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펀드의 그림자

▲ 인사이트펀드가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수익률은 겨우 원금을 회복한 정도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인사이트펀드라는 게 있다. 인사이트가 ‘통찰’ ‘직관’을 뜻하는 단어니까 이 펀드는 ‘나를 믿고 따르라’는 펀드였던 셈이다. 인기가 많아 자금도 상당히 몰렸다. 그런데 정작 수익률은 엉망이다. 정확한 데이터가 아닌 ‘믿음’이나 ‘감’에 기대 투자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인사이트(Insight)는 ‘통찰’ ‘통찰력’ ‘직관’ 등을 의미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수준급의 ‘족집게 도사’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이 단어는 한때 우리 사회 전체를 들었다 놨다 했다. 미래에셋이 2007년 ‘인사이트펀드’를 내놓으면서다. ‘잘나가던 미래에셋의 직관과 통찰을 믿고 무조건 맡겨 달라’는 의미였다.

이 펀드는 세가지 측면에서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놨다. 먼저 펀드 판매 시작일인 첫날 1조5000억원, 두달 후에는 4조7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당시 다른 증권사에서는 ‘인사이트펀드 판매 중’이라는 팻말을 내걸지 않으면 고객이 발길조차 들여놓지 않았다 하니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의 위상은 실로 대단했다. 둘째는 인사이트펀드의 운용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입한 이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셋째는 ‘직관을 믿고 투자하라고 했던 미래에셋의 ‘배짱’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눈에 보이는 수익률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성공신화에서 비롯된 미래에셋 브랜드를 신뢰하고 ‘묻지마 투자’를 한 거다.

이제 인사이트펀드가 출범한 지 7년이 조금 지났다. 성적은 어떨까. 투자지역이나 투자방법(증권의 편입비율 등)을 모두 펀드매니저에게 일임(자산배분펀드)했던 이 펀드의 최근 수익률은 비교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비교지수란 펀드의 운용성과(수익률)를 평가하기 위해 비교대상으로 삼는 기준이다. 비교지수를 이용하면 펀드 운용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코스피지수가 15% 상승했고, 코스피지수를 비교지수로 삼은 펀드가 10%의 수익을 냈다고 해보자. 해당 펀드는 수익률이 증가했지만 비교지수보다는 상승폭이 작다. 시장을 쫓아가지도 못한 것이니 해당 펀드는 운용을 잘못한 셈이다.

인사이트펀드는 최근에야 겨우 원금을 회복했을 뿐이다. 더구나 ‘원금 회복’이라는 것도 기준가격으로 원금을 회복한 것이니 계좌에 따라 일부는 약간의 수익을 냈을 수도 있고, 일부는 아직 원금조차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나온 몇 개의 펀드들이 수조원의 고객자금을 유치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이 오랜 기간 가슴앓이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마이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에서는 자산 배분을 제대로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수익률만을 쫓아가는 자금들이 적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교훈은 세 가지다. 먼저 투자자들이 ‘믿고 찾은’ 미래에셋도 다른 운용사나 증권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거다. 운용사나 증권사는 금융상품을 파는 장사꾼일 뿐이다. 또 한곳(인사이트펀드는 중국시장에 집중)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게 결코 좋은 투자형태가 아니라는 것도 명확해졌다. ‘몰빵’ 전략으로 성공했다면 그건 우연의 결과일 뿐이다. 끝으로 직관이나 통찰을 뜻하는 인사이트라는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짐 크로스 같은 세계적인 투자자들도 감히 과감한 투자를 못하는 이들에게 ‘나의 직관을 믿고 따르라’고 하지 않는다. 인사이트펀드 자체가 우리 투자시장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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