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쌀 한톨에 숨은 경제학
통일쌀 한톨에 숨은 경제학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 호수 120
  • 승인 2014.12.09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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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Food Economics

통일미 비축으로 1석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국내 농가를 보호하고, 쌀생산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통일을 준비할 수 있다. 특히 북한 동포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통일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통일미에 숨은 정치ㆍ경제학을 살펴봤다.

▲ 통일미 비축이 가져오는 효과는 여러 가지다.[사진=뉴시스]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통일미를 항시 비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금 상황에서 통일이 되면 170~250만t가량의 쌀이 부족할 전망이다. 적어도 120만t의 쌀을 항시 비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남한의 연간 쌀 생산량은 420만t 수준이다. 거기에 지난 20년간 쌀 관세화 유예를 하면서 누적된 의무수입량(MMA) 40만t이 매년 수입된다. 그중 60만t의 쌀을 통일 비축미 명목으로 2년간 보관했다가 가공용 쌀로 방출하는 것을 법으로 정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래야 관련 정부예산이 책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출판된 ‘선진국의 조건 식량자급’에 따르면 통일미 120만t의 항시 비축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48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지난해 외교통일예산의 11.8%에 해당한다.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매년 소비되는 주곡의 17%(2개월분의 식량) 정도를 여유 있게 보관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양곡관리법에 따라 매년 70만t의 쌀을 보관한다.

통일미의 비축은 이와 별도로 120만t의 쌀을 통일을 대비해 항시 비축하는 것이다. 매년 비축되는 통일미 60만t 중 40만t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의무수입량으로 충당하면 쌀 시장개방에서 우리 쌀 산업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통일미 비축은 국내 쌀 농업을 살리는 길이다. 국내 쌀 소비가 급격히 줄고 있다. 1980년도 1인당 연간 130㎏를 소비하던 것이 현재 70㎏ 이하로 떨어졌다. 정부는 이제까지 쌀이 남아돈다는 이유로 쌀 생산억제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통일미, 그리고 ‘1석3조’

문제는 식량 생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대부분의 곡물을 외국에서 수입하면서 국내 생산을 억제하는 모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통일미 비축은 쌀 생산 억제정책에서 증산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2000년도 100만㏊가 넘던 남한의 논 면적은 2010년 90만㏊에서 현재 80만㏊로 가파르게 줄고 있다. 통일미 비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남한의 90만㏊ 논을 보존하면 연간 480만t의 쌀 생산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즉석밥ㆍ쌀국수ㆍ냉동떡ㆍ쌀과자ㆍ쌀음료 등이 기존의 쌀밥을 대체하는 간편식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원료가 되는 쌀 공급이 불안정하다. 가공용 쌀의 안정적인 공급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얘기다. 통일미 비축으로 연간 60만 t의 2년 묵은 재고미를 쌀 가공산업에 공급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지면 다양한 쌀 가공식품이 개발돼 쌀 수요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통일미 비축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쌀 수매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보관에 들어가는 창고비용 때문이다. 하지만 통일미 비축을 통해 1석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음을 따져봐야 한다. 국내 농가를 보호하고 쌀생산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통일을 준비할 수 있다. 남한이 북한주민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통일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이 요청할 때에는 언제든지 구호미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로 비칠 수 있어서다. 이는 정치적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국민의 힘으로 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쌀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협정의 확대로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해 통일미 비축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농업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장 큰 근본이라는 말이다. 우리 민족을 키워온 쌀이 통일의 문을 열고 한식 세계화를 이끄는 시대를 꿈꿔 본다.
[더스쿠프]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ch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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