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이동 소비자에게 득인가

▲ 은행의 고객유치 경쟁이 과열로 치닫게 되면 은행 부실도 우려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은행 출금계좌를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서비스가 10월 30일 본격 시행됐다. 주거래 은행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장점 덕에 800조원의 돈이 움직일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간 서비스 혈전이 예상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마케팅 비용이 뛰면 소비자만 피해를 볼 공산이 커서다.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각종 이체 항목이 자동 이전되는 제도, 계좌이동제다. 월급여 이체에 각종 공과금 등의 자동이체가 연결돼 있어서 번거로운 주거래 은행의 변경이 쉬워졌다. 전국 16개 은행 계좌에 연결된 이동통신, 보험, 카드 등 3개 업종자동납부 항목을 ‘페이인포(payinfo.or.kr)’ 사이트를 통해 한 번에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 가입을 하지 않고도 공인인증서 창에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자동납부항목을 조회할 수 있다. 납부항목을 하나의 계좌로 통합하거나 다른 은행 계좌로의 이동도 가능하다.

주목할 점은 모든 예금을 변경할 수 없다는 거다. 자동으로 돈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수시입출금 통장만 이동이 가능하다. 정기예금, 적금, 펀드 같은 계좌는 이용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 아파트 관리비의 자동납부 계좌 변경은 내년에야 가능하다. 이처럼 계좌이동제는 주거래 은행을 쉽게 변경하고 자동이체 서비스를 유용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

 
시중은행도 기존의 금융산업 질서가 바뀔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계좌이동서비스를 실시한 영국의 경우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175만건의 계좌 이동이 발생했다. 대형 금융회사의 경우에는 계좌가 유출돼 고전한 반면에 중소형 금융회사는 현금 인센티브, 높은 이자 등을 제공하면서 신규 계좌를 대거 유치했다.

하지만 자칫 시중은행의 고객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 마케팅 비용 증가, 저원가성 예금금리 상승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과당경쟁은 은행권 부실을 초래, 결국 금융소비자만 피해를 볼 공산도 크다.

계좌 이동을 고려하는 고객이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받던 수수료 인하, 대출금리 인하 등의 혜택이 계좌 이동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게 아니다. 자동납부 출금으로 은행 대출 상품의 금리 인하나 예적금 상품의 추가금리 적용을 우대 받았다면 계좌 이동을 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계좌 이동으로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요금 청구 기관이 자동이체 출금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에는 계좌 이동이 정상으로 처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 통상 출금일 3~7(영업일 기준)일 이전에는 자동이체 출금 작업이 진행되며, 해당 자동이체의 출금일 이후 재신청해야 한다. 요금 청구 기관을 통해 자동이체 등록이 가능한 은행이 어디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요금이 미납ㆍ연체된 경우 요금 청구 기관이 계좌 이동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밀린 요금을 수납한 뒤 다시 신청하면 된다.

계좌 이동 처리가 진행되는 동안 기존의 계좌를 아예 해지하면 정상 처리가 되지 않아 미납이나 연체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드시 변경 완료를 확인한 뒤 계좌를 해지해야 한다. 자동납부 항목을 잘못 이동했거나 은행 계좌를 잘못 입력했을 경우 당일 오후 5시까지 취소할 수 있다. 정상 처리 여부는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통지된다. 처리 결과의 상세 내역은 페이인포의 ‘변경신청 결과조회’ 화면에서 조회할 수 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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