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어떤 결과는 특정한 원인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현재의 결과는 다시 미래를 결정한다. 이것이 ‘카르마의 법칙’이다. 인간은 매순간의 선택에 의해 범죄자가 될 수도 있고, 칭찬받는 이로 기록될 수도 있다.

▲ 옛사람들은 죄를 지으면 하늘이 벌을 준다고 행각했다. 매순간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해 주신 이야기다. 어느 날 논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고 계셨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비에는 농부들이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일을 계속하는데 갑자기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는 게 아닌가. 그러자 할머니께서 하던 일을 멈추고 멀리 달아나셨다. 아버지는 영문을 몰랐다. 그날 저녁 아버지는 할머니께 이유를 물어보셨다. 그러자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며칠 전에 뽕 농사가 시원치 않아 어린 누에들을 내다 버렸단다. 어린 것들을 버린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단다. 그런데 번개가 치자 벌을 받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죄 없는 너까지 번개를 맞으면 안 되지 않니. 그래서 너한테서 멀리 달아났던 것이란다.” 할머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어린 누에들을 버리고 벌을 받을 것을 걱정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더 나은 선택, 다시 말해 죄를 짓지 않을 기회가 있었던 경우에는 어떠할까. 최근 금괴사건이 세간의 화제다. 65억원 상당의 금괴가 보수공사 중 발견된 가운데, 금괴를 훔친 인부들이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금괴를 훔친 A씨를 구속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화재가 발생한 서울 잠원동 사무실에 보수작업을 하던 중 붙박이장 밑에 숨어 있던 1㎏짜리 금괴 130여개를 발견했다. A씨와 일당은 금괴를 한 사람당 1개씩 가져가기로 약속하고 신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욕심이 생긴 A씨가 동거녀와 함께 금괴를 훔쳐 달아났다. 그런데 A씨가 금괴를 함께 훔쳤던 동거녀와 헤어지고 다른 여자를 만나 금괴를 가지고 잠적하자, A씨의 과거 동거녀가 심부름센터에 A씨의 행방을 의뢰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A씨는 금괴를 발견한 후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공범들과의 약속대로 1개씩만 가져갈 수도 있었다. 아니면 주인에게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A씨는 금괴를 자신이 갖겠다는 선택을 했다. 그 결과, 범죄자가 됐다.

인도인들은 오래전부터 우주의 질서를 결정하는 여러 법칙이 있다고 믿었다. 그중 하나가 ‘카르마의 법칙’이다. 카르마는 산스크리트어로 ‘행위’를 뜻한다. 불교에서는 이를 업業이라 한다. 쉽게 말해 ‘카르마의 법칙’은 어떤 결과도 예외 없이 특정한 원인에서 비롯되고, 그 결과, 현재의 결과는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죄를 지으면 하늘이 벌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들은 직감적으로 ‘카르마의 법칙’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주변 정보를 토대로 직관적이거나 이성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런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는 현실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매순간의 선택에 의해 삶이 결정되는 것이다. A씨는 금괴를 발견한 순간 많은 생각과 갈등을 했을 것이다. 만약 이를 주인에게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현생에서 범죄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청산해야 하는 카르마, 이를테면 업을 쌓지 않아 다음 생애의 수고를 덜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더 나은 영혼이 되기 위해서다. 매순간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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