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제대로 내라고 한 게 죄인가”
“세금 제대로 내라고 한 게 죄인가”
  • 강서구 기자
  • 호수 147
  • 승인 2015.06.29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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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면직당한 윤영대 전 KB노조위원장

KB국민은행에 거침없이 쓴소리를 날리던 윤영대 전 KB국민은행 새노조(KB국민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3월 면직 처분을 받았다. 신뢰를 가져야 할 금융사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키고 국민은행의 조직원으로 유지해야 할 품위를 손상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번지고 있다. 윤 전 위원장을 만났다.

▲ 윤영대 전 KB국민은행 노동조합(새노조) 위원장은 “국민은행의 법인세 취소소송의 본질은 분식회계에 의한 조세포탈”이라고 강조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1차 면직=2001년 3월 30일 윤영대 전 KB국민은행 노동조합 위원장(당시 팀장ㆍ차장협의회장)은 면직처분을 받았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을 막기 위해 ▲ 국민ㆍ주택은행 합병 취소소송 진행 ▲ 합병추진위원회 관련자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비조합원 신분으로 팀ㆍ차장협의회를 구성해 금융노조 파업에 참여 등의 이유에서였다.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이슈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은행의 구조조정과 대형화 필요성이 등장했고 그 포문을 연 것이 두 은행의 합병이었다. 당연히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소매금융이 강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시너지가 그다지 크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은행이 우량하다는 점도 구조조정의 명분을 흐트러뜨리는 원인이었다. 실제로 당시 김정태 주택은행장과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두 은행의 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은행장의 태도가 돌변했고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합병을 막기 위한 노동조합의 반발도 거세게 일어났다.

그러나 정부와 함께 두 은행의 대주주였던 ING생명과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대주주의 지원으로 합병은 추진됐다. 당시 ING생명과 골드만삭스는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지분을 각각 64.66%, 56.22%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시너지 효과에 대한 실효성 논란과 노조의 반대에도 2001년 11월 1일 국민ㆍ주택은행의 합병은행인 ‘국민은행’이 공식 출범했다.

# 2차 면직= 윤영대 전 위원장은 면직 처분을 받은 2001년 12월 복직했다. 그해 8월 2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그의 면직을 부당해고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3월 또다시 면직처분을 받았다. 사유는 품위유지•질서문란행위 금지 등 위반, 감찰조사 부당 거부에 따른 준수의무 위반이었다. KB국민은행은 국세청에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윤영대 차장이 ‘법인세 환급소송을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진정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것을 문제로 삼았다. 쉽게 말해, 법인세를 내야 한다는 취지였다.

국민은행은 “1심과 2심에서 국세청의 법인세 부과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명확한 근거도 없이 법인세 부과 처분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며 “이는 ‘KB국민은행 노종조합 규약’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 등과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또한 투기자본감시센터와 공동명의로 허위사실이 기재된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는 이유다.

국민은행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주장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발표하는 등 은행의 평판리스크 악화 등 무형적 손실과 패소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끼치려 했고, 은행과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은행 내 질서를 문란 시키는 행위를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인세 핵심은 조세포탈

✚ 1982년 국민은행에 입사한 이후 두번째 면직처분을 받았다.

“2001년 국민ㆍ주택은행 합병 반대에 나섰다는 이유로 면직처분을 받고 그해 12월 복직했다. 하지만 은행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신청과 행정소송이 이어졌고 2004년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했다. 당시 은행은 2001년 해고 당시 직책인 대기역(대기발령)으로 복귀시키고 2006년 12월 26일까지 대기발령 상태를 유지했다.”

✚ 이번 면직처분의 이유가 국민은행의 법인세 취소소송에 반대한 건가.
“회사측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그렇다. 하지만 새노조를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수노조를 인정하고 있지만 노조사무실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노조 고문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는 등 새 노조를 부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 국민은행이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의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2003년 9월 30일 국민은행은 국민카드의 충당금 등 1조6564억원을 적립하지 않고 합병했다. 이는 납부해야 할 법인세를 국민카드의 이월결손금을 공제해 4400억원에 세금을 탈세한 것으로 조세포탈에 해당한다.”

✚ 무슨 차이점이 있는가.
“조세포탈과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부당행위계산부인은 전혀 다른 사항이다. 조세포탈로 추징해야 할 법인세를 부당행위계산부인이라는 엉뚱한 명목으로 추징했으니 국세청이 질 수밖에 없는 재판이었다.”

