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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완종’, 산 권력 혼쭐 낼까성완종 리스트 수사 가능성
[138호] 2015년 04월 20일 (월) 09:05:49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 ‘성완종 리스트’의 파장은 크지만, 성완종 회장이 죽은 탓에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강도나 처벌 수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돈을 받았다는 이들이 당장이라도 처벌을 받을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성완종 리스트’를 입증할 ‘성완종’이 없어서다. 죽은 성완종이 살아 있는 권력을 물리칠 수 있을까.

1. 일단 법과 원칙대로 결정한다며 호언한다. 2. 성완종이 사망해 진술 진위 확보가 어렵고 물증이 없으며, 허태열과 김기춘은 부인한다고 밝힌다. 3. 조용해지면 혐의 없음으로 결론짓는다.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4월 10일 자신의 SNS계정에 올린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예상 반응’이다. 그동안 각종 정ㆍ재계 비리 관련 수사에서 검찰이 국민에게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나올 법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예상은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된 관련자를 검찰이 기소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나온 금품수뢰 관련 자료의 근거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인터뷰와 메모다. 물론 이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는 건 무리가 없다. 성완종 전 회장이 죽음으로 수사를 해달라고 외친 것과 다를 바 없어서다.

관건은 검찰이 성 전 회장의 인터뷰나 메모 외에 더 많은 근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의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도 윗선의 눈치만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밝히고 나서야 내부에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의혹이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게 당연한데도 윗선의 지시를 기다렸다는 방증이다. 일부에서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특검만 하면 일사천리로 수사가 진행되고, 관련자를 기소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이들이 검찰의 추궁에 끝까지 함구하고, 명백한 실물 증거자료가 나오지 않는다면 수사는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서보학 경희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 전 회장이 원한을 갖고 인터뷰와 메모를 남겼다고 하더라도 관련 진술이 신뢰할 만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면 법원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관련자들이 금품수뢰를 부인하고, 돈의 흔적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면 기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수사 의지 중요하지만…  

서 교수는 “서로의 진술에 따라 사실관계를 더 추궁할 수 있을텐데, 당사자가 죽고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돈을 주고받은 증거를 남겼을 리 없고, 그러면 정황 증거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황 증거는 쌓이고 쌓여야 증거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인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는 “막연히 ‘돈을 줬다’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이유로 줬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나온다면 성 전 회장의 진술은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경우엔 전달자도 있어 검찰 수사가 제법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대선자금에도 흘러갔다는데 살아 있는 정권을 수사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명백한 근거자료를 찾지 못한다면 몇몇 인사들을 처리하는 수준에서 끝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황적 증거 외에 사실적 증거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법학과) 교수도 “성 전 회장의 자필로 작성된 메모는 육성인터뷰와는 별개의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며 “하지만 돈을 준 사람은 죽었고,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이들은 부인하는 상황에서 증인이나 물증이 검찰수사를 통해 나오지 않는 이상 기소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특검을 하면 지금보다 훨씬 광범위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기소되고 처벌을 받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양한 정황 증거라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성 전 회장이 없어서다. 더구나 검찰 수사는 기소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소시효가 지난 것은 수사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크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금품수뢰 액수가 1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수사 대상에서 제외될 거란 관측이 많다. 

최소한 특검이라도 진행해야 

김정범 변호사는 “이런 문제들 때문에 특검을 해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특검을 하지 않으면 한두 사람만 기소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다. 재판에 가더라도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특검을 꾸려 이 수사에 덤벼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대선과 새누리당 경선 당시 쓴 돈의 출처, 사용내역 등을 쫓다보면 성 전 회장의 돈이 나올 가능성이 있고, 이를 기초로 또 다른 수사를 진행할 수 있어서다. 그러면 최소한 죄를 지은 이들은 처벌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게 모두 검찰의 의지와 직결되는 문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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