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은 “청소원이든 경비원이든 필요한 인력을 직접 고용하게 해야 이들이 인간적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매정하지 않은 경영자라는 건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 성과를 평가해 5% 정도는 도태시킨다. 다산네트웍스가 시장에서 ‘강한 회사’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은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기업이 필요로 하지 않는 인력은 내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지정훈 기자]
“대ㆍ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면 자영업자와 한계선상의 중소기업만 죽어납니다. 대기업이나 우리 같은 회사는 아무 영향이 없어요. 경기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대기업이 후려치기한 단가에 납품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 최하층에 그 부담을 전가하면 되겠어요? 경기가 과연 살아날까요?”

남민우(53) 다산네트웍스 회장은 “우리 사회 경제적 양극화의 핵심은 대ㆍ중소기업 간 양극화”라고 주장했다. “임금을 대기업의 60%밖에 못 받는데 누가 중소기업에 들어가려 하겠습니까?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대ㆍ중소기업간 관계, 갑을문화에서 비롯됩니다. 풍작이든 흉작이든 지주만 살찌운 조선의 소작제도와 비슷해요. 리스크와 부담은 모두 먹이사슬의 밑으로 내려보내고 성과는 위에서 독식하죠. 이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어요.”

✚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완전히 시장에 맡기든가 아니면 정부가 제대로 관리해야죠. 한쪽 눈 감고 한쪽 입장만 살피는 관치경제로는 양극화의 덫에서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가 없어요.”

✚ 양극화의 한 단면인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파견법을 폐기해야 합니다. 청소원이든 경비원이든 필요한 인력을 직접 고용하게 해야 이들이 인간적 대우를 받습니다. 같은 일 하는 사람을 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나요? 그 대신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필요로 하지 않는 인력을 기업이 내보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런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약자만 죽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는 다산네트웍스엔 비정규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매정하지 않은 경영자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끊임없이 성과를 평가해 5% 정도는 도태시킵니다. 이게 우리 회사가 시장에서 강한 비결입니다. 나한테 중요한 건 우리 구성원의 일자리지 누구나 정규직이 보장되는 직장이 아니에요. 실적이 좋아야 일자리를 유지하고 나아가 고용을 더 늘릴 수 있죠. 이건 거의 기계적인 과정이에요. 일자리 문제는 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달렸습니다. 이런 가치관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남 회장은 지난 2월 3년 임기의 벤처기업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7월까지 1년 임기의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을 지냈다.

✚ 벤처기업협회장 재임 중 성과로 무엇을 꼽습니까? 가장 큰 애로랄까, 아쉬움은 뭔가요?
“벤처 창업의 환경 내지는 생태계가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하면 갈 길이 멀지만 코스닥이 600선을 돌파하는 등 다시 봄바람이 불고 있어요. 과거 생태계에 20~30점을 준다면 70~80점은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정부가 대기업을 너무 의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척박한 환경으로 창업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힘들어 하고 중견기업ㆍ대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로드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해외에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알리바바의 잭마가 있다면 우리에게도 네이버의 이해진 이사회 의장, 넥슨의 김정주 회장, 휴맥스의 변대규 회장 같은 창조경제의 선구자들이 있습니다. 이들 벤처 영웅에 대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냉랭하고, 게임업계와 네이버는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은 사회환원도 잘하는데요?
“카네기, 록펠러 같은 사람이 젊었을 때부터 그랬을까요? 우리가 벤처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습니까?”

 
✚ 단적으로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요?
“정부는 게임의 룰만 만들고 민간에 의해 자금이 선순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기업공개 시장, 벤처캐피털, 엔젤 투자, 인수ㆍ합병(M&A) 시장 등이 아직은 미약하지만 궁극적으로 실리콘밸리처럼 민간에 의해, 시장의 힘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게임의 룰을 정하는 한편 마중물도 붓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형을 되찾도록 힘써야죠. 단적으로 지금 대ㆍ중소기업 간 갑을문화의 폐단이 심각한데 기술ㆍ인력 탈취 같은 문제로 대기업이 한번이라도 제대로 징계를 받은 적 있나요? 그러니 대기업이 아이디어가 뛰어난 벤처를 돈 주고 사들이기보다 아이디어를 베끼려 드는 겁니다. 벤처가 대기업과의 특허심판에서 한번이라도 이긴 적 있나요? 우리나라 시장은 시장원리가 아니라 힘의 논리에 좌우됩니다. 페이스북이 직원 수 10여명의 사진공유업체 인스타그램을 12억 달러에 사들였는데, 과연 그 서비스를 못해서 그랬을까요? 미국 사회의 풍토가 엄격해 돈 주고 인수를 한 거예요. 우리는 지금 그런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고 그 과정에서 정부의 심판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해진 등 벤처영웅 냉대해서야

✚ 화제를 바꿔 보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귀국길에 ‘대한민국 통신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통신을 이용한 서비스와 비즈니스는 뒤진다’고 페이스북에 한 줄 올린 걸 여기 오는 도중 봤습니다. 어떻게 보나요?
“통신 3사가 이 훌륭한 인프라 위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 치고나가지 못한다는 뜻 같은데 그런 면이 있죠. 부족한 게 있지만 IPTV도 앞서 있고, 이들 회사가 서비스를 그렇게 못하는 건 아닙니다.”

✚ 다산이 생산하는 네트워크 통신 장비 쪽은 어떤가요?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우리 통신 장비는 여전히 잘나갑니다. 제값 받기가 힘들어 돈을 많이 못 벌어 그렇지. 그래서 해외로 적극 진출하고 있습니다.”

✚ 통신 장비도 국내시장은 테스트 베드 격이군요?
“그렇습니다. 한국은 네트워크 기술이 앞섰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인데 시스코, 화웨이 같은 세계적인 통신장비 기업이 없어요. 화웨이의 경우 중국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합니다. 반면 우리는 도움 받은 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납품단가 인하와 낮은 유지보수 요율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기업의 R&D를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유지보수 요율을 15%까지 올리자고 아우성인데 장비쪽은 유지보수 평균 요율이 1%가 채 안 됩니다. 그런데 외산 장비에 대해서는 10% 가까이 주기도 해요.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이죠.”

✚ 그런 환경에서 이래저래 맷집이 꽤 세졌겠습니다?
“그게 우리가 대한민국에 고마워하는 점입니다. 다산 정도의 맷집이면 어디 가도 끄떡없어요. 원가 경쟁력이 있어 해외에서도 화웨이에 안 집니다.”

✚ 올해 경영 구상이 뭔가요?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겁니다. 올해 해외 매출이 50%를 넘어설 거고, 그런 점에서 사실상 글로벌 원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아시아 시장에 집중했었는데 미국에 본격 진출하면 명실상부한 글로벌 강소기업이 되는 거죠.”

✚ CEO 특히 창업 CEO에게 필요한 자질이 뭐라고 보나요?
“하고 싶은 일을 이루고자 하는 열정, 기업가로서 나름의 가치관, 배우려는 자세와 학습능력입니다. 기업가로서의 가치관은 다양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기업을 운영할 수도 있겠죠. 저는 일자리를 지키고 더 늘려 더 많은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려는 게 목적입니다.”

✚ 젊은 세대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습니까?
“창업을 하세요. 창업한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저도 망할 뻔했던 네 번의 위기를 딛고 4전5기했습니다. 창업의 경험은 무엇보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겁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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