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다이어트 강사의 ‘참회’
어느 다이어트 강사의 ‘참회’
  •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 호수 140
  • 승인 2015.05.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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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인간의 건강을 논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진=뉴시스]
건강 강의는 즐겁게 듣고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일반 강의와 달리 무겁고 때론 불편하다. 규제가 부여되는 특성 탓이다. 여기서 잠깐 필자의 강의 초창기, 뼈저린 기억을 되살펴 보자. 한 회사의 고객 센터에 근무하는 여성 감정노동자 200여명이 대상이었다. 다이어트 강의를 통해 날씬한 몸을 만들어 보려는 기대감으로 강의장을 빼곡히 채운 청중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말랑말랑한 지방 덩어리처럼 부드러운 얘기로 편하게 강의를 하겠노라고 청중에게 강의의 서두를 알렸다. 시작은 무난했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강의를 망친 강사가 청중 탓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필자는 그날 한 청중 덕분에 강의를 망쳤다. 물론 그 여성이 필자의 강의를 망칠 생각은 아니었을 테지만.

맨 앞에 앉은 여성은 한눈에 보기에도 비만한 몸집의 소유자였다. 관심이 있으니 맨 앞자리에 앉았으려니 생각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먼저 사람과 동거를 하던 돼지를 예로 들었는데, “돼지는 인간의 집에 침입한 뱀을 잡아먹었고, 인간은 자신의 똥을 돼지에게 제공하였다” 뭐 이런 얘기였다. 필자는 연이어 수분이 없는 지방의 특성상 ‘벼락을 맞아도 안전하다’ ‘혈관이 적어 뱀에 물려도 생존율이 높다’는 농반진반의 말을 던졌고, 청중은 폭소를 터트렸다.

그런데 그 즈음에 그녀는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빗대어 말할 의도가 없었음에도 그녀는 은연 중 자신을 의식했을 것이고 그것이 걷잡을 수 없는 상처가 된 것이다. 강의장에는 울고 있는 그녀와 필자뿐이란 착각이 들었고 이내 필자도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강의 중에 그녀를 달랠 수 있는 것도 아니요, 강의장 밖으로 쫓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원인이 뭔지도 모른 채 강의는 뒤죽박죽 됐고,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강의가 끝난 후 텅 빈 강의실에서 소품들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어디선가 “청중도 아우르지 못하는 네가 무슨 강사냐”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는 텅 빈 채, 눈물을 닦은 듯한 휴지만 덩그러니 남았다. 한명에 집중한 결과로 199명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은 오랜 기간 필자의 마음에 남았다.

그 후로 10여 년이 흐른 지금은 강의 중 특정인을 의식하는 일은 없다. 뒤에서 컵라면을 먹거나 큰 소리로 전화를 받아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필자 앞에 앉아 눈물을 흘리던 그 여성에 대한 기억은 지우기가 힘들다. 바람이 있다면 그 여성이 올바른 다이어트를 통한 체중감량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그로 인해 한층 더 밝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인간의 건강을 논한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며 많은 이들이 불안을 조장하여 상업적 이익을 챙긴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눈물을 진심으로 닦아줄 수 있는 강의에 필자는 평생을 바칠 것을 약속드린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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