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파냐구요? 아니, 경험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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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란 기자
  • 호수 179
  • 승인 2016.02.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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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순 슈타인 도르프 회장

고깃집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방이동 먹자골목’. 올 초 이곳에 생뚱맞은 아이템이 둥지를 틀었다. 수제맥주 전문점이다. 수줍게 발을 들여놓은 것도 아니다. 6층짜리 건물이 모두 ‘맥주를 위한 공간’이다. 이름도 생소하다. ‘슈타인 도르프’다. 6층 건물에서 한눈에 보이는 석촌호수의 ‘석촌’을 독일식으로 표현한 거란다. 이런 궁금증을 가득 안고 슈타인 도르프를 만든 강태순(67) 회장을 만났다. 그는 두산그룹 부회장 출신이다.

▲ 강태순 슈타인 도르프 회장은 ‘잘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는 믿음으로 손님맞이에 한창이다.[사진=지정훈 기자]
국내 주류시장에서 맥주 소비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입맥주가 고공행진 중이다. 관세청의 맥주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012년 7359만 달러, 2013년 8967만 달러, 2014년 1억1169만 달러로 연평균 23.2%씩 꾸준히 증가했다. 수입량도 마찬가지다. 연평균 27.5%씩 증가해 2014년 1억2000만 L를 수입했다. 맥주를 수입해 들여오는 곳은 일본(29.7%) 비중이 가장 높지만 2012년(35.9%) 대비 크게 줄어들었다. 그 빈자리를 독일(13.0%)아일랜드(9.3%)산 에일(Ale) 맥주가 채우고 있다.

수입맥주의 인기는 양분된 국산맥주의 맛에 싫증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시작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품종 소량생산’의 수제맥주(Craft Beer)가 주목받았다. 독특한 개성을 찾는 20~30대 취향과 맞아떨어져서다. 특히 2014년 주세법 개정으로 술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수제맥주의 인기에 날개가 달렸다.

최근엔 세 부담까지 완화돼 수제맥주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해당 주조연도 과세대상 제품 중 먼저 출고하는 300kL 이하에 40%, 300kL 초과에 20% 세금을 경감해 줬으나 법이 바뀌면서 범위가 100kL 이하까지 확대돼 과세대상 금액의 60%를 경감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세계롯데진주햄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수제맥주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중엔 강태순(67) 슈타인 도르프 회장도 있다.

‘수제맥주의 맛과 멋을 즐기는 슈타인 도르프’라는 현수막이 정직하게 걸려 있는 ‘슈타인 도르프(Stein Dorf)’는 올 1월 7일 오픈한 수제맥주(Craft Beer) 전문점이다. ‘서울 시내의 유일한 호수인 석촌호수 옆, 오로지 수제맥주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로 석촌을 독일식(Stein Dorf)로 표기했다. 강 회장이 애정을 갖고 직접 지은 상호명이다.

 
두산에서 40년간 근무하며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강 회장은 자신의 노하우를 슈타인 도르프에 몽땅 쏟아 부었다. 최고의 맛을 선사하기 위해 독일에서 10년간 유학한 브루마스터, 호텔 주방장 출신의 요리 전문가를 영입했다. 어디 그뿐이랴. 지하 3층부터 지상 6층까지를 제조공장ㆍ영업장ㆍ요리실ㆍ이벤트룸 등 온통 ‘맥주 마시기 좋은 공간’으로 꾸몄다. 옥상에는 제2롯데월드가 한눈에 보이는 포토존도 마련했다. 부지 매입부터 매장 오픈까지 꼬박 3년이 걸린 강 회장의 ‘작품’이다.

수제맥주만을 위한 공간

지하 1층에 위치한 제조공장은 특히 심혈을 기울인 공간이다. 연 300kL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일본의 야부다(YABU TA) 상사가 제조설비를 맡았다. 그렇다면 강 회장은 왜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이 아닌 일본을 택한 것일까.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소규모 맥주 제조를 허용했지만 일본은 그보다 훨씬 앞선 1994년부터 허용됐어요. 비록 지난 10년간 하락세이긴 하지만 지역맥주의 붐이 일어난 것도 일본이죠.”

두산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하던 시절, 강 회장은 야부다 상사와 인연을 맺었다. 2011년 부회장 직에서 내려온 그가 2013년 ‘맥주사업을 해 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자 야부다 상사는 두말할 것 없이 손을 잡아줬다.

강 회장은 자신을 믿고 기꺼이 제조공장 설비를 맡아준 야부다 상사의 완벽주의ㆍ장인정신ㆍ사후관리를 믿었고 그렇게 저장탱크 12개, 당화ㆍ담금탱크 2개가 슈타인 도르프 지하 1층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는 직접 맥주 제조공장을 견학하는 것은 물론 은빛으로 빛나는 탱크를 마주보며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경제민주화’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어요. 따지고 보면 수제맥주야말로 창조경제의 한 부분이죠. 그야말로 ‘맥주 혁명’이라는 겁니다. 원하는 대로 색맛을 정해서 맥주를 제조해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슈타인 도르프는 홉(Hop)ㆍ맥아(보리)ㆍ효모ㆍ물 외에 다른 어떤 물질도 첨가해서는 안 된다는 ‘독일맥주순수령(Reinheits gebot)’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타깃으로 삼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이를테면 20~ 30대는 홉의 향이 강한 미국 맥주를 선호한다. 이런 취향을 고려해 강 회장은 독일의 순수함과 미국의 열정을 조합한 신제품을 구상 중이다.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수제맥주의 외부 유통도 고려하고 있다.

▲ 외부 유통이 가능하고 세 부담이 완화되는 등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사진=지정훈 기자]
강 회장은 수제맥주의 시장성을 내다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시장에 불을 지피는 주체가 소규모 맥주업체가 아닌 수입맥주 회사라는 점은 ‘딜레마’다. 미국의 경우 2011년부터 19%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수제맥주 시장이 자체적으로 성장했지만 우리는 수제맥주가 아닌 수입 크래프트 맥주가 그 시장을 형성했다는 거다. 그가 경쟁 타깃을 수입맥주로 삼은 이유다. 두산에서의 경험을 살려 기반을 조성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경쟁 타깃은 수입맥주 회사”

그의 도전은 무모해 보일 수 있다. 고깃집들이 즐비한 먹자골목에 생뚱맞게도 수제맥주전문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6층이나 되는 건물까지 새로 지었다. “투자가 과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강 회장은 “잘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며 “거짓 없이 맥주를 만들어 팔다보면 손님들이 응답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슈타인 도르프가 맥주를 마시는 장소를 넘어 좋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슈타인 도르프를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고객 감동의 실현이라고 생각해서다. ‘술과 함께 색다른 경험’도 팔겠다는 거다. 그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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