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2013년 초 미국 오클라호마 법정에서 소비자를 자문한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바그룹은 도요타 ‘캠리’ 중 일부 차량이 전자제어장치 프로그램 오류로 급발진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이끌어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정부ㆍ자동차 메이커ㆍ학계 일부가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인정하지 않아서다.

“도로를 잘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속력을 내더니 앞차를 들이받는다” “주차를 하려고 하는데 운전자도 모르게 차가 앞으로 튀어나가 사람들을 친다” 모두 급발진 사고가 의심되는 사례다. 자동차 급발진이란 자동차가 운전자의 제어를 벗어나 의지와 관계없이 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35년 이상 지속된 문제다. 사회적 핫이슈이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 국내에서 신고된 급발진 사고는 100건 정도지만 실제론 그 10배가량으로 추정된다. [사진=뉴시스]
수많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사망ㆍ사고도 잇따른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해 신고되는 급발진 사고는 연 100건 정도다. 교통안전공단의 ‘급발진 사고 현황’을 보면, 연도별 급발진 차량 신고 건수는 2010년 28건에서 2012년 136건, 2013년 139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8~10배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급발진 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급발진 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운전자가 급발진으로 인한 차량 결함을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인이 실수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에선 자동차 급발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는 당연히 부정적이고 정부는 몇건의 조사를 통해 차량 이상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조금 다르다. 소비자의 문제 제기에 자동차 메이커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면 보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차량 결함이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와 달리 메이커가 자사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찾아 제시해야 한다. 물론 합의를 거쳐 보상을 해도 차량 결함을 완전히 인정하지는 않는다. 2013년 미국 오클라호마 법정에서 소비자를 자문한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바그룹은 도요타 ‘캠리’ 중 일부 차량이 전자제어장치 프로그램 오류로 급발진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이끌어냈다.

‘자동차용 블랙박스’ 해결책 될까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정부ㆍ자동차 메이커ㆍ학계 일부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자동차 메이커에서 강하게 반발한다. 급발진을 인정한다면 그에 따른 피해 보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없는 걸까. 단순히 운전자의 실수일까. 전체 차량의 30%가량에 장착돼 있는 영상 사고기록 장치를 분석하면 운전자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이상 현상, 자동차 급발진 사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간연구단체인 ‘자동차 급발진연구회’는 전체 급발진 사고 중 80%는 운전자 실수고, 나머지 20%가량은 급발진 사고라고 판단하고 있다. 분명히 급발진 사고는 존재한다. 당연히 급발진 원인을 찾아야 하고, 방지장치도 탑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급발진 사고가 운전자의 실수 때문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자동차급발진 연구회가 선보인 저가형 사고기록장치(자동차용 블랙박스)는 의미가 있다. 이 장치는 신뢰성을 위해 국내 전자파 인증인 KC인증과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독일자동차검사협회(TUV)의 실차 시험 보고서를 받았다. 데이터 위변조를 불가능하게 조작해 객관성도 높였다.

물론 ‘성능에 문제가 있을 것’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등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그러나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이 장치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저가형 사고기록장치는 곧 시판된다. 이르면 올해 후반기면 이 장치가 분석한 자동차 급발진 사례가 등장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얽힌 모든 진실이 풀릴 것이다. 멀지 않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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