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간계에 전열 무너지다
일본의 반간계에 전열 무너지다
  • 이남석 더스쿠프 대표
  • 호수 173
  • 승인 2016.01.08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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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이순신공세가 96

원균은 유인책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은 채 피곤한 군사를 독촉해 적선을 따라가라고 재촉했다. 얼마 후 저녁 해가 넘어가려 할 때,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원균의 함대 뒤로부터 북ㆍ나팔ㆍ대포 소리가 들렸다. 새로운 대함대가 나타난 거였다. 하지만 원균의 군사들은 거센 물결 때문에 배를 제대로 조종할 수가 없었다.

원균이 한산도에서 애첩들과 풍악을 울리고 있을 때 도원수 권율은 원균에게 출동명령을 내렸다. 적장인 가등청정의 후군後軍이 부산으로 건너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섬멸하라”고 명령한 거였다.

하지만 이 정보 역시 요시라가 꾸며낸 것이었다. 이처럼 권율 등 조정의 중신들은 요시라의 권모술수에 속아 넘어가 엉뚱한 짓을 하고 있었다. 사실 요시라의 반간계反間計(적의 첩자를 이용해 적을 제압하는 계책)는 그럴싸했다. 이순신이 누명을 쓰고 통제사 자리를 내놓게 된 것도 반간계 때문이었다. 요시라의 반간계에 속아 넘어간 원균 역시 “이순신이 전투에 나서지 않는다”며 불만불평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정작 원균은 통제사가 된 후엔 싸우러 나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순신이 반간계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전투를 미뤘다면 원균은 용기가 아예 없었다. 권율의 출동명령에도 꿈쩍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자 도원수 권율은 백의종군하는 이순신에게 이렇게 물었다. “적병 10만이 대마도에서 금명일간에 부산으로 건너온다는데 통제사 원균이 막지를 않고 있으니, 이게 될 일이오?”  순신은 답했다. “적병 10만이 대마도에 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시오?” 권율은 “소서행장이 요 시라를 보내서 진주병사 김응서에게 가등청정의 후군이 건너온다는 날짜를 고하였다는구려!”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순신은 권율의 우매함에 혀를 차면서 이렇게 충고했다. “적병 10만이 대마도에 와 있을 듯도 하고 적의 병선이 계속 나올 듯도 하오마는, 모두 속임수를 풀어 놓고 우리를 유인하는 것 같소.” 이 말을 들은 권율의 안색이 변했다. “대감은 원균과 의사가 다를 줄 알았는데 또 그런 소리를 하는구려!” 순신은 더 말해봤자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권율은 이순신의 충고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전혀 깨닫지 못했다.

일본군에게 두려워 떠는 원균

그래서 도원수 권율이 사천에 와서 원균에게 진격명령을 보냈다. 원균은 하는 수 없이 병선 90여척을 거느리고 안골포에 이르니 적의 함대는 벽을 쌓고 나오지를 않았다. 원균이 보성군수 안홍국安弘國에게 명하여 병선 20척을 몰고 적을 유인하라 하였다. 안홍국이 앞서 나가 싸우는 것을 보고 원균은 진격하는 게 두려웠는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 버렸다. 원균이 관망만 한 탓에 안홍국은 탄환을 맞고 전사하였다.

통제사 원균은 권율의 독촉을 견디지 못해 부산 바다로 또 출동을 하였다. 우수사 이억기와 경상우수사 배설은 안골포와 가덕도에 있는 적의 눈에 띄지 않도록 밤에 이동하자고 주장했지만 고집스럽고 어리석은 원균은 불청했다. “당당한 우리의 병위를 적에게 보여서 감히 싸우지도 못하게 하리라”는 이유였다.

▲ 권율은 이순신의 충고에 담긴 진의를 깨닫지 못하고 크게 노하였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배설이 선봉이 되어 부산으로 가던 중 웅천에서 적선 10척을 만나 한바탕 큰 싸움을 벌였다. 결과는 승리. 적선 10척은 불태워버리고, 군량미 200석을 빼앗아 버렸다. 원균은 승전이 목전에 있는 듯 바쁘게 전투를 지휘했다.

그 무렵, 일본의 척후병들은 원균의 함대가 크게 일어나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보고했다. 일본의 대장 소조천수추와 부전수가는 무릎을 치며 기뻐하고 소서행장과 요시라를 불러 반간계가 통했음을 알리면서 공을 찬양했다. 원균의 함대가 절영도를 지나 동해에 나설 때 벌써 석양이 되었다. 원균의 함대 앞에선 몇십척의 적선이 오색기를 달고 포를 쏘고 함성을 지르며 북을 울렸다. 원균은 칼을 빼어 일본 병선을 격파하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적은 뱃머리를 돌려 대마도 쪽으로 도망갈 뿐이었다.

원균은 유인책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은 채 피곤한 군사를 독촉해 적선을 따라가라고 재촉했다. 얼마 후 저녁 해가 넘어가려 할 때,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원균의 함대 뒤로부터 북ㆍ나팔ㆍ대포 소리가 들렸다. 새로운 대함대가 나타난 거였다.

하지만 원균의 군사들은 거센 물결 때문에 배를 제대로 조종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부산 쪽에서 200척은 될 듯한 대함대가 또다시 나타나 원균의 측면을 위협하였다. 형세가 이리 되자 원균은 갈팡질팡했다. 해는 저물고 군사들은 움직일 기력까지 잃은 상태였다.

권율, 순신의 충고에도…

원균은 가덕 쪽으로 향하는 적선의 뒤를 따르기를 명하였지만 함대는 통제력을 상실해 버렸다. 갈증을 이기지 못한 군사들은 물을 먹기 위해 섬으로 뛰어내렸고, 거기서 몰살을 당했다. 적군이 먼저 와서 매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각지간에 무려 400여명 장졸이 소리도 기척도 없이 죽음을 당했다.

그러자 원균은 겁을 잔뜩 먹고 캄캄한 밤을 이용해 혼자 빠져나와 칠천도로 달아나 버렸다. 대장인 원균이 도주하는 것을 본 다른 군사들도 갈팡질팡 도망을 하였다. 이렇게 원균은 절영도 앞 대해에서 적의 의병疑兵에 속아 병선 20척과 정병 수천명을 잃었다. 권율은 원균에게 군무태만죄를 물어 장형杖刑을 집행하려고 했다.

원균은 분이 나서 권율에게 대들었다. 두 사람은 서로 항쟁하였다. 원균이 이렇게 항언했다. “소인이 사또의 명령대로 부산 앞 대해까지 출병하여 적의 속임수에 빠지게 된 것은 소인의 죄가 아니오. 임진 이래 6년간이나 고생하여 적을 무찌른 공이 적다 할 수 없소.” 은연히 전공을 자랑하며 요시라의 반간계를 지적한 거였다. <다음호에 계속> 
정리 | 이남석 더스쿠프 발행인 겸 대표 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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