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로 본 업종별 경쟁력

▲ 제조업은 기술 경쟁력이 낮아지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사진=아이클릭아트]
조선업은 진짜 위기인가. 반도체는 정말 한국의 효자 업종일까. 실적으로 보면 답은 너무 뻔하다. 조선업은 위기가, 반도체는 효자가 맞다. 특허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선업엔 기회가, 반도체엔 위기가 있다. 특허를 통해 본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다.

올해 9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어떨까. 100을 넘은 업종이 많을까 적을까. 참고로 BSI는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 넘지 않으면 악화를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9월 제조업 BSI를 보자. 매출 실적 기준으로 100이 넘는 업종은 단 4개(음료ㆍ목재ㆍ의약품ㆍ비금속광물)에 불과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원인이 가장 크다. 제조업의 경우엔 또 다른 원인도 있다. 특허다.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조업체에 특허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허가 증가하면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다면 활력을 잃고 만다.

문제는 제조업의 특허 경쟁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산업 등록 특허는 12만9782건이다. 3년 전인 2011년에 비해 3만5063건 늘었다. 하지만 연평균 증가율(전년 대비 기준)로 보면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2011년에는 27.3%를 보인 등록 특허 증가율은 2012년에 16.5%, 2013년에 10.8%로 감소했다가 지난해엔 고작 1.8%에 그쳤다. 제조업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허를 보면 제조업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는 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조선업의 미래는 그렇게 어둡지 않다.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조선업계에선 선박제조 관련 특허가 많이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사의 실적을 갉아먹은 해양플랜트는 몰라도 상선 부문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거다. 실제로 10월 조선업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5% 늘어난 41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0월 전산업 수출액 대비 비중도 8%(전년 동기 대비 1.8%포인트 성장)에 이른다. 상선 수출이 좋은 영향을 미친 결과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새로운 효자라는 반도체는 오히려 어두운 미래가 그려진다. 이 업종에선 지난해 8296건(전산업의 6.3%)의 특허가 등록됐다. 제법 많은 수 같지만 등록 특허수가 계속 줄고 있다. 2011년 대비 2014년 특허 등록 증가율은 -7.7%다. 같은 기간 특허 출원 증가율도 -3.2%로 줄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반도체 업종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반도체 시장의 트렌드가 한국이 주름 잡고 있는 메모리 중심에서 미국이 강세인 비메모리 중심으로 옮겨 가고 있다. 기술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기업도 특허의 영향을 받는다. SK와 삼성의 희비喜悲는 이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바이오를 내건 SK가 SK케미칼을 중심으로 의약품 분야에서 선전했다. 반면에 삼성메디슨을 선봉에 내세운 삼성은 의료기기 판매 부진에 허덕였다. 이 역시 특허와 무관치 않다. 2011년 대비 2014년 의료용물질ㆍ의약품 관련 특허는 23.2% 늘어났지만 의료용기기 관련 특허는 1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박찬훈 특허전문 변호사(법무법인 강호)는 “특허 하나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는 제조업체는 한둘이 아니다”면서 “특허분쟁은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힘의 균형이 비슷할 때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특허 경쟁력은 키울수록 득”이라고 조언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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