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건강은 무너진다.[사진=아이클릭아트]
공을 친다는 지인은 필자에게 아직도 공을 차냐며 비아냥거린다. 축구는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이나 하는 것이지, 지천명에 이른 자가 하기엔 그렇지 않느냐는 식으로 들려 나 역시 반격의 채비를 갖춘다. 글 쓰는 자들은 독설에도 능한 법이다. 잔디밭 슬슬 걷다가 쇠막대기 한 번 휘두르는 게 운동이냐부터 쌀 한 가마니(값) 잔디밭에 쏟아 붓고 돌아오면 좋으냐로 맞선다. 예전부터 골프에 꽂힌 상대는 반바지ㆍ슬리퍼 등 축구 동호인의 복장과 운동장 흡연을 문제 삼는다.

이러다가 골프계와 축구계의 전반적인 문제로 비화될까 두려워 그만하자며 내가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나이 먹은 우리 둘은 상대의 머쓱함을 달랠 아량은 남아있어 우리 모두 잔디밭에서 공 가지고 운동하는 사람들이란 결론을 내리고 논쟁을 맺는다. 열살 때부터 축구를 한 필자는 지금도 유일하게 즐기는 운동이 축구다. 아침이면 축구를 하기 위해 불광천을 걸어 마포의 한 중학교로 향한다.

놀랍게도 도심 하천인 불광천에는 어른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사는데 깨끗한 물이 아님에도 살기 위해 바글거리는 물고기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걷는다. 두발이 공중에 떠 있는 것이 뛰는 거라면 최소 한발은 항상 지면에 닿아 있는 것이 걷기다.  걷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발은 손ㆍ눈ㆍ귀 등과 더불어 인간의 대표적 포식 기관이다.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은 신체의 확장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실제로 자동차는 인간의 발을 확장한 거다. 그런데 이 차라는 녀석이 참 흥미롭다.  어딘가에 도착하면 대부분 ‘무얼 타고 왔느냐’고 묻는다. 필자는 “BMW를 타고 왔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상대방이 “뭐 이런 속물이 다 있나”라고 생각할 찰나에 필자의 너스레가 이어진다. “Bus, Metro, Walking입니다.” 그제야 상대방은 웃는다.  그렇다. 사업 20년차에 나이 오십인 필자는 평생 BMW를 타고 살아왔다.

BMW가 일상이 된 탓에 지방 강의가 잡히면 챙겨야 할 게 많다. 강의 시 입을 복장이 구겨지지 않도록 상자에 담고, 간식을 포함한 도시락과 운동시연 소품 등도 챙긴다. 자! 이제 강원도 속초에 있는 서울시 연수원으로 출발한다. M(지하철)까지 W(걸어서)로 이동한 후 시외 B(버스)를 타고 속초로 간다. 거기서 다시 W로 이동해 시내 B를 타면 연수원 앞에 내린다.

집으로 갈 때는 올 적의 역순인 ‘BWBMW’이 되는데 무거운 몸과 달리 도시락과 선물이 비어 가방은 가볍다.  현대인의 건강은 앉아 있으므로 무너진다. 움직여서 생존을 유지하던 발이 움직이지 않으면 되레 생존의 위협이 된다. 특히 체중이 걱정된다면 더더욱 BMW를 이용해야 한다. 차량의 타이어가 닳는 속도와 내 몸에 지방이 붙는 속도는 비례하게 마련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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