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26) 최운열 서강대 경영대 석좌교수 편

최운열(66) 서강대 석좌교수는 직장 선택의 조건으로 애정을 갖고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꼽았다. 명문대 출신도 취업이 어려운 극심한 취업난 속에 3분의 1 이상의 신입직원이 1년 안에 직장을 그만두는 건 직장의 브랜드 밸류, 연봉 등 부차적인 조건에 현혹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최운열 서강대 경영대 석좌교수는 “중소기업에 취업할 땐 회사를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면서 “오너와 최고경영자가 어떤 사람인지, 경영자로서 과연 자질이 있고 사회적 책임의식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지정훈 기자]
Q 멘티가 멘토에게

 장차 대학문을 나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나와 잘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현실에 안주해 그게 내가 원하던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사실조차 무감각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무감각해지지 않으려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삶의 활력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A 멘토가 멘티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장이 어딘지 아세요?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 빨리 출근하고 싶어 아침이 기다려지는 일터입니다. 누가 뭐라든 나에게 좋은 직장은 내가 애정을 갖고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곳이에요. 많은 대졸자들이 취업한 지 1년 안에 직장을 그만둡니다. 이 극심한 취업난 속에 벌어지는 안타까운 일이죠. 이렇게 다수가 조기 이직으로 다른 사람의 취업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어요.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연봉 수준, 회사 간판보다 과연 나에게 잘 맞는 직장인지 알아야 합니다. 4학년이라면 스펙 쌓기보다 취업한 선배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있기보다 다리품을 파세요.

연봉 몇백만원 차이 난다고 이직하는 거, 난 반대합니다. 긴 안목을 갖고 경력을 쌓는 게 낫습니다. 손길승 전 SK 회장은 서울 상대를 나왔습니다. 당시 상대생들에게 인기가 높던 한국은행이나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지만 그는 선경직물이라는 중소기업에 들어갑니다. 결국 이 회사를 유수의 대기업으로 키워 전문경영인 출신이지만 회장 자리에 올랐어요.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윈윈 게임을 한 셈이죠. 그 과정에서 리스크 테이킹을 한 거예요. 위험을 감수해야 보상도 커집니다. 젊은 세대가 자꾸 도전을 해야 개인도 사회도 발전합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어요. 대기업에 들어갈 조건이 안 되면 손 전 회장처럼 중소기업에 입사해 회사와 함께 성장해 보세요. 그럼 나라 경제에도 이바지하는 겁니다. 대기업은 모든 직장인의 꿈인 CEO가 되기도 어려워요.

중소기업에 취업할 땐 회사를 고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기업 내용과 더불어 오너와 최고경영자가 어떤 사람인지, 경영자로서 과연 자질이 있고 사회적 책임의식은 있는지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우리 사회 풍조가 이렇게 현실 안주, 안정 위주로 바뀐 건 뜻하지 않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은 탓입니다. 위험을 회피한 결과 경제 성장률이 낮아졌어요. 뭔가 해 보려는 역동적인 사회 분위기 그 자체가 성장의 동력인데 동력을 잃어버린 거죠. 이런 풍조가 고착되면 사회가 조로早老합니다.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타인과의 대화의 집합체, 일련의 소통입니다. 대학시절 이 능력을 키우려면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면 합니다. 강의는 예나 지금이나 일방향적이라 사회성을 키우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돼요. 동아리 활동을 통해 특정한 주제를 놓고 선후배들과 토론을 벌이세요. 또래들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고 나의 생각이 또래 그룹과 다르면 왜 다른지 곰곰이 따져 보고 필요하면 이견을 조정해 합일점을 찾아 보세요. 강의실에서 부족한 토론을 통해 결핍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실질적으로 보완해 주는 게 동아리입니다.

요즘은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잘 안 됩니다. 출신 대학 브랜드의 직장 결정력이 크게 낮아졌어요. 지금은 대학 브랜드보다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고 활용 능력을 키워줄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하는 게 타당합니다. 여전히 대학 브랜드에 연연하는 건 출신대의 결정력이 높았던 시절 대학을 다닌 부모들의 영향이 크다고 봐요.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는 건 나의 미래를 내가 아니라 사회가 정하도록 내버려두는 겁니다. 이 사회가 정해 놓은 서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죠. 그래서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했다고 칩시다. 색맹인 사람이 미대를 가거나 피를 보면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이 의대에 진학한 거 아니면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습니다. 나와 안 맞는다고 단정하지 말고 노력해 보세요. 요즘은 복수전공이 보편화돼 있어 전공과 다른 학문을 공부할 수 있고 융합ㆍ통섭의 시대라 다른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어요.

명문대 브랜드 직장 결정력 낮아져

그래도 안 맞으면 전과를 하거나 다시 시험을 봐야죠. 100세 시대에 1~2년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건 결격사유가 아닙니다. 이번에야말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서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볼 기회죠. 적성에 안 맞아 직장을 옮긴다는 사람 중 상당수도 실은 다른 사정으로 옮기면서 그렇게 자신을 정당화하는 겁니다.

삶의 활력과 긴장감을 유지하고 싶다고요? 매일 꾸준히 적당한 운동을 하세요. 그럼 자신감이 생기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뀝니다. 창의성도 긍정에서 나옵니다. 반면 부정적인 생각은 대부분 비생산적입니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은 일이 안 되는 구실만 찾게 마련이죠.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그 꽃이란 시입니다. 정상을 향할 땐 내려갈 생각을 잘 못합니다. 잘나갈 땐 그 꽃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잘 안 보입니다. 등산 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경험, 자연이 주는 삶의 지혜죠.

또 독서를 하세요. 독서야 다독多讀이 최고죠. 인터넷에 떠도는 부실한 요약 따위에 의존하지 말고 원본을 정독하세요. 난 발췌독도 반대합니다. 행간의 숨은 뜻은 전후 맥락을 살펴야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냐고요? 인문학 책과 고전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신문 그중에서도 경제신문을 읽으세요. 경제신문 기사를 100% 소화한다면 경제학ㆍ경영학 이론을 70~80% 익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취업 시험 준비도 따로 할 필요 없어요.

무엇보다 눈을 들어 세상을 좀 넓게 바라보세요. 높이 나는 새처럼 멀리까지 조망해 보세요. 취업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양극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도 직시하고 선거 때면 꼭 투표장에 가세요. 정치인들이 여러분 눈치를 보지 않는 한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기성세대의 책임이 절대적이지만 세상이 이렇게 퇴행한 데는 여러분이 무관심한 탓도 있어요.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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