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반년 맞은 프레이레 오비맥주 사장

▲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사장은“영업맨답게 정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제공]
지난 4월 1일. 오비맥주는 장기숙성맥주 ‘프리미어 OB’의 신규 TV광고를 송출했다. 이 광고에서 한 브루마스터는 맥주맛에 취한 모델에게 당연하다는 듯 ‘다스 비어(Das bier• 맥주라는 뜻의 독일어)’라고 말한다. ‘이것이 맥주’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오비맥주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사장도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이것이 혁신이다(Das Erneuerung).”

“오비맥주가 달라졌다.” 지난 1년간 오비맥주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외국계 기업이 인수하고 외국인 수장이 경영을 맡아서 으레 나오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오비맥주의 직원은 물론 협력 유통사, 소비자 등 많은 이들이 이 기업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4월 AB인베브 인수 이후 글로벌 맥주기업의 일원이 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 중심에는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사장이 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그는 6개월째 ‘오비맨’으로 뛰고 있다. 최종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그와의 소통은 기존 오비 직원들에겐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브라질 출신인 프레이레 사장은 전임 CEO들에 비해 한국 문화와 소비자 특성, 업계의 사정을 잘 모를 공산이 크다. 따라서 정확하게 소통하지 않으면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요즘 오비맥주 직원들은 때아닌 ‘열공 모드’에 빠져있는 이유다. 프레이레 사장과의 의사소통은 물론 글로벌 기업 AB인베브와의 업무 조율을 위해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다. 먼저 영어 소통이 필수적인 직원들부터 단계적으로 실시 중이다. 프로그램은 온라인 수업과 분기별로 AB인베브에서 파견한 강사진 강의를 통해 영어 트레이닝을 받는다. 한 직원은 “무료 영어수업과 회사차원의 다방면의 지원이 있어 영어 공부는 확실하게 하고 있다”며 “영어실력이 향상되고 있어 긍정적이다”라고 전했다. 영어소통과 함께 오비맥주의 달라진 또 다른 문화는 보고방식이다. 기존엔 구두로 보고하던 방식이 서식 보고로 변경됐다. 때문에 경영 투명성도 향상됐다. 모든 게 문서로 남기 때문에 한가지라도 허투루 할 수 없다.

 
특히 AB인베브는 뉴욕과 벨기에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다. 수치나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아니면 공식자료가 될 수 없다. 오비가 최근 개별 브랜드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다. 팩트에 기반한 시장자료가 아니면 공개하지 않는 글로벌 기업 AB인베브의 원칙 때문이다. 투명성을 높이기 까다로운 기준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용을 집행할 때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일정 금액 이상의 비용을 집행하면 내역 공개와 영수증 제출이 필수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마케팅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부패방지법과 각종 윤리규정을 준수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과거보다 확실히 투명성이 높아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조직 분위기가 딱딱해진 것도 아니다. 직원들은 프레이레 사장의 이름을 그대로 호명한다. 직함도 안 붙인다. ‘저기요, 프레드’ ‘안녕. 제인’ 이런 식이다. 수평적인 소통 문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프레이레 사장을 둘러싸고 떠돌던 ‘스킨십 우려’가 해소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프레이레 사장 취임 당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류시장의 특성상 끈끈한 조직문화와 한국에서만 통하는 나름의 방식이 존재하는데 외국 CEO가 심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전임자였던 장인수 전 사장의 경우 30여년을 영업현장에서 몸담은 ‘영업통’으로 발로 뛰는 CEO로 유명했다. 카리스마 있는 장 전 사장의 리더십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과연 외국인 사장의 색다른 리더십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평가는 의외로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엔 일부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매우 적극적이고 열정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내부 평가도 비슷하다. “영업맨 답게 정열적이다”는 평이 많다. 실제로 프레이레 사장은 최근 전국 도매사와 생산현장 등을 돌며 ‘현장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5월 8일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65세 이상 주류 유통사 원로 대표 80여명을 초청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어버이날 행사’를 갖기도 했다. 이때 프레이레 사장이 직접 주류 유통사 원로 대표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전형적인 한국식 소통 방식이다. 주류업계 한 전문가는 “한번 철수했다가 다시 돌아온 AB인베브가 이전에 비해 많이 ‘한국식’으로 맞춘 흔적들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 임직원들과 함께 원로 유통사 대표들에게 큰 절을 하는 프레이레 사장(가운데). [사진=오비맥주 제공]
실제로도 AB인베브는 오비맥주 인수 후 한국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글로벌 맞춤형 인재 육성과 사회공헌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쿨이 공동주관하는 사내 MBA프로그램 ‘비지니스@ABI’를 도입해 임직원을 선발해 교육하는 한편 양사간 인사 교류도 추진 중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강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청소년 음주예방 캠페인(패밀리토크 연극 캠페인)도 전개 중이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AB인베브 인수 후 지난 1년간 오비맥주의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AB인베브가 올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4% 줄어들었다. 하지만 프레이레 사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고비는 있었지만 2014년은 성공적인 한해였다”고 다른 평가를 내놨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 때문에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라서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AB인베브 인수 이후 전략적으로 출시한 신제품 ‘더프리미어OB’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개월로 오비맥주의 성패를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오비맥주는 현재 AB인베브와 함께 맥주의 이미지 제고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 도입도 검토 단계에 있다. 진정한 변화의 바람은 어쩌면 지금부터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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