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식품 참치캔의 주역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연어캔’을 선택해 주목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수산업계의 대표주자인 동원그룹 김재철(79) 회장이 또 한번의 도전장을 냈다. 참치캔을 국민식품 반열에 올려놓은 그가 연어캔의 국민식품화에 발 벗고 나선 것. 그 일환으로 최근 알래스카 연어 어획漁獲 기업인 실버베이 시푸드와 상호 투자 계약을 맺었다. 원양선 선장 출신으로 지난 45년간 온갖 풍랑을 헤치고 사업을 키워온 그의 팔순 노익장이 새삼 주목된다.

동원그룹은 지난 10일 ‘실버베이 시푸드(Silver Bay Seafoods)’의 지분 12.5%를 2000만 달러(약 216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2007년 연어를 직접 잡는 알래스카 선주들이 모여 만든 굴지의 연어 어획 회사다. 100여명의 선주들이 300척 이상의 조업선을 통해 핑크연어, 첨연어, 사카이연어 등 다양한 알래스카 자연산 연어를 잡아 가공ㆍ판매한다. 알래스카에만 네개의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다.

국내 기업이 해외 연어 어획 회사 지분을 직접 취득해 제품 생산에 나선 것은 동원이 처음. ‘포스트 참치’로 떠오른 연어 사업을 키우기 위한 승부수다. 김재철 회장은 “1982년 참치캔을 시장에 처음 내놓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연어캔 시장을 개척하자”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계약식에서 김 회장은 “참치가 국내에 처음 선보였을 당시에는 생소한 고급식품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국민식품 반열에 올랐다”며 “연어 역시 ‘국민수산물’로 키우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또 “자회사인 스타키스트를 통해 미국 연어캔 시장 공략에도 나서는 등 한국과 미국의 연어 판매를 크게 늘리겠다”며 “동원과 실버베이 시푸드는 각자의 노하우와 전문기술을 적극 교류해 연어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라는 말도 했다. 앞으로 국내 연어 제품 판매는 동원F&B가 맡고, 미국 시장 공략은 2008년 인수한 미국 최대 참치캔 브랜드 스타키스트가 담당하게 된다.

이번 투자로 동원은 다양한 어종의 신선도 높은 연어를 확보하고, 연어 전문 처리기술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미국 스타키스트 역시 참치는 물론 연어도 미국시장 1위 목표에 도전한다. 실버베이 시푸드는 동원그룹의 냉장보관사업 투자를 통해 자신들의 경쟁력 보강에 나서게 된다. 재계는 김 회장의 이번 결정에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 동원이 국내시장 점유율 1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해 온 참치 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국내 참치캔 수요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시장 창출이 필요했다는 것. 또 지난해 출사표를 던진 국내 연어캔 시장에서 CJ제일제당에 밀려 열세를 보인 것도 이번 투자 결정의 이유가 됐다고 본다. 국내 연어캔 시장은 지난해부터 생겨온 신시장에 속한다. 최근 국내 연어캔 시장 판도는 CJ제일제당이 점유율 50~60%로 가장 앞서고, 동원F&B와 사조해표가 점유율 20% 전후로 뒤따르는 형국으로 알려졌다. 동원은 이같은 시장 구도에 변화를 주기 위해 이번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참치 명가 동원의 자존심이 연어캔 시장에서 많이 구겨진 만큼 이를 조기에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 따라서 연어캔 시장 1위를 놓고 특히 CJ제일제당과 피 튀는 경쟁국면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첫 해외 연어회사 지분 취득

올해 국내 연어 시장(통조림ㆍ냉장ㆍ냉동식품 포함) 규모는 26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3년 후인 2017년에는 45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 동원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올해 45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자사 연어 매출을 2017년엔 4배 이상인 2000억원으로 늘려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올해 국내 연어캔 시장은 600억원 상당으로 지난해 100억원에 비해 6배가량으로 커질 전망이다. 2017년에는 연어캔 시장 규모만도 1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200억원대에 달할 전망인 참치캔 시장에 이어 연어캔 시장이 차세대 유망주로 부상할 것으로 보는 숫자적 근거다.

이번에 동원그룹은 동원F&B를 통해 실버베이 시푸드와의 첫 협업 제품인 ‘동원 알래스카 연어’ 4종을 새로 내놨다. 가격은 살코기가 4480원, 통살캔이 4980원, 매운고추맛과 데리야키맛이 각각 4480원. 이로써 연어 통조림과 연어구이, 연어까스, 후리가케, 훈제연어, 연어회 등 다양한 연어 제품으로 국내 시장에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해졌다.

 
사실 동원은 지난해 9월 연어캔 제품을 시장에 내놨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가공식품 시장의 전반적인 불황에도 연어캔 제품 시장은 올해 600억원 규모(지난해 100억원 상당)로 커질 만큼 호황세를 타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어 통조림 매출 점유율은 전체 수산 통조림의 4.5%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11%선까지 오를 정도로 그 성장세가 가파르다.

연어캔이 이처럼 유망주로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웰빙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아진 관심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선진국에서 연어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글로벌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 전 세계 연어 소비량은 2010년 276만t에서 지난해 355만t으로 28.6% 증가했다. 1인당 연간 연어 소비량은 유럽 1.44㎏, 미국 1.98㎏, 일본 2.62㎏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1인당 0.30㎏ 정도만 소비된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참치캔이 나온 것은 30년도 넘었지만 연어캔은 이제 1년여밖에 안돼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김재철 회장도 이번 투자를 결정하면서 “단백질과 DHA가 다량 함유돼 건강에 좋은 연어를 소비자에게 널리 소개해야 한다”며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주문했다는 것. 한국 수산업의 개척자인 김재철 회장은 전남 강진군에서 9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CJ제일제당 등과 불꽃 튀는 ‘연어경쟁’

1954년 서울대 농대 장학생으로 입학할 예정이었던 그가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흔들려 인생의 키를 바꾼 일화는 유명하다. “바다는 무한한 자원의 보고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잘살려면 바다를 개척해야 한다. 나처럼 서울대 나와 봐야 너희들과 입씨름밖에 더 하느냐.” 그 길로 집안의 반대를 물리치고 당시 국립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어로학과에 진학했다. 원양어선 실습항해사로 출발했던 그는 참치캔 회사 사장으로 성공했고 증권업계에까지 진출했다.

지금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비롯해 동원산업ㆍ동원F&Bㆍ동원시스템즈 등 18개 계열사를 둔 중견그룹의 선장이다. 1969년 설립된 동원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3조4298억원(2003년 계열 분리된 한국투자금융지주 영업수익 제외). 그 시작은 참치 원양어업이었다. “항상 같은 방향으로 돛을 올리는 사공은 결코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없다. 바람에 따라 그때그때 돛의 방향을 바꿔야 순풍을 따라갈 수 있다.” 팔순에 접어든 그의 연어캔 사업 도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