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업체 ‘하림’ 한국의 카길 꿈꾸다
닭고기 업체 ‘하림’ 한국의 카길 꿈꾸다
  • 김미선 기자
  • 호수 123
  • 승인 2014.12.30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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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팬오션 인수 나선 김홍국 하림 회장

▲ 김홍국 하림 회장은 고 3때 사업자등록을 하고 축산업에 뛰어든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사진=하림그룹 제공]
세밑에 축산전문의 하림그룹 김홍국(57) 회장이 화제를 몰고 왔다. 지난 17일 국내 굴지의 벌크해운선사인 팬오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 1조원 규모의 대어급 M&A(인수ㆍ합병)인지라 인수 배경과 성공 여부, 하림그룹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11월 중순 나폴레옹 1세의 이각二角 모자를 26억원 상당에 낙찰 받아 세계적인 뉴스메이커가 되기도 했다. 이래저래 이야깃거리가 많은 기업인이다.

“닭고기 회사가 왜 해운회사 인수지?” 하림그룹이 단독 입찰 끝에 팬오션의 인수대상자로 확정되자 시장에서 제일 먼저 나온 반응이다. ‘하림=닭고기 회사’라는 이미지가 원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매출규모로 보면 하림의 주력 업종은 닭고기가 아니라 사료다. 4조8330억원에 달하는 그룹 매출(2013년) 중 사료 부문은 1조4000억원 상당이다. 그에 비해 닭고기 부문은 1조1000억원 상당에 그친다. 김 회장이 시장의 불안한 시선 속에서도 팬오션 인수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은 주력 사료업을 키우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사료 원료는 옥수수ㆍ대두박 등 곡물이다. 우리나라는 이들 곡물을 거의 전량(97.3%) 외국에서 수입한다.

카길 같은 미국 굴지의 곡물 메이저나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 등에서 꼼짝 못하고 사다 쓴다. 이런 구조가 그로 하여금 10여년 전부터 직접 곡물 메이저를 해야겠다는 꿈을 꾸게 만들었다. 하림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6~7위권의 곡물 수입국이다”며 “하지만 조달 전 과정을 국제 곡물메이저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곡물유통업 진출은 꼭 필요하다”고 인수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배를 갖고 곡물을 직접 운송하면 비중이 엄청 큰 운송비 변동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하림은 연 1조원 정도의 곡물을 수입해 자체 수요기반도 만만치 않다. 오랫동안 다져온 팬오션의 수송 노하우에 하림의 곡물 수입 기반을 더하면 사업에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하림의 주력은 닭 아닌 사료

최근의 저유가 행진도 그의 인수 의욕을 부추겼다. 향후 팬오션의 사업성 개선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일부에서는 하림이 ‘한국의 카길’이 되려 한다고 말한다. 팬오션 인수를 통해 곡물 구입ㆍ운반에서 축산ㆍ가공, 제품 유통까지의 일관 체계를 갖추려 한다는 얘기다. 그는 평소 “우리나라에도 2개 정도의 곡물 메이저는 있어야 한다”며 “곡물 메이저의 존재는 우리 식량 안보와도 직결된다”고 강조해왔다.

그의 이런 판단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일찍이 고교 시절부터 축산업에 투신해온 그는 40년에 가까운 기간 숱한 우여곡절 끝에 소위 ‘하림 3장場 통합시스템’이란 걸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그의 오랜 경험의 소산인 ‘3장(농장ㆍ공장ㆍ시장)’ 통합시스템은 유난히 굴곡이 심한 축산업의 위기상황을 최소화해 준다. 농장(사료 생산ㆍ사육)~공장(도계ㆍ가공)~시장(유통)을 수직계열화한 이 시스템은 하림그룹의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고 하림의 사업구조를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이번 팬오션 인수에 베팅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시장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그가 1조원대의 인수대금을 제대로 조달해 낼 것인지, 인수 후 해운업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잘 극복해 낼 것인지 궁금해 한다. 법정관리(서울중앙지법 파산4부) 상태인 팬오션의 매각 예상가는 당초보다 많이 올랐다. 팬오션 낙찰 예상가는 당초 6000억~7000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법원이 지난 11월 팬오션 매각 방식을 ‘8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2100억원)’으로 바꾸면서 가격이 1조원대로 훌쩍 올라갔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대한해운, 한국투자파트너스, 도이치은행 등은 일찌감치 본입찰을 포기했다. 막판까지 유력 후보로 언급됐던 KKR(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마저 최종 입찰에서 빠졌다. 하림은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지난 16일 팬오션 본입찰에 단독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일부 시장 참여자와 금융기관이 하림을 닭고기를 만들어 파는 중소기업 정도로 생각하는 가운데 천문학적인 인수대금 조달 능력이 과연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하림측은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준비해 온 만큼 인수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한다. 일단 2400억원은 하림그룹 지주사인 제일홀딩스가, 1700억원은 인수 파트너인 JKL파트너스가 각각 대고 4400억원은 은행권에서 차입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 중 상장에 나서는 계열사 NS홈쇼핑(예상 평가액 7000억~8000억원)도 인수대금 조달원으로 얘기된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하림그룹이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라는 2개 지주사를 가진 지배구조가 아니라면 계열사 컨소시엄 구성으로 충분히 자력 인수가 가능하다. 계열사 유보금 여력만 9000억원 수준이지만 지주사법을 지키려면 차입이 불가피하다”며 인수자금 조달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내년 인수 본계약 후 3년 이내에 팬오션 매출을 2배로 키워내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하림이 인수에 나선 팬오션은 어떤 회사인가. 1966년 범양전용선으로 출발한 한국 굴지의 대형 해운사다. 2004년 STX그룹에 인수됐다가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창립 48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내 건화물 해상운송 서비스를 바탕으로 탱커ㆍ벌크선ㆍ자동차 운반선ㆍLNG선 등의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철광석ㆍ석탄ㆍ곡물ㆍ비료ㆍ원목 등의 벌크선 화물 운송에 경험과 노하우가 많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40년 가깝도록 맨손으로 하림을 연 매출 5조원 규모의 축산전문그룹으로 키워낸 그의 일화들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특히 그의 도전 정신과 기업가 정신은 요즘같이 경제가 주눅이 든 시대에 자주 인용된다. 그는 지난 11월 중순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의 이각 모자를 약 26억원에 낙찰 받아 세계적인 뉴스메이커가 된 일도 있다.

일본 박물관과의 경합으로 낙찰가가 4배 가까이 올랐다는 후문도 있다. 그는 평소 나폴레옹 1세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왔고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우자는 의미에서 구매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나폴레옹의 모자가 아니라 나폴레옹의 정신을 산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림측은 이 모자를 내년 서울 논현동 신사옥이 완공되면 전시해 일반인들이 보게 할 예정이다.

팬오션 인수대금에 발목 잡힐 수도

그는 초등학생 시절 외할머니가 선물했던 병아리 10마리를 키운 경험이 사업의 기반이 됐다고 술회한다. 18살(고3)이 되자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력도 있다. 40년 가깝도록 축산업에만 몰두해 중견그룹인 하림을 일궈낸 김 회장은 평소 ‘안전지대를 떠나라. 궁리하며 가라’는 경영철학으로 살아왔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강조한다. 지난 22일에는 재경전라북도민회에 의해 제11회 ‘자랑스런 전북인 상’ 경제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익산 출신의 그가 전북인 중 드물게 그룹기업을 일궈 냈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대형 매물 팬오션 인수에 나선 그의 새해 행보가 주목된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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