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수 1668만t 시대

▲ 우리나라에서 하루 동안 발생하는 오폐수 중 생활하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78%다.[사진=뉴시스]
‘물 대란’이 시작될 조짐이다. 10년 안에 물값이 기름값 만큼 오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남아 있는 물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듯(그레샴 법칙) 악수惡水가 양수良水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생활 속 물관리 비법을 살펴봤다. 의외로 간단하다.

“2025년에는 세계 인구 60% 이상이 물 부족을 겪고, 향후 10년 안에 물값이 원유가격만큼 상승해 물 전쟁(Water Wars)이 발발할 수 있다.” 2008년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미래회의가 내놓은 ‘2025년 미래전망’의 주요 내용이다. 물 부족에 대한 경고 메시지다. 함께 개최된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도 지구의 미래 도전과제 15개 중 하나로 ‘깨끗한 식수 확보’를 들었다. 미래사회의 핵심 변수로 ‘물’을 꼽은 것이다.

세계 각국이 물 관리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21세기는 물의 시대. 물 경쟁력은 곧 국가의 힘을 의미한다. 정부 역시 ‘맑고 풍무한 물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슬로건으로 수립한 수자원 장기 종합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수자원 보호가 이제는 국가의 핵심 과제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물 보호를 국가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 가정의 부엌, 화장실 등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가 오폐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의 물 관리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약 2139만t의 오폐수가 발생한다. 이 가운데 생활하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78%(1668만t)로 가장 많다. 축산 오폐수 비중은 1%(15만t)에 불과하다. 이만하면 생활하수를 ‘물 파괴자’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생활하수가 무심코 버려진다는 점이다. ‘내가 버리는 게 얼마나 된다고 물이 더러워질까’라는 안이한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위험하다. 생각 없이 버린 생활하수 탓에 물이 죽고, 수자원은 고갈되고 있어서다.

가령 위스키 한 잔(30mL)을 버리면 물의 오염추정치(BOD)는 3만5000ppm까지 올라간다. 어마어마한 오염수치다. 6ppm만 넘어도 열목어, 다슬기 등이 살 수 없다. 위스키 한 잔을 희석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도 상당하다. 무려 1830L를 공급해야 원상 복구할 수 있다. 위스키 한 잔 희석하는데 1.5L 물병 1220개가 필요한 셈이다.

위스키는 알코올 수치가 높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렇다면 이제 요구르트의 오염수치를 보자. 요구르트 한 개(65mL)가 버려진 물을 회복하기 위해선 1307L가 필요하다. 요구르트 한 개와 1.5L 물병 871개를 맞바꿔야 물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먹거리 김치찌개도 한 번 버려지면 ‘물 파괴자’로 돌변한다. 김치찌개 한 컵(150mL)을 희석하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은 525L다. 버려진 김치찌개 양의 3500배에 달하는 물이 공급돼야 정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식용유, 샐러드기름, 간장(이하 150mL)이 하천을 오염시켰을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해선 각각 4050L, 4500L, 2490L의 물이 필요하다. 미래물문화연구소 관계자는 “오염된 물을 음용수나 산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토록 많은 물과 비용이 든다”며 “생활하수로 막대한 폐수를 만들고 있는 만큼 우리 역시 물을 아끼고 깨끗이 하는 실천자가 되고 감시자가 돼야 할 의무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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