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전략

▲ 일탈 전략은 현대인에게 유효한 마케팅 기법이다.[사진=뉴시스]

대부분의 현대인은 반복적인 일상에 갇혀 산다. 매일 같은 일을 하고, 매일 똑같은 사람과 마주 앉는다.일상을 탈출하려는 현대인이 조금씩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때일수록 소비자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프로모션이 통할 가능성이 높다. 일탈의 심리를 십분 활용하라는 거다. 예컨대, 일탈은 신부도 춤추게 한다.

#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선 매년 6월 ‘예비 신부 달리기’ 대회가 열린다. 입상자들에겐 웨딩드레스를 경품으로 증정하는데, 예비 신부들은 이를 악물고 전력질주를 한다. 중국 광저우廣州는 ‘칠석(음력 7월7일)’ 즈음에 ‘신부 달리기 대회’를 연다. 이 대회에 참가한 중국 여성들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시내 한복판을 달린다. 보기 드문 신부의 일탈이다.

# 2009년 5월 독일의 한 패션 브랜드가 놀라운 마케팅 전략을 폈다. 독일 현직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을 속옷 모델로 활용한 것이다. 실제 사진이 아니라곤 하지만 정교한 그림으로 만들어져 화제를 끌었다. 이 브랜드가 현직 총리를 모델로 섭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비 진작을 통해 독일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파격을 넘어선 일탈 전략은 마케팅에 확실한 방점을 찍어준다.

현대인은 항상 똑같은 사람과 만난다.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길을 통해 목적지에 도착한다. SNS라는 똑같은 공간에 사로잡혀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참으로 고리타분하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때론 탈출을 꿈꾼다. 답답한 사무실과 오염된 공기를 벗어나 스트레스로 찌든 몸과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롭게 뛰쳐나가고 싶어 한다. 현대를 사는 모든 이들의 한결같은 로망이다.

이들을 위한 마케팅 키워드로는 ‘일탈’이 제격이다. 소비자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프로모션이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일탈 마케팅 사례는 미국 뉴욕의 ‘벌거벗은 카우보이’다.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벌거벗은 카우보이’로 알려진 거리연주자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흰 속옷만 입은 채 노래를 한다. 최고 30㎝에 달하는 폭설에도 공연을 멈추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일탈 마케팅’을 만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젊은 여성이 이끄는 사회운동 조직인 페멘 회원들은 수도 키예프 도심에서 진흙탕 레슬링을 벌이곤 한다. 부패한 정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다. 그렇다고 일탈 전략이 언제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건 아니다. 휘발성 강한 전략인 만큼 논란의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2007년 폴란드 총선에서 폴란드 여성당이 후보들의 알몸 사진을 포스터로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여성당 창설 멤버이자 소설가인 마누엘라 그레트코브스카는 당시 “이 포스터는 시대착오적인 정치권의 구태를 깨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라면서 “폴란드 정치는 검은 넥타이를 맨 답답한 남자들에 의해 장악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유권자의 시선을 끌어모았을지는 모르지만 지나치게 여성성을 강조해 정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책 없는 여성이 남성 중심의 정치판을 깰 리도 만무했다. 당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은 “가톨릭 전통이 강한 폴란드에서 도발적 누드 포스터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소비자를 확 잡아끄는 일탈 전략에도 중도가 필요한 이유다. 
김영호 더스쿠프 겸임기자 tigerhi@naver.com | 김앤커머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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