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 합병 효과

▲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이 더 강화됐다.[사진=뉴시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다. 양사는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재계의 시선은 다르다.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5월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이 기준 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물산이다. 양사가 내세운 합병 이유는 이렇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각각 운영해온 건설사업 부문의 통합으로 건설사업 경쟁력 향상 ▲ 삼성물산의 해외 영업 인프라를 통해 제일모직의 패션ㆍ식품 사업의 해외 진출 ▲ 그룹의 신수종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로 등극해 안정적인 회사 운영 가능 등이다.
 

언뜻 그럴듯한 설명이다. 하지만 양사가 사실상 공유할 수 있는 사업은 건설밖에 없다. 재계의 시선이 삼성의 설명과 크게 다른 이유다. 이번 합병으로 최대 수혜를 입은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ㆍ삼성전기ㆍ삼성SDI→제일모직’ 순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23.23%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없다. 그룹의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선 마지막 고리인 삼성물산 지분이 필요한데, 이 문제를 이번 합병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합병회사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로 단순화되고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의 지분 16.4%를 확보하면서 두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합병 시점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부회장의 합병회사 지분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제일모직 주가에 비해 최대한 낮을 때 합병해야 한다. 실제로 올 1분기 저조한 경영실적을 기록한 삼성물산의 주가는 7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지금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완성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지배력은 더 높여야 하고, 삼성전자→삼성SDI→새 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도 부담이다. 국내 증권사는 지주사 전환ㆍ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으로 지배구조의 큰 틀은 마련됐다”며 “지배구조 완성을 위한 추가적인 분할ㆍ합병ㆍ사업구조 변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어떤 시나리오든 초점은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맞춰질 거라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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