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 막는 요인들

▲ 연방준비제도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과 대립각을 세운 공화당이 압승을 거둔 이후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달러 강세 우려는 갈수록 완화될 공산이 크다. 미국 경기의 더딘 회복세,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위원들의 ‘비둘기파적’ 성향 등이 이유다. 달러 강세 완화가 예상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미 공화당의 중간선거 대승 이후 달러 강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일본중앙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 시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가능성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번에 상ㆍ하원 모두 장악한 공화당이 양적완화에 비판적이라는 점이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 최근 월스트리저널(WSJ)은 연준(연방준비제도ㆍFed)을 감독하는 상원 은행위원장의 유력 후보인 리처드 셸비 공화당 의원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여러번 공개 비판한 것을 소개했다. 셸비는 2010년 옐런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에 지명됐을 때 반대표를 행사했다. 그는 “옐런은 샌프란시스코의 연방준비은행 재임시 은행 규제에 소극적이었다”며 “물가 견해가 케인스 학파와 비슷한 것도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셸비는 지난해 옐런이 연준 의장에 지명되자 또 다시 반대표를 던지며 “옐런은 양적완화를 지지한다”며 “이 때문에 물가가 과도하게 오를 수 있고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공격했다.

 
국제금융시장의 관심은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가 달러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쏠리고 있다. 11월 첫째주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특히 약세를 보인 것도 달러 강세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달러 인덱스는 6년래 최고치를 경신해 2008년과 2010년의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 강세를 바라보는 시장의 우려는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공화당의 집권은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공화당 출신 대통령의 집권기에는 감세와 적자재정 편성에 우호적이고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경향이 강해 달러 약세가 강화됐다. 반면,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집권기에는 균형재정과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성향을 보여 달러가 강세로 가능 경우가 많았다. 또한 달러 강세를 용인할 정도로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빠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달러 약세를 부추긴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이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서 현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급속히 약화돼 경기둔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달러의 약세 요인이다. 올해 들어 오바마 대통령은 우유부단한 외교정책과 에볼라 대처 미진 등의 영향으로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게다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ㆍ하권을 모두 장악했다. 행정명령에 의지해 국정을 운영하고 있었던 오바마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화당이 상ㆍ하원을 차지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특정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공화당은 상원에서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를 피하기 위한 충분조건인 의석 60석을 획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의 폭도 매우 좁아졌다. 여론이 이미 공화당 쪽으로 기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향후 오바마 대통령이 각 현안별 이슈를 처리하기 위해 공화당과 협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화당은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늘 비판적이었다. 공화당의 승리가 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타당한 근거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 7월 빌 하이진가 공화당(미시간 주 하원)의원과 스캇 개럿(뉴저지 주 하원)의원이 금융위원회에 발의한 ‘연준의 신뢰성과 투명성 제고 법안(The Federal Reserve Acc ountability and Transparency Act of 2014•FRAT)’이 연준의 통화정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잘 나타내고 있다. FRAT 법안은 기존 연준법의 개정판이다. 법안의 핵심은 연준 의사 결정 과정에 정부와 의회의 개입을 일부 허용한다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연준 의장은 감사원장과 관련 의회 위원회에 의무적으로 보고를 해야 한다.

공화당 승리는 달러 약세 요인

아울러 연준 위원들의 언론과의 접촉을 제한하고 연준 의장의 의회 증언 횟수를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준의 살림과 이사들의 봉급에 관한 회계 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하이진가 의원은 법안 발의의 배경으로 연준 통화정책의 ‘불투명성과 원칙 없음’을 꼽았다. 연준이 ‘테일러 룰(실제 GDP와 물가상승률을 잠재GDPㆍ물가목표와 비교해 적정 금리를 산출하는 방법)’ 등 기존 학계에서 검증된 방법의 통화정책을 펴지 않는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독립성 유지가 필수적인 연준의 통화정책 실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옐런 의장은 지난 7월 22일 하원 금융 서비스 위원회의 청문회에 참석해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정치적 압박을 받지 않는 중앙은행이 거시경제를 운영하는데 더 좋은 성과를 냈다”며 “이 법안은 중대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 오바마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현상이 미국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FRAT법안 발의의 영향으로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눈에 띄게 신중해지고 있다. 옐런 의장은 지난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중앙은행장 콘퍼런스에 참석해 “중앙은행은 경제 성장을 지지하고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매입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금리 인상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만큼 시장과의 소통을 더욱 명확하고 투명하게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은 경제 전반이 회복돼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도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회의에서 “미국의 경기 확장세가 충분히 진행되고 이머징 국가들이 대응능력을 갖출 때까지 금리인상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에반스 시카고 연준 총재도 “노동시장의 회복세가 부진해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는 4차 양적완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공화당 중간선거 완승에 따른 오바마 레임덕이 ‘달러 강세’를 부추길 거냐는 거다. 현재로선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내년 FOMC가 올해보다 비둘기적 성향이 더욱 강해질 공산이 커서다. 연준은 영구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뉴욕 연준을 제외한 모든 지방 연준 총재들이 매년 돌아가면서 투표권을 가진다. 내년 투표권을 얻게 되는 ‘찰스 에번스(시카고)’ ‘존 윌리엄스(샌프란시스코)’ ‘데니스 록하트(애틀랜타)’ 총재들은 모두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올해 투표권을 지닌 연준 인사들의 평균 성향이 2.6이라면 내년 투표권을 가진 인사의 평균성향은 1.8로 더 비둘기적이다. 참고로 1에 가까울수록 비둘기적 성향이 강하다고 5에 가까울수록 매파적 성향이 크다.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달러 강세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된 10월 미국 고용지표에 따르면 신규 일자리수는 21만4000건이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또한 임금 상승률도 9월과 비슷한 2%에 머물렀다. 나쁜 수치는 아니지만 당장 금리인상을 염려해야 할 수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비둘기적 성향이 강해질 내년 FOMC

지난 10월 FOMC는 성명을 통해 “연준은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접근하더라도 현 경제 상황은 한동안 장기균형 수준보다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급격한 금리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엔ㆍ달러 환율이 ‘플라자 합의(1985년 미국의 달러화 강세를 막기 위해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일본 등의 재무장관이 맺은 합의)’ 이후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달러 당 114엔에 형성돼 있어 더 이상의 가파른 달러 강세는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달러 강세 우려의 약화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달러 강세 에 대한 시장의 우려만 누그러져도 국내 증시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sypark@truefri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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