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견본주택에 숨은 마케팅 전략

▲ 아파트 매매 실수요자가 늘어나면서 아파트 견본주택에는 방문자들이 몰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아파트 분양을 받기 전 견본주택 관람은 필수다. 견본주택은 아직 지어지지 않은 해당 아파트의 내부까지 재현해 놓은 훌륭한 설명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견본주택 안에는 건설사들이 숨긴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있다. 가령 넓어 보이게 만들기 위해 바닥재를 통일하고 베란다를 트는 식이다. 견본주택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주말이면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견본주택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다. 이참에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거다. 견본주택은 아파트를 완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할 아파트의 설계 도면과 같은 형태로 만든 집이다. 고객의 분양 결정을 돕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실제로 많은 예비청약자가 견본주택의 외관과 도우미의 설명을 듣고 청약여부를 결정한다. 영산대 주택도시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이 아파트 선택 시 견본주택의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견본주택의 화려함에 넘어가 무턱대고 청약을 하면 낭패를 볼 공산이 크다. 건설사들은 견본주택을 통해 환상을 심어 놓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견본주택을 제대로 둘러볼 수 있는 노하우는 없을까. 일단 견본주택에 도착하면 다른 방문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들이 실제 청약에 관심이 있는지, 이들이 우려하는 점은 어떤 게 있는지에 귀를 기울이라는 거다. 현장 분위기를 파악해 매물의 진짜 여론을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여론이 나쁘지 않다면 실제 아파트의 실제 입지를 파악해야 한다. 부동산은 위치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래가치를 염두에 둔 투자자든, 주거지 적합성을 따지는 실수요자든 위치 확인을 생략하면 안 된다. 보통 견본주택에는 분양 단지 주변 지도를 단지 입구에 크게 배치해 놓는다. 이 지도와 단지배치 모형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대형 지도에서는 아파트가 지어질 곳의 전체 입지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단지배치 모형도를 통해 아파트의 형태와 방향, 동간 거리, 주민편의 시설, 단지 내 상가위치, 주차장, 정문 위치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주변 도로 상황과 학교, 공공시설이나 상업시설까지의 거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충 훑고만 지나가서는 일조권, 조망권, 사생활 침해 가능성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만약 저층을 선호한다면 단지 산책로를 확인하며 사생활 침해 가능성 여부를 체크하는 게 좋다. 고층을 선호할 경우에는 조망권이 침해되는 시설은 없는 동은 어디인지를 파악해 놔야 한다.

이제 실내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견본주택 내부로 진입할 차례다. 먼저 입구에 있는 평면도를 보고 각 방의 배치와 동선을 확인해야 한다. 평면도에는 환기ㆍ통풍 구조와 콘센트, 주방 싱크대, 인터폰, 욕조 등 실거주에 필요한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스마트폰을 활용해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좋다.

현장 모르면 속는다

견본주택의 내부는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견본주택에는 실제 아파트보다 더 넓어 보이게 하기 위한 건설사의 비밀 전략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다. 이들은 보통 견본주택 내부에 베란다를 없애고 바닥재를 통일해서 방을 실제보다 크게 만들어 놓는다.

물론 작은 표지판에 ‘실제로는 베란다로 시공됩니다’ 등의 안내문을 적어놓기는 한다. 나중에 각자가 알아서 베란다를 터서 방을 넓히라는 얘기다. 하지만 모든 예비청약자가 베란다 확장 공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확장을 원하지 않을 경우, 확장이 안 된 상태인 점선 표시부분을 확인해서 실제 공간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한다.

가구나 조명을 활용한 착시효과도 주의해야 한다. 견본주택의 침대나 식탁 같은 전시가구는 실제보다 높이가 약간 낮고, 가로 세로 길이가 작다. 소파는 등받이까지도 낮게 만든다. 줄자로 실제 내부 공간의 크기를 정확하게 재보는 것이 좋다. 일부 건설사는 천장을 실제보다 높게 만들기도 한다. 원래 높이를 고지한 뒤 천장고를 높이는 것이다. 방문객에게 납작한 슬리퍼로 갈아 신도록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전략이다. 방문객의 키를 낮춰 천장이 높아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를 유도하는 것이다.

안내 문구도 잘 확인해야 한다. 건설사들은 가구와 주방 상판을 청소하고 각종 예쁜 인테리어 소품으로 꾸며 놓는다. 특히 고급 타일이나 원목으로 연출한 벽을 실제로 오인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입주하면 단순 벽지가 시공돼 있을 뿐이다. ‘연출용입니다’ ‘전시용입니다’ ‘확장 시 포함입니다’ 등의 안내 문구를 체크해야 하는 이유다.

견본주택 상담석에 앉는 것도 빼놓지 말자. 견본주택 상담사는 분양 전 해당 단지에 대해 교육을 받고, 수많은 방문객을 응대하며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해당 단지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고 충분히 물어보자. 청약 정보도 마찬가지다. 통장 가입 기간이나 통장 예치 금액, 부양가족 수, 무주택 여부, 희망 평형 등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맞춤 상담을 받아야 한다.

견본주택 넓이의 비밀

견본주택을 여러 번 방문하는 것도 필수다. 어지간한 건축 전문가도 견본주택 한번 보고 그 아파트를 파악할 수 없다. 단지 모형도를 보고 나서 견본주택 내 안내 책자 꺼내 놓고 천천히 복기하자. 영화도 두세 번 반복해서 보면 안 보였던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견본주택도 똑같다. 평일에 시간을 빼서 관람하자. 방문 횟수와 아파트 장단점 파악은 비례하기 마련이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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