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모바일 시대, 만능 미디어를 활용한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 좋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과대포장 광고 탓이다. 과유불급(지나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 기업에 필요한 ‘포장의 기술’이다.

▲ 실제 내용보다 과장된 포장은 고객의 실망을 부른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우리나라를 방문한 한 외국인 친구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할 일이 생겼다. 신세를 많이 졌던 친구라 뭔가 좀 한국적인 근사한 저녁을 대접하고 싶어 인터넷을 뒤져 여러 음식점을 찾아봤다. 음식이 좋아야 함은 물론이고 외관도 좀 한국적이었으면 좋겠고 주변 경치도 좋고 서비스도 좋은 곳을 찾느라 상당한 시간을 소비한 끝에 만만찮게 비싼 한 음식점을 예약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음식 사진과 식당 사진도 멋졌고 여러 블로거가 입에 침이 마르게 이 식당을 추천했기 때문에 필자도 멋진 저녁을 기대하면서 며칠을 보냈다. 그런데 음식점에 도착할 때부터 여러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 우선 음식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골목으로 약간 들어가 있는 곳이었는데 입구에 눈에 띄는 표지판이 없어 그 부근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고 전화를 걸고 한 끝에 겨우 음식점에 도착했다.

종업원은 예쁜 한복을 차려입었고 예의바르게 행동했다. 하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고, 마음을 절대 줄 생각이 없다는 표정으로 손님을 대했다. 음식과 식당 외관도 실망의 연속이었다. 아기자기하게 가꿔져 있을 줄 알았던 한옥 식당의 내정에는 꽃은 없고 시들어 가는 몇 개의 화분이 겨우 체면치레를 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봤던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기나 반찬들은 먼지를 뒤집어쓴 철 지난 초록처럼 지쳐 있었고, 바삭한 새우튀김은 온데간데없고 헐벗고 불쌍한 새우가 놓여 있었다.

디저트로 나온 오색한과는 탈색이 됐는지 색깔이 희미해진 채로 등장했다. 외국인 친구는 원더풀을 연발했지만 필자는 예약할 때 미리 확인한 음식 가격을 생각하면서 선택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인터넷의 멋진 사진만을 보고 너무 근사한 걸 기대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일 것이다. 먹을 만한 음식이었고 가짓수도 많았고 바닥도 깨끗했고 특별하게 불친절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더구나 실제보다 잘 보이게 포장하고 싶어 하는 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음식이든 다른 물건이든 심지어 사람이든 다 마찬가지다. 수많은 대안 중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면 어느 정도의 포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내용보다 지나치게 과장된 포장은 고객의 실망을 부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고객을 다시 찾게 만들려면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의 포장 정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포장에 신경을 안 쓰면 애초에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친 과대포장은 소비자의 구매를 후회하게 만든다. 기업은 적절한 포장의 정도를 결정해야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궁극적으로 마지막까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데, 이를 ‘골디락스 원리(Goldilocks principle)’라고 부른다. 물론 적절한 포장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평균적인 소비자의 시각에서 황당하거나 허황된 수준은 아니어야 한다. 과대포장의 문제는 도처에서 소비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이런 광고와 홍보는 조만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도 어떤 소비자의 눈길도 끌지 못하는 ‘늑대소년’이 될지도 모른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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