✚ 국민은행의 지적처럼 법인세를 추징당하면 은행의 재정과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조세포탈로 번 돈을 근로자의 복지에 쓴다면 어떤 직원이 환영할지 의문이다. 납세의 의무는 모두가 지켜야 할 기본상식이다. 국민은행이 기업에 대출을 하면서 분식회계 한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올바른 일이겠는가. 국민은행 또한 마찬가지다. 금융사는 수익만큼 공익과 사회적 역할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법인세를 납부하면 ‘국민의 신뢰’라는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엉뚱한 명목으로 법인세 추징

✚ 대법원도 1과 2심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손충당금의 인식 시점은 법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판결했다.
“구 법인세법 제45조 제1항 제2호의 소규모 합병인 경우에는 피흡수 합병 법인의 이월결손금을 합병법인이 승계해 세금 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합병은 소규모 합병에 해당해 국민은행이 국민카드의 이월결손금을 승계할 수 없다. 하지만 법원은 “소비자의 선택권”이라는 이유로 과세 판결했다. 국가의 과세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있다면 모든 과세는 거절될 것이다.”

✚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명예가 회복됐다는 의견이 있다.
“이미 2004년에 처벌을 받은 사안이다.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이 바뀐 것은 아니다. 검찰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2009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는 분식회계라는 불법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는 얘기다.”

✚ KB금융그룹의 LIG손해보험 인수도 반대하고 있다.
손해보험업은 사양산업으로 영업손실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시너지가 있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낮다. 게다가 금융위원회가 KB금융지주가 확보한 LIG손해보험 지분 19.47%만으로 자회사 편입을 승인한 것도 불법이다.

✚ 지난 19일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를 승인했다. 문제는 금융위의 승인은 6개월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6월 23일 이전에 LIG손보의 자회사 편입 절차를 모두 완료해야 한다. 또한 LIG손보를 지난해 6월 27일 자회사로 편입했기 때문에 올 6월 27일까지 지분 30% 이상을 인수해야 한다. 이는 모두 불가능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23일 이전에 거래가 완결되더라도 주주총회가 24일이기 때문의 금융위의 승인 효력은 상실된다.”

✚ 투쟁의 방법으로 고소ㆍ고발을 남발한다는 의견도 있던데.
“힘없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약자로서 기업의 부당한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법인세 문제의 시작은 2003년 ‘카드대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엄청난 양의 카드가 만들어졌다. 실제로 2002년 신용카드 발급수는 1억400만장에 달했다. 이는 소비를 늘리기 위한 정부 정책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카드 사용은 곧 부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카드 대금 연체 등 부실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이른바 신용불량자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2003년 110만명의 신용불량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220만명이 신용카드 사용으로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는 카드사의 부실로 이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합병을 선택했다.

▲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국민은행이 합병 전에 국민카드가 설정해야 할 대손충당금 1조6564억원을 합병 후 국민은행의 대손충당금으로 계상해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다는 데 있다. 국민은행이 국민카드의 결손금을 승계하려면 국민카드 주주에게 발행한 국민은행의 주식 비율이 10% 이상 돼야 하지만 당시 국민은행이 발행 주식은 2.4%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회계기준위반으로 기관경고와 함께 은행장 문책경고, 재무담당 임원 3개월 감봉 등의 처분을 받았다. 윤영대 전 위원장이 국민은행의 조세포탈과 법인세 납부를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윤 전 위원장이 행보가 모두에게 환영 받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상대로 한 과도한 고소ㆍ고발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새노조는 노조 출범 3일만에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ㆍ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등 임직원 6명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똥고집의 노조위원장

임영록 전 회장 사퇴이후 신임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노조와의 갈등도 발생했다. 또한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승인 취소 소송 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하는 등 고소ㆍ고발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새노조의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좋다”며 “하지만 무조건적인 고소ㆍ고발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같아 씁쓸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사주조합장 선거 이후 노노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며 “노조간 갈등으로 직원이 손해를 보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윤 전 위원장은 KB국민은행의 면직처분과 관련해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의혹이 있다면 이를 지적하고 공론화하는 것이 내부고발자로서 노동조합이 할 일”이라며 “회사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면직처분을 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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