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구조조정의 슬픈 경제학

▲ 대우조선해양이 부장급 임원 300~400명을 대상으로 구구조정에 나섰다.[사진=뉴시스]

대우조선해양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20년 이상 근무한 부장급 임원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된 거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된 임직원은 눈앞이 캄캄하다. 재취업의 문은 바늘구멍만큼 좁고 창업시장도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우조선해양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올 2분기에 기록한 3조원의 손실을 털어 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8월엔 사퇴, 자회사 발령 등 방식으로 본사의 임원수를 55명에서 42명으로 감원했다. 10월부터는 부장급 이상 고직급자들에게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은 근속연수 20년 이상 간부, 감원 인원은 최소 300명에서 최대 400명이다.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대우조선은 안정을 찾을지 모른다. 하지만 회사의 위기 때문에 거리로 내몰린 임직원들의 사정은 다르다. 새로운 출발을 하기엔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를 나온 중장년 층의 퇴직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비슷한 업종의 회사에 재취업하거나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재취업은 말처럼 쉽지 않다. 파인드잡이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와 함께 40세 이상 중장년층 10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직 이후 재취업까지 1년 이상의 장기 실업 상태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37.1%에 달했다. 재취업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얘기다.

구직업체 관계자는 “현재 구조조정 대상은 주택대출자금 등 채무납입과 자녀 교육비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라면서 “재취업의 문이 좁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퇴직전 직급이 높을수록 구직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구직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재취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창업으로 눈을 돌려도 사정은 비슷하다. 창업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4~2013년 10년 동안 자영업 창업자의 수는 948만7667명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가구수가 2013년 기준 2046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10년 동안 2.2가구 가운데 1가구가 자영업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가운데 792만8273개가 폐업, 10년 생존율은 16.4%에 불과했다. 특히 퇴직자가 많이 창업하는 음식업(174만개), 서비스업(157만개), 소매업(162만개) 등의 폐업이 전체의 63.2%를 차지했다. 게다가 생계를 위한 다른 대안이 없어 창업에 나서는 만큼 사업실패는 더 큰 시련을 안겨줄 가능성도 크다.

구직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11월부터 채권단의 지원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3000여 개 좀비기업을 퇴출할 계획”이라면서 “저성장 기조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선제 조치에 나설 경우 40대 이상 중장년층 구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구조조정 회오리의 한복판에 선 대우조선 부장급 인사 400명. 이들 앞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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