만 일부 사업이 삼양사와 겹쳐 교통정리에 나서게 된 것. 또 삼양사는 연초 삼양웰푸드(식용유ㆍ마가린ㆍ쇼트닝 등 유지 생산업체)를 흡수 합병했다. 오는 12월 삼양홀딩스는 계열 상장사인 삼양엔텍(기계설비ㆍ폐수처리 설비업)을 인수한다. 지난 1월엔 일본 미쓰비시화학과 절반씩 투자해 ‘삼양화인테크놀로지’를 세웠다. 삼양사 내 용기, 재활용 사업부를 떼어내 ‘삼양패키징(가칭)’을 설립할 계획도 있다. 삼양그룹은 오랫동안 밀가루ㆍ설탕사업과 화학섬유사업 등에 주력해왔다. 김 회장은 취임 후 주력 식품사업 외에 화학과 의약ㆍ바이오사업 비중을 크게 높였다[그래픽 참조]. 

복장자율화에 숨은 ‘열린 경영’ 의지

화학부문은 종래 화학섬유 일변도에서 벗어나 TPA(테레프탈산), BPA(비스페놀A), PC(폴리카보네이트), 정보전자소재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했다. 10년 전만 해도 존재감이 없었던 의약ㆍ바이오부문 역시 크게 성장시켰다. 국내 1위의 금연보조제 니코스탑, 수출이 많이 되는 몸에 녹는 수술용 봉합사 ‘트리소브’, 대량생산에 성공한 항암제 ‘제넥솔’ 등으로 국내외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식품사업 재편도 가속화했다. 패밀리레스토랑 세븐스프링스를 인수해 어렵지만 외식업 가능성을 모색했다.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에 붙이는 브랜드를 ‘큐원(Quality No.1에서 따옴. 품질 1위란 뜻)’으로 통합시켜 친밀하고 젊은 이미지를 불어 넣은 것도 김 회장의 작품이다. 

오너 3세인 김윤 회장이 유독 변화와 혁신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뭘까. 그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경제여건 속에서 미리 준비하고 임직원들이 똘똘 뭉치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된 기업이라도 어려울 수 있다”며 위기의식을 밝힌 적이 있다. 선대 창업자(수당 김연수)와 오너 2세(김상홍ㆍ김상하)들이 일궈 놓은 삼양을 탈 없이 발전시켜 나가려면 시대와 상황에 맞는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

사실 김 회장은 10년 전인 창립 80주년 때부터 삼양의 창업정신과 기업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향적인 변신을 추구해왔다. 당시 새 기업CI를 선포했고 신규 투자도 확대했다. ‘생활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기업’이라는 비전도 새로 선포했다. 삼양의 기업문화는 창업자 김연수 명예회장의 ‘수당정신’에 기초한다. 수당은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 양심적이고 착실한 기업경영, 양보다는 질적 발전을 추구한 중용정신 등을 강조해 왔다.

삼양三養이란 사명도 사훈인 ‘삼양훈三養訓’에서 유래한다. “분수를 지켜 복을 기르고(安分以養福), 마음을 너그럽게 하여 기를 기르며(寬胃以養氣), 낭비를 삼가 재산을 기른다(省費以養財)”는 뜻이다. 삼양은 1924년 창업 후 1955년 제당사업, 1969년 폴리에스테르 섬유사업 등으로 국민의 의식주 해결에 앞장섰다. 이후 내실을 다지며 화학, 식품, 의약바이오, 산업자재, 용기, 무역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김 회장은 10월 7일 열린 창립 90주년 기념식에서 “90년 동안 보여준 도전과 진화의 역사를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며 삼양 90년의 역사를 ‘도전과 진화’로 규정해 눈길을 끌었다. 삼양 특유의 기업문화에 기반을 두되 차근차근 도전하고 진화해온 게 삼양의 90년 역사라는 해석이다. 

 
장수기업에 부는 ‘변화 바람’

‘삼양그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보수적이다’ ‘조용하다’ ‘오래됐다’ ‘설탕ㆍ밀가루 회사’ 등등일 것이다. 3세 오너 김 회장이 2004년 회장 취임 이래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 왔는데도 그렇다. 그만큼 한번 각인된 기업이미지는 잘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삼양은 국내 장수기업 16위를 기록하고 있다[그래픽 참조]. 재계 인사들은 김 회장의 평소 성품도 삼양 체질을 닮은 것 같다고 말한다. 조용하고 점잖은 미남형의 선비스타일로 비교적 주변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랫동안 CEO를 맡다 보니 많이 변한 것 같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 2월 한일경제협회 12대 회장에 선임돼 한ㆍ일 간의 어려운 숙제 해결에 나섰다. 지난 9월에는 한국경영인협회에 의해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요즘 장수기업 삼양에 강한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느라 바쁘다. ‘삼양 100년’을 앞두고 큰 성과를 일궈내길 기대해 본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