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신의 CEO Story

▲ 실력과 열정으로 무장한 중국 인재들이 자국 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사진=뉴시스]
중국은 국민 한 명에게 비누 하나씩만 팔더라도 약 13억개가 팔리는 엄청나게 커다란 시장이다. 우리나라와는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큰 안목으로 세상을 보는 인재가 수두룩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저력을 확보해야 그들과 경쟁할 수 있다.

잠자던 용, 중국이 일어나고 있다. 기세가 조금 꺾이긴 했지만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갈 때마다 도시 모습이 발전하고 변화무쌍하게 차이가 나서 차이나(China)”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사람들은 큰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옷차림이 유행에 뒤떨어지는 등 누가 봐도 티가 났다. 하지만 요즘에는 명품으로 치장해 눈에 확 띄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백화점, 골프장, 고급 호텔 등의 주요 고객도 중국인이다.
 
이들은 토지에도 관심이 많은데, 외국인이 소유한 제주도의 토지 가운데 40%가 중국인이 구매한 것이라고 한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2~3년 전부터는 중국계 기업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필자의 회사는 2013년 중국계 은행과의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중국 기업과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중국계 회사와 일을 했는데, 그들의 기업 문화에 놀란 점이 많다. 우선 중국 기업의 회장은 마치 첩첩이 보호받으며 베일에 싸여 있는 황제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거대한 부를 지니고 있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다. “저희 회장님은 함부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장관이 오더라도 회장님의 스케줄에 맞춰야 합니다”는 말도 종종 듣는다.  또 한가지 놀라운 점은 부사장을 포함한 임원급이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라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의 전도유망한 인재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우트해 마음껏 일해보라며 자율적인 권한을 준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한다. 업무를 보고하는 이메일을 보낸 시간을 보면 꼭두새벽이거나 자정이 훌쩍 넘어있기 일쑤다. 밤 11시가 지난 시간에 전화해서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는 중국 임원에게 “이렇게 밤 늦은 시간까지도 근무를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이건 우리에게 당연한 겁니다, 이 정도는 해야 무언가 이루지 않겠습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한국으로 진출한 중국 기업의 사장이 된 A씨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중국 굴지의 금융사 부회장이 한·중 금융에 대한 자문을 구하자 밤새 중국어 성조를 하나하나 외워가며 연습해 발표를 마칠 정도로 열정을 보여 스카우트됐다. 5년 전부터 틈틈이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공부하며 준비해 전격 발탁된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중국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면 중국어 구사 능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중국 기업은 단순히 말만 잘하는 사람보다는 중국 문화까지 체득해 자국민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실력을 지닌 사람을 선호한다. 또한 누가 보더라도 “저 사람은 엘리트다”고 말할 정도의 사람을 원한다. 회사를 운명공동체로 여기고 24시간 일하겠다는 열정으로 업무에 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한 건 생각을 크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민 한 명에게 비누 하나씩만 팔더라도 약 13억개가 팔리는 엄청나게 커다란 시장이다.

우리나라와는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패러다임을 넓히고 큰 안목으로 세상을 보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중국인 인재를 찾기에 혈안이 됐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되레 중국 현지 기업들이 한국의 인재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2014년 포춘지 선정 세계 100대 기업 중 10위권 안에 중국 기업 3개가 포함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 중인 중국은 우리나라에 점점 더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국내로 진출하는 기업은 늘어날 것이며, 중국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격전지대다. 이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중국이 원하는 인재의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위기감을 가지고 없었던 열정까지도 끌어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저력을 확보해야 그들과 경쟁할 수 있다. 그동안 평가절하했던 중국은 잊어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큰코다칠 수도 있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susie@you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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