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 인수기업의 고민

경영자 입장에서 빅딜은 ‘신의 한수’다. 매각자는 자금 마련과 사업구조 변경을, 인수자는 시장경쟁력 개선과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긍정적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임금격차는 갈등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높은 몸값의 옛 삼성 계열사를 인수한 한화ㆍ롯데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삼성 계열사의 인수로 ‘몸값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3조원. 지난 11월 롯데그룹이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삼성SDI 케미칼 부문ㆍ삼성정밀화학ㆍ삼성BP화학)들을 인수하기로 한 금액이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인수로 인해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의 수직계열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정밀화학 분야 진출 등이 가능해졌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많다. 인수 기업 직원들의 처우 문제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3사의 고용보장을 약속했고, 현행 수준의 연봉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2014년 기준 삼성SDI 케미칼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의 직원(남자 기준) 평균 연봉은 각각 8700만원, 9100만원이었다. 양사의 영업이익은 각각 209억원, -243억원이었다. 반면에 롯데케미칼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 영업이익은 3509억원이었다. 3사 평균 근속연수는 각각 12.3년, 12.2년, 14.4년이다.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더 좋고 근속연수도 길지만, 연봉은 적게 받는다는 거다. 잡음이 새어나올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연봉 수준을 하향조정하면 피인수기업 직원들이, 상향조정하면 인수기업 직원들이 불만이 나올 게 뻔해서다.

롯데케미칼 내부는 아직 조용하다. 롯데케미칼 3개 사업장 노조 관계자들은 “회사마다 연봉 책정 기준이 다른데, 그걸 갖고 뭐라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는 “당장 연봉을 인수 기업 수준에 맞춰 달라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향후 임단협 과정에서 얘기가 나올 수는 있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말했다.

1년 전 삼성의 4개 계열사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한 한화는 이미 이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1인당 5500만원의 위로금에다 업계 최고 연봉을 보장 받은 옛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노조와 한화그룹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한화가 ‘3년 후 적용’을 제안하자 옛 삼성종합화학 노조 측은 ‘다른 계열사들처럼 즉시’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한화 역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직장폐쇄’로 맞대응했다. 옛 삼성 계열사보다 근속연수가 길지만 낮은 연봉을 받아온 한화케미칼이 ‘임금 문제’로 예민하게 굴면 한화로